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올여름 원전 최대가동으로 전력수급 안정화’

여름철 전력수급대책기간이 종료되자, 지난달 중순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전력수요가 8월 7일 역대 최곳값인 93.6GW까지 치솟았으나 21기의 원전이 전력을 충분히 공급해 무탈한 여름을 보냈다는 내용이다. 수요가 많을 때 공급량을 최대로 늘려 만일을 대비했다고 하니, 여기까지는 정부의 자화자찬으로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문제는 느닷없이 태양광의 변동성을 운운한 이후 전개다. 보도자료는 “태양광 비중이 커지면서 수요의 변동성도 높아졌다. 날씨가 좋을 때는 수요를 분담하는 효과가 있지만,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크고 예측가능성이 낮아 수급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전원믹스를 도출해 차기(11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하겠다”고 결론을 맺는다. 원전은 안정적이고 듬직한 전원으로, 태양광은 불안하고 제멋대로인 전원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 주무부처가 작성한 이 보도자료를 기자나 국민은 액면 그대로 믿으면 되는 걸까. 전력당국이 집계한 그날의 실제수요를 확인해보면 현 정부의 ‘원전 띄우기‧태양광 깎아내리기’가 얼마나 낯 뜨거운 수준인지 금방 알게 된다. 8월 7일 추계실적(시장내수요+비계량태양광)에 따르면 이날 피크시간은 정부 발표처럼 오후 5시가 아니라 오후 3시였고, 해당시간대 최대수요 역시 93.6GW가 아닌 100.8GW에 달했다. 공장이나 주택지붕에 설치한 자가용 태양광이나 소규모 한전직거래(PPA) 태양광이 마치 소비가 준 것처럼 착시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지난해 3월 기준 전체 태양광 설비 26.4GW 가운데 발전량 계량이 가능한 시장내 설비는 7.4GW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 설비 발전량은 계량값을 대입해 추계를 낸다. 이런 방식으로 도출한 당일 실제 피크시간대 태양광발전량은 14.5GW로 피크수요의 14.4%를 감당했다. 요즘처럼 햇빛이 좋은 계절 한낮(5일 정오 기준)의 발전량(21.22GW)은 원전 못지않고 그 비중은 30%를 넘어선다. 매년 GW단위로 태양광이 늘어나고 있으니, 태양광기여도와 실수요간 오차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산업부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피크 시 원전이 발전량의 23.4%인 21.9GW를, 태양광은 2.7%인 2.5GW를 공급했다고 적시했다. 실제 피크시간(오후 3시)도 아닌 해가 기우는 시간대에 측정 가능한 발전값만을 24시간 같은 출력을 내는 원전과 비교함으로써 태양광의 지대한 피크부하 저감효과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태양광이라고 단점이 없는 전원은 아니다. 원전도 나름의 장점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대통령이 원전을 편애한다고 에너지 주무부처가 이런식으로 특정전원을 띄우거나 폄하하는 건 부적절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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