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인하대학교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인하대학교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신현돈] 세계 화약고인 중동지역의 불안과 부존자원의 편재성에 바탕을 둔 자원민족주의는 지속적인 전 세계 에너지자원 공급망 위기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는 에너지 가격상승을 유발하여 국가 경제에 큰 위협 요소가 되었다. 한국은 에너지자원의 해외 수입의존도가 93%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수입액만 2022년 말 기준으로 한 해에 약 1,370억 달러로 국가 전체 수입금액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160조 원이 넘는 금액이며 이는 지난해 국가 전체 예산 규모의 25%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 돈도 돈이지만 만약 에너지자원 공급망 위기가 닥치면 국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자원 가격의 상승은 30조가 넘는 한전의 적자와 13조 규모의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신규 투자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에너지 공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원을 전적으로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에너지자원 확보를 포함한 에너지 안보 현실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에너지 안보에 관한 객관적인 지표인 에너지 안보 리스크(Energy Risk Index)는 에너지 다소비 25개국 조사 대상국 중에서 24위에 올라 있고 중국(8위), 인도, 일본에도 뒤처진 상태로 평가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가차원의 자원안보는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현재의 대표적인 에너지원인 석유가스만 보더라도 국내기업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확보한 비율인 석유가스개발률은 2015년 15%를 최고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고 2021년엔 11% 미만으로 감소하였다. 이 숫자는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에너지자원 부족 국가인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그들의 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에너지자원 안보의 현주소이고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자원 확보에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는 대한한국은 무책이 상책이라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국회에서 자원안보 특별법이 발의되어 논의 되고 있고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부디 해를 넘기거나 차기 국회로 넘기는 일 없이 서둘러서 특별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세계 자원안보 전쟁에서 국가의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확고히 하여 우리가 생존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우리 앞에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4차 산업 사회 시대에 에너지자원 수요와 공급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특히, 인구가 많은 에너지 저소비국가들의 에너지자원 소비량 급증이 예상되고 있어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의 각축전이 심화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험한 길에서 전 세계 에너지자원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고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시대에도 블루수소 에너지원으로 또한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로서의 석유가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더욱이 연료전지, 태양광과 풍력발전과 관련된 에너지산업 관련 소재 광물에 대한 확보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여전히 해외자원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명확한 이유이다. 

과거 해외자원개발 실패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합리적인 처방이 수반되어야 변화가 일어난다. 에너지자원 빈국인 한국이 국가적 차원의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구축하여 에너지자원 안보를 넘어 경제 안보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자원안보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험난한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길에서도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국회가 길을 터주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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