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연구회서 손양훈·정연제 교수 지적
'원전 확대' 11차 전력계획 경직성 비중 과다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주제로 연 정책세미나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좌장), 손양훈 인천대 교수,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 박종배 건국대 교수,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한국 GS EPS 팀장 ⓒ사진_민간발전협회
전력산업연구회가 '합리적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주제로 연 정책세미나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좌장), 손양훈 인천대 교수,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 박종배 건국대 교수,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한국 GS EPS 팀장 ⓒ사진_민간발전협회

[이투뉴스] 미래 전력수요를 예측해 필요한 신규 설비용량을 도출한 뒤 전원계획을 수립하는 현행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방식을 '시나리오별 전망(Outlook)' 방식으로 바꾸고 설비투자는 시장 판단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리적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계획 수립방향'을 주제로 27일 서울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전력산업연구회 정책세미나 주제발제에서 "안정적 전력공급을 목표로 정부가 계획을 작성하지만, 정책적 의지란 이름으로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는 시대는 벌써 지났다"며 이같은 '수급계획 무용론'을 설파했다. 

손 교수에 의하면 정부와 수급계획 참여 전문가들은 미래를 판단할 지석과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은데다 정치의 개입을 극복할 능력이 없다. 지난 20여년간 정부주도로 1~10차 전력계획을 세웠으나 무수한 시행착오와 오류를 범했고 정치가 계획을 압도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여기에 9.15 순환정전, 밀양송전탑 사태, 후쿠시마 원전사고,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 정부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없는 많은 외생변수 속에서 철저히 무력했고,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손 교수는 "선진국은 수급계획을 정부가 만들지 않는다. 공산주의 국가만 만든다"면서 "다만 선진국은 에너지전문성을 가진 독립기관이나 단체(agency)를 통해 전망(Outlook)을 발표하고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 에너지시장에서 각 주체들이 스스로 판단해 투자하고 경쟁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차 전력수급계획 기준 경직성 전원(원전.재생에너지) 비중 추이 ⓒ손양훈 교수
10차 전력수급계획 기준 경직성 전원(원전.재생에너지) 비중 추이 ⓒ손양훈

10차 전력계획과 현재 수립작업이 한창인 11차 전력계획에 대해서는 경직성 전원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2036년 전원구성에서 신재생이 108.3GW이고 이번 정부가 복구하려는 원전이 31.7GW로 경직성 비중이 너무 높다. 지금의 전력시스템은 재생에너지 비중도 감당 못하는 수준"이라며 "유연성 자원의 획기적 확충이 필요한데 현재 재무구조로는 투자를 통한 해결이 난망하다. 이런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11차 전력계획이 원전 등 특정전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되면서 과거 계획처럼 실패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경직성 전원 증가로 수요변동 대응이 어려워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원전·송전선로·방폐장 건설기간을 감안하면 적기공급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전력계획을 예측(Forecasting)방식에서 시나리오별 전망(Outlook) 방식으로 개선해 미래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해외 대부분의 경우도 중장기 전력수요전망을 시나리오 형태로 제시한다. 전력계획을 설비계획에서 수급전망 중심의 기본계획으로 성격을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확보가 어려운 자원은 현재처럼 계획체계를 유지하되 그외 자원은 용량시장을 통해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상위계획 목표를 하향식으로 실행계획에 반영하는 현 체계로 경직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다양한 에너지계획을 단일계획으로 통합할 필요도 있다"고 부연했다.

토론자들도 이런 견해에 동조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전력계획은 정치화와 이념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외사례처럼 다양한 불확실성 요소를 고려한 시나리오 기반의 수급전망으로 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용량시장 도입 등 선진시장이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된 규제기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발전업계를 대표해 토론에 나선 김한국 GS EPS 팀장은 11차 전력계획과 관련, "원전중심, 재생에너지 중심, 기설석탄 및 LNG활용 등 가능성 있는 몇가지 시나리오를 정해 각 시나리오가 갖는 문제점과 예상비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계획을)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장(숭실대 교수)는 "전력계획이 제대로 세워지는지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많다. 정작 필요한 발전원의 구성보다는 '탈원전이다, 친원전이다' 식의 정치적 관점이 개입되기도 하고 실익없는 국가적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세워진다고 보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세미나가 바람직한 정책제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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