"국민들마저 공기업 하면 고개를 절래 절래 합니다" 최근 만난 모 공기업 간부는 "공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에 심경이 복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활을 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언론과 여론의 냉소적 반응이 변하지 않고 있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짐작된다. 

 

이 관계자는 "솔직한 말로 뉴스만 보고 있더라도 공기업에 대한 좋은 소식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우리를)세금만 축내는 집단으로 몰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공기업 구성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공기업 비판보도로 공익을 위해 설립되고 운영되는 기관이 그 주인이자 고객인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 공기업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주인을 섬기라고 일을 맡겼더니 되레 주인을 부릴려고 했다'는 지적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각종 위기 때마다 국면전환용으로 '공기업 개혁론'을 반복적으로 꺼내드는 중앙부처와 이들의 획일적인 개혁방식은 곱씹어서 생각해 볼 문제다.

 

특히 공기업 길들이기 차원에서 타당한 이유도 없이 '흔들기'에 나서는 것은 공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효율 개선은 커녕 사기저하와 보신주의 확산만 초래할 수 있다.  

 

선진화 과정에 획일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도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다이어트는 근육과 비계사이에 달라붙은 지방을 빼내는 일이지 무작정 살점을 뭉텅 떼어버리는 일이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공기업들에 하달된 '10% 감축' 명령은 각 공기업의 업무특성과 감량한도를 무시한 획일주의의 전형이랄 수 있다.

 

20%이상 체적을 줄일 수 있는 공기업도 있겠지만 1%도 줄이기 어려운 기업도 있을 수 있다. 공기업 스스로 조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틈은 줘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일이 공기업의 경영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감축이 선진화의 전부인냥 다짜고짜 공기업을 몰아세우면 곤란하다.  

 

최근 취업난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공기업 채용률을 10% 높인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신규 채용을 10% 늘리려면 기존 인력을 20% 줄여야 한다. 이런 단순계산도 없이 정부는 이번에도 발표부터 하고 본다.

 

공기업 간부의 처진 어깨가 더욱 안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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