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량 부족이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

[이투뉴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각국 정부 정책들이 쏟아지자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기록적인 이익에도 불구하고 신규 생산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빠듯한 공급량과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원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기업들은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 대신 배당금을 늘리거나 자사 주식을 되사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석유 생산량 증가 둔화세가 재생에너지로의 이동을 가속화하고 탄소배출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회사 경영진들은 시추 투자 감소가 경제 빈국들의 에너지부족을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최근 세계석유회의에서 경고했다.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는 “우리가 (석유)산업에 투자를 유지하지 않으면 공급이 부족해져 높은 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유가스 매장량이 매년 5~7%씩 감소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를 대체하기 위한 투자를 중단하면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는 “현재 에너지전환의 단점은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의존하는 산업 전반에 걸쳐 대규모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계획자와 투자자들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컨설팅그룹 리스태드 에너지에 의하면, 올해 세계 업스트림 투자액은 5790억 달러로 2015년과 2022년 사이 연평균 5210억 달러보다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2014년과 2015년 유가 폭락과 코로나 팬데믹이 포함된 기간이며, 석유가스 투자액은 2014년 8870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리스태드의 아디티야 라비 리서치 수석 부사장은 향후 2~3년 동안 투자가 변동없이 유지되다가 202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기차 채택과 정부 배출 저감 정책이 석유 수요량을 유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2030년 석유수요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 원유 생산사 세노버스 에너지의 알렉스 푸르벡스 경영자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투자를 억제하는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 10만 배럴의 생산을 추가하려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며 “대규모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의미 있는 투자를 하려면 분명한 정부 정책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석유가스 배출량에 대한 한도를 설정하면서 배출량을 포획하고 격리하는 사업에 대한 보조금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포함한 주요 소비국들은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배출가스 감축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딜로이트>는 최근 세계 석유가스 산업에서 투자자들이 회사 경영진보다 빠르게 에너지 성장 시장에 대한 기대를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의 약 43%가 배터리 사업을 투자의 핵심 분야로 강조하고 있다. 

기후연구소인 펨비나의 크리스 베이커 전무는 석유회사들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줄이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저배출 에너지로의 전환은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석유생산기구의 오마르 파루크 이브라힘 사무총장은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는 방침은 경제 빈국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힌다"고 주장했다. 

한편, 석유 생산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인도 국영석유회사인 오일 인디아는 인도내 탐사 지출을 올해 10억 달러에서 5년내에 100억 달러를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투자는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가격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버스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유량 증가는 배출 제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수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도 올해 270만 배럴에서 2032년 하루 320만 배럴로 석유 생산비중을 18%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측은 “부유식 생산 저장 및 선박 하역을 위한 장비 확보 문제만 아니라면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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