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망망대해는 수평선 끝이 굽을 정도로 넓다. 그 심연은 어떤가. 지상의 빛을 가두고, 잠수정을 찌부러뜨릴 만큼 깊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은 약 13억~14억㎦이고, 이 가운데 97%가량이 바닷물이다. 지구 표면이 매끄럽다고 가정하면 2.4~2.6km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이 바다에 일본이 하루 2만5000톤씩 30년간 후쿠시마 오염수를 내다버리겠다고 한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성 물질을 거르고, 방류 전 바닷물을 다량 희석해 내보내니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일본과 IAEA, 그들을 옹호하는 국내 원자력 학자들의 주장이다.

일견 타당한 말이다. 그 많은 바닷물에 섞어 흘려 농도나 유해성이 옅어지지 않을 물질이 어딨나. 방사능보다 더한 것이라도 그렇다. 그걸 과학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게 낯 뜨겁다. 

문제는 기준치 이하니 괜찮다는 주장이다. 수산물시장서 떠먹은 어항물도 한번은 괜찮지만, 그조차 빈도가 잦으면 배탈이 나고 사람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더욱이 후쿠시마 오염수는 단순 유기물이 아니다. 거대한 지구와 바다 생태계의 순환고리를 생각하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볼썽사나운 건 인류 공유지에 대한 이 최악의 오염수 투기를 논하는 자세다. 주로 후쿠시마 이전 원전 안전신화를 부르짖던 이들이 앞장서 대중을 무지몽매한 부류로 깎아내리고 있다.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한다고 순수(純水)가 되나. 여전히 방사능 물질이 남고, 그걸 '처리수'로 명명한다고 해서 위해성이 줄지 않는다. 망망대해에 풀어 수치만 낮추는 '그들만의 과학'이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된 사고로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가늠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됐다. 그런데 피의자 측에 속한 이들이 피해자더러 빈정대며 향후 유해성을 입증하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원자력은 여전히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가?. 이런 사고비용과 사용후핵폐기물 처리비용까지 포함하면 발전비용이 무한대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최악의 원전사고를 반복해 겪으면서 원자력계 내부에서 한번이라도 진정성 있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적 있던가. 작은 쓰레기를 길가에 버려도 손이 부끄럽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법이다.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관대는 앞으로 누구나 바다를 인류 쓰레기장으로 활용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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