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석탄·SMP상한제·발전소 출력제한 등 訴 봇물
전력시장제도 및 거버넌스 전면개편 도화선 될 듯
전문가들 "이대론 해결 요원, 소송은 정상화 과정"

▲나주혁신도시 소재 전력거래소 본사 전경
▲나주혁신도시 소재 전력거래소 본사 전경

[이투뉴스] 정부의 임기응변 대처로 누더기 신세가 된 전력시장 규제가 앞다퉈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외부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낡은 법제로 기존 규제를 방치해 온 탓이다. 무더기 소송이 관련법 전면개정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0일 <이투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현재 발전사업자들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민간석탄화력 연료비와 투자비 각 1건과 전력시장한계가격(SMP) 상한제 위헌소송,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처분 취소 행정소송 등 외부로 드러난 것만 5~6건이다.

여기에 일부 시민단체가 전력당국의 불공정 거버넌스 문제를 놓고 법리 검토에 착수했고, 특정사업자가 전력시장 비용정산에 관한 효력정지 가처분 추가 신청을 검토하는 등 시장 규제를 둘러싼 소송이 앞으로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몇 년 전부터 예고돼 온 문제들을 정리하지 않고 끌고 오다가 하나둘 터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대부분 시장을 가장한 규제였는데, 지금까지는 사업자 측이 일방적으로 참는 방식이었지만 한전 적자가 커지고 보상이 제대로 안 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송 주체는 대부분 민자발전사나 사업자이다. 동해권 석탄소송은 발전소 이용률 60~80%를 예상하고 진입했으나 송전제약으로 50%를 밑도니 정산조정계수를 높여달라는 민간기업 요구이고, SMP상한제와 출력제한 위헌‧처분 소송은 800여명이 넘는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당국의 일방적 SMP 삭감조치와 임의 출력제한에 불만을 품고 제기한 소송이다.

석탄 투자보수는 민자석탄발전소 준공 전부터,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은 제주풍력발전 커테일(Curtailment)이 본격화 됐을 때부터, SMP상한제는 CBP 도매전력시장 개편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각각 시급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측면에서 정부 정책실기란 지적을 받고 있다.

전력시장에 밝은 한 당국자는 “소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산업부‧전력거래소가 각각의 역할이 있고, 전력도 발전, 송전, 계통비용이 따로인데 총괄비용처럼 전력시장으로 떠넘겨 방치했다”면서 “민자석탄은 1년 넘게 정부승인차액계약제를 준비해 놓고 적용하지 않은 정부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역시 정치권과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에너지전환에 나선 국가들 대부분이 본격적인 보급에 앞서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는데, 우리나라는 비중 목표만 건드리면서 시장제도 정비나 전력망 개선은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2014년 재생에너지법과 전력시장법을 다 바꿔 태양광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선진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 30~40%로 비중을 높여야 하지 않냐"면서 "이미 많은 경험과 고민을 한 유럽‧미국 제도를 잘 참고만 해도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전력시장제도 전면개편과 거버넌스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산업부도 2년 안팎의 일정으로 전기사업법 전면개편을 전제로 한 관련 예비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정부가 법률에 따라 책임을 지고 규제를 하되, 그걸 자꾸 전력시장운영규칙 등으로 떠넘기면 안된다. 민간참여도 안되고 규칙개정위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는데, 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겠냐"고 반문했다. 박 변호사는 "이대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전력시장과 거버넌스에 관한 전면 개편과 전력거래소의 거버넌스 독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잇따른 소송전이 전력시장제도의 정상화를 촉진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종영 한국에너지법학회 회장(중앙대 명예교수)은 “완벽한 법은 이 세상에 없다. 법이 아무리 발달한 국가라하더라도 소송이 끊이질 않고, 소송이 많을수록 법은 발달한다"면서 "개인적으론 전기사업법에 대한 정상화 과정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산업부가 법에 관심이 없었고, 사업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지못하고 모두 수용하고 승복해 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소송이 많아진다는 건 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에너지환경에 맞춰 빠르게 법을 개정해줘야 하는데 대부분은 시장보다 늦어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최근 소송은 법이 현실에 적합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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