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윤석열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못 박으려 하는 모양이다. 완장을 찬 몇몇 인사들이 “원전도 유연성 전원이다.”, “전력수요가 엄청나게 늘 테니 최소 4기는 건설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운다고 한다. 물론 전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국정감사 위증이 아니라면, 이번 전력계획 논의는 제대로 쓰인 회의록 하나 없다. 사실이라면 헛웃음이 나올 일이고, 거짓이라면 국회를 마을 반상회 수준으로 본다는 얘기다. 기록은 책임을 고정하는 닻이다. 향우 이들 위원회가 어떤 명분과 논리를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어찌되든 원전 건설은 아무리 서둘러도 10년 이상이 걸린다. 정권은 물론 에너지수급을 둘러싼 환경이 여러번 뒤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제라도 정부주도의 불확실한 계획보다 시장이 전망하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수급계획을 바꿔야 한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중단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전력시장의 ‘전능한 규제자’를 자처해 왔다. 시장가격은 물론 전원 비중과 참여자, 시장운영규칙, 심지어 미래 유망기술까지 직접 결정하고 관여해 왔다. 유감스럽게도 그 결과는 지금과 같다. 에너지안보, 산업·일자리, 기후변화대응 어느 것 하나 성한 곳이 없다. RE100이니 탄소국경조정제도니 바깥바람은 세지는데, 구호만 앞섰던 재생에너지는 실속(失速)으로 추락위기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모두 불만족이다. 전형적인 시장실패다. 전통경제학에서 정부는 시장실패의 교정자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조종간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면서 점점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샤워실의 바보처럼 우왕좌왕하고 있다. 전 세계가 개방된 에너지정보를 양분삼아 창의적인 신산업으로 나아갈 때, 우린 독과점으로 거대해진 한전이 빈사 상태로 쓰러지는 걸 지켜만 보고 있다. 좌고우면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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