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발전자회사로 비상임이사 제한 정관 타깃
전력시장 공정운영 거버넌스 개편 요구 본격화

[이투뉴스] 전력시장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판매하고 있는 84개 발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회원대표 비상임이사 자격을 한전과 발전자회사 임원으로 제한한 2년 전 정관 개정안을 겨냥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중심의 기존 전력시장 거버넌스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아쇠를 당긴 건 태양광발전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전력거래소 84개 회원사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광주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하고 원고가 됐다. 전력거래소 본사는 광주·전남혁신도시가 들어선 나주시에 있고, 이날은 서울 양재동에서 정기총회가 열린 날이다.
원고가 문제삼는 건 전력거래소 이사회 구성과 이사자격요건이다. 2022년 3월 열린 총회에서 의결된 개정 정관에 따르면, 회원대표 비상임이사는 부칙 제2조 출자금 납부의 경과조치에 따라 출자한 회원사의 임원급 이상이어야 한다. 이 자격을 충족하는 회원사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뿐이다.
이에 따라 정관상 5인 이내로 둘 수 있는 전력거래소 이사회 회원대표에는 오흥복 한전 기획부사장과 전대욱 한수원 경영부사장, 이상규 남동발전 안전기술부사장 등 3인이 비상임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소속 상임·비상임이사 4인과 산업부(전력시장과장)를 제외한 나머지 비상임이사들도 친(親)정부·친한전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런 구조에서 전력거래소 정관처럼 공정한 시장운영이 가능하겠냐는 게 원고들의 문제제기다. 원고들은 한전과 발전자회사 임원이상만 회원대표 비상임이사를 맡을 수 있도록 한 2년 전 이사회 결의는 정관 위반이며, 특히 정관은 이사회 의결사항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전력거래소는 외형적으로는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등의 회원으로 구성된 독립성이 강한 비영리특수법인이지만, 실상은 전력시장과 계통운영에 관한 각종 제도와 규칙을 통할하는 산업부 산하 정부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작년말 현재 발전사 6296개사, 판매사 1개사(한전), 자가용·구역전기사업자 36개사 등 모두 6333개사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6013개사 태양광발전사업자다.
전력시장 거버넌스에 대한 논란은 최근 들어 격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작년말 전력거래소가 법무법인 태평양 등에 의뢰한 시장 거버넌스 선진화 용역안에 의하면, 이사회는 물론 전력시장 규칙개정위원회와 비용평가위원회 등의 주요 거버넌스도 정부와 공기업 소속 위원이 대다수여서 대표성과 편향적 의사결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용역안에서 태평양은 단기적으로는 위원회 참여자 구성변경을 통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고, 장기적으론 회원사 수익제한과 위원회 설치의 법적근거를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전력시장·계통운영기관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의사결정기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엄하게 관리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해 온 기후솔루션의 김건영 변호사는 "전력거래소 최고의사결정기관이 이사회이므로, 비상임이사는 이해충돌이 없이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는 분들이 참여해야 한다"면서 "전력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력거래소 거버넌스가 바로서야 시장도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