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시대의 전력산업·시장 통합적 개혁방안 토론회 / "컨트롤타워 정부 전문성 부족하고 장기방향 없어“ / "유럽과 초등생-대학생 수준 격차, 한전만으로 안돼" / "독립 규제기관으로 정권마다 정책 변경 막아야" / "계통문제 해결은 시장기반이 뒷받침돼야"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열린 '에너지전환시대의 전력산업 시장 통합적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수 한구공학대 교수, 김영산 한양대 교수,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해성 장인의공간 대표, 이창근 전력거래소 계통계획팀장, 김진이 실시간시장팀장,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좌장), 석광훈 전문위원,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열린 '에너지전환시대의 전력산업 시장 통합적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수 한구공학대 교수, 김영산 한양대 교수,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해성 장인의공간 대표, 이창근 전력거래소 계통계획팀장, 김진이 실시간시장팀장,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좌장), 석광훈 전문위원,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이투뉴스] 주요국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전력산업·시장체제를 구축한 것과 달리 한국은 20년 이상 뒤처진 시스템으로 여전히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에너지전환포럼이 10일 오후 제주 리젠트마린호텔에서 주최한 ‘에너지전환시대의 전력산업·시장 통합적 개혁방안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에너지전환시대에 걸맞게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하루빨리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규제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문은 김성수 한국공학대 교수가 먼저 열었다. 김 교수는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홍익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회에서 “해외를 따라잡으려면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20년 이상 정체된 시장에서 사람이 키워지지 않아 버겁고, 정부도 우왕좌왕하고 있다”면서 “일례로 해외는 발전설비가 시장에 의해 진입하는데 우린 수급계획이란 정부 규제로 들어온다. 지난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한다고 하더니 이번 정부는 원전을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RE100 등의 해외이슈를 따라가려면 급하게 가야하는데 우왕좌왕한다. 어떻게 방향을 잡고 대처할지 중심을 잡고 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하는데 컨트롤타워인 정부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장기방향이 없다”며 “중요한 건 컨트롤타워를 잘 세우는 것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규제기관이 있어야 로드맵을 짜고 비용부담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영산 한양대 교수는 2000년대초까지 차이가 없던 한국과 유럽의 전력시장이 “초등학생과 대학생 정도로 (수준차가)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유럽은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문제를 시장으로 돌파하기 위해 개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한국은 2004년 전력시장구조개편을 중단한 이래 아무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이런 식으로 가면 구한말 신사유람단이 선진국에 가서 보고 고개만 끄덕이다가 오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시장을 도입해야 한다, 시장이 효율적이다, 시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수없이 얘기했지만 변화가 없었다"면서 "에너지전환은 산업혁명에 필적할 만한 변화로 수많은 민간의 창의성과 모험정신이 있어야 변혁할 수 있다. 정부와 한전 둘이서만 하겠다는 우리가 과연 시장의 선도자가 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규제 일변의 정책을 내려놓고 시장의 가격기능 정상화하지 않는 한 사태해결이 요원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의하면 해외시장의 공통점은 구조개편을 통해 판매시장을 개방하고 시장의 가격기능을 통해 사업환경을 조성해 왔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은 도매시장조차 규제 아래 정산이 이뤄지고 있고, 사실상 정부가 모든 시장을 통제하고 책임을 지는 구조다.

이 연구위원은 “사업자들의 자율적 책임을 늘리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고, 시스템에서 가격기능이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도매시장에서 전향적으로 해외수준을 맞추려는 건 좋지만, 판매시장을 그대로 둔 채 도매시장을 바꾼다 해도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면적인 규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기반을 만들고 가격기능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는 총체적 난국이다. 전기료와 한전상황까지 엉망이라 뭘 해보려 해도 할 수 없는 파국수준”이라고 직격했다.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부분적인 시장제도 개선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ESS 등의 유연성 전원이 시장에 진입해 살아남으려면 기존 화력발전기 중심의 가치평가 방식이 소규모 분산형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기존시장을 바꾸지 않고 새 시장을 도입했을 때 정합성이 맞고 작동이 되겠나. 제주 시범사업의 경우 사업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한 만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전력시장을 ‘5G 시대의 공중전화’로 비유하면서 “과연 산업부가 컨트롤타워를 맡을 환경인지, 어떻게 선진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새롭고 분산화된 다양한 사업자들이 들어와 공정한 대우를 받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내부 거버넌스의 이해상충 요소도 개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력시장 전문가인 정해성 장인의공간 대표는 정부와 시장의 역할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 대표는 “과거의 자료를 오늘 써도 될 정도로 그동안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저장할 수 없다던 전기는 배터리로 저장이 가능해졌고, ICT기술 발달로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가격을 전달하는 일도 가능해졌다”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탄소중립을 하려면 해야 할 일이 2000년대 구조개편 때보다 더 많다. 소수론 안된다.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에너지전환시대에는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빨리 재정립해야 한다. 시장이라면 민영화를 이야기하는데, 민영화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세상이 워낙 복잡해지는데 그 운영방침을 몇개 기관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결국은 가격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결국 독립적 규제기관 만들어 정부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열린 '에너지전환시대의 전력산업 시장 통합적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수 한구공학대 교수, 김영산 한양대 교수,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해성 장인의공간 대표, 이창근 전력거래소 계통계획팀장, 김진이 실시간시장팀장,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좌장), 석광훈 전문위원,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열린 '에너지전환시대의 전력산업 시장 통합적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수 한구공학대 교수, 김영산 한양대 교수,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해성 장인의공간 대표, 이창근 전력거래소 계통계획팀장, 김진이 실시간시장팀장,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좌장), 석광훈 전문위원,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한편 이날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영국 아일랜드 전력시장 현안과 시사점’이란 발제를 통해 재생에너지 증가에 대응해 변동형 소매요금제와 지역별한계가격제 도입을 추진하는 양국 사례와 시사점을 발표했다. 이어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이 ‘덴마크 독일의 전력시장 현안과 시사점’, 김진이 전력거래소 실시간시장팀장과 이창근 계통계획팀장이 각각 ‘제주 전력시장 개선방안’과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조정 이유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창근 팀장은 향후 계통운영 여건과 관련, "제주에서 발생한 문제는 약과다. 육지에서는 훨씬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며 "유연성과 안정성 확보측면에 기존설비들이 지금과 같은 특성을 유지해선 안된다. 이해당사자가 너무 많은데, 이를 체계적으로 조정해 주는 사람은 없고 한전은 적자로 어렵다. 계통문제 해결은 시장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진이 실시간시장팀장은 도매시장 개선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의미가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다. 묶여있는 것 중에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지금은 시발점을 올렸다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한전의 부채 상황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다. 1990년대 유가자유화 이전 상황과 유사한, 개혁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못 박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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