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용인반도체‧노후대체 등 수십GW 봇물
전력망-효율성 고려없이 밀어붙이기
"조기 좌초자산화 우려 높아 신중한 투자 필요"

[이투뉴스] 석탄화력 공백을 대용량 가스발전소들이 메울 전망이다. 수도권부터 반도체 산업단지, 기존 노후LNG 부지, 제주도까지 수십GW에 달하는 새 가스발전소가 우후죽순 들어설 예정이다. 가스발전은 석탄화력보다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지만, 해외 시추부터 액화도입까지 만만치 않은 탄소를 배출하는데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갈수록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다.
24일 <이투뉴스>가 각 발전사와 당국으로부터 파악한 신규 가스발전 추진현황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중부발전과 동서발전을 제주 신규 LNG발전사업 우선순위 사업자로 선정해 통보했다. 지난달 16일까지 접수한 사업의향 조사를 심사해 이들 공기업에 150MW씩 사업권을 할당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물량으로 2027~2028년 순차준공이 목표다.
중부발전은 기존 제주복합단지에, 동서발전은 제주에너지공사 구좌 풍력단지에 각각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남부발전은 사업수익성과 최근 최신기종 복합발전(150MW급) 준공 상황 등을 고려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기준 제주 내 가스(내연)발전소 설비량은 910MW. 정부는 11차 전력계획 이후 제주에 추가로 300MW 신규 LNG를 반영할 계획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야간 전력피크와 수요전망을 근거로 가스발전소를 신설한다는 계획인데, 코로나 이전처럼 관광객이 증가하고 수요가 급증할지는 모르겠다”면서 “자칫 건설된 지 얼마 안된 남제주복합 등을 급전순위에서 밀어내고 이용률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을 위해 검토하는 3GW 가스발전소 건설계획에 비하면 제주는 소용량이다. 정부는 연내 확정 예정인 이 계획에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등 3사가 각각 500MW급 발전소 2기씩을 건설해 전력을 공급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각 사가 보유한 노후 석탄화력을 폐지하는데 대한 일종의 보상이다.
2036년까지 노후 석탄화력을 대체해 건설 예정인 발전5사 가스발전소는 28기 14.1GW에 달한다. 이 중 태안 1,2호기 등 14기의 변경허가가 완료됐고, 삼천포 5,6호기, 태안 4~6호기, 동해 1,2호기, 영흥 1,2호기, 당진 5,6호기 등 14기는 대체부지를 정하지 않아 일부가 이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급용으로 전용될 예정이다.
3GW 이외 2,3단계(~2042년) 반도체단지 필요전력은 강원권 신규 석탄화력과 신규원전 등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는 서해권 해상풍력 300MW 조달과 산단 내 태양광 70MW가 전부다. “반도체 공장이 가동될 즈음 RE100 확대와 탄소국경조정제(CBAM)가 본격화 돼 화석연료기반의 반도체산업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것”(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력과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 쪽도 1GW급 새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창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산단용 스팀공급과 배후도시 열공급은 별도 열병합발전소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이닉스반도체를 거느린 SK그룹 내 SK E&S와 발전사업 외연확대에 나선 한화에너지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열병합은 가스발전소와 똑같은 연료를 쓰고, 발전설비용량도 GW단위다.
향후 전력계획을 우회한 대용량 열병합 신규 허용 논란과 집단에너지지구 지정여부에 따른 특정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확산될 소지가 크다. 중부 내륙 특정단지에 최대 4GW규모 대형전원이 몰려 건설될 경우의 전력망 영향과 백업 공급대책 등도 블랙박스다. 어떤 경우든 분산전원 확대와 대규모 원전‧석탄화력 공급지로의 수요이전이란 정부 정책과도 배치된다.
민간발전사 출신 인‧허가 전문가는 “장기송‧변전계획과 수급계획과의 정합성, 전력산업의 효율성 및 형평성 등을 따져보면서 면밀히 추진해야 할 일을 단기간에 밀어붙이고 있다”라며 “수급계획 전문가위원회를 거수기로 만들고 이처럼 정부가 전횡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으로, 향후 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방식은 강한 추진력이 아니라 원칙 없는 졸속”이라며 “반도체 클러스터 3사 지정의 경우 한전 부채로 공공기관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산업부가 발전자회사간 중복투자와 비효율을 조장하는 행위다. 신인천‧서인천 복합단지 분할 운영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던 옛 감사원 사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발전공기업과 민자발전 노후 가스발전소 대체 허용도 전향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와 전력당국은 최근 발전5사와 민자발전사를 불러 가동연수 30년 경과 가스발전소 가운데 공익성이 인정되는 발전소를 전기사업법상 인허가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2036년까지 가동 30년이 초과하는 발전소는 서인천, GS당진, 광양 등 33기 13.3GW에 달한다.
에너지컨설팅기업 KEIC의 장현국 전무는 “온실가스 전환부문 감축목표를 고려할 때 석탄화력 조기퇴출과 일부 가스발전 대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가스발전 역시 신규 원전건설과 기존 원전 수명연장, 재생에너지 증가로 조기 좌초자산화 우려가 높다"면서 "브릿지 전원으로서 적정하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