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전력계통 혁신대책'에 서해안HVDC 쐐기 / 2036년 준공 목표 7조9천억원 투입 내년에 노선 확정/ 원전 단지 축진동 및 재생에너지와 간섭도 미해결

동서·남북 HVDC 전력망 구축계획 설명도 ⓒ산업부
동서·남북 HVDC 전력망 구축계획 설명도 ⓒ산업부

[이투뉴스] 정부가 동해안~수도권(신한울~신경기) HVDC(초고압직류송전) 송전선로에 이어 호남~태안~인천을 잇는 서해안 종축(縱軸) HVDC 조기 착공과 준공(2036년)을 공식화했다. 동해안 신규 원전과 호남지역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직접 수도권으로 보낼 ‘해저·육상 전력고속도로’를 확충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력전자기술 기반의 HVDC를 기존 교류망과 연계 운영 시 고장 파급 영향이 커지는 데다가 원전과는 발전기 축진동, 태양광·풍력 등 기존 재생에너지 전원과는 인버터 간섭 등의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0km이상의 장거리 전력수송이나 해상~육지 해저연결을 위해 쓰는 값비싼 기술을 무턱대고 확대, 전력망의 강건성을 되레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4일 방문규 장관 주재로 연 제30차 에너지위원회에서 공개한 ‘전력계통 혁신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4조6000억원 규모 동해안~수도권 HVDC(8GW)를 2026년 6월까지 완공해 신한울 3,4호기(2.8GW)와 동해권 신규 석탄화력 전력수송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 노선이 동·서를 잇는 ‘횡축(橫軸) 전력고속도로’라면, 이번에 발표한 서해안 HVDC(목포~태안반도~서인천)는 남·북을 종축으로 잇는 새 직류송전선로다. 사업비 7조9000억원을 투입해 2036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송전선로 시·종점을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경과지(지나는 노선)를 정해 해양수산부·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부, 한전, 전문가, 산업계, 관계부처 등으로 ‘서해안 HVDC 추진 TF’를 꾸려 사업을 관리하되 변환기술 국산화와 직류차단기 및 변환용변압기 등의 핵심설비 국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일부 국산화가 완료된 전압형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경과지와 사업방식을 확정하고, 2028년까지 인·허가를 마친 뒤 이듬해 착공해 2036년 준공하는 일정이다. 이 과정에 산업부는 민간이 송전선로 설계·시공에만 참여하는 현행 방식을 용지확보와 인허가까지 포괄해 수행하는 턴키계약으로 전환해 처음 적용한다. 단, 송전망 민영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소유권과 운영권은 한전이 그대로 맡는다. 

기존의 전원개발촉진법을 대체·보완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으로 전력망 확충속도도 대폭 높인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가칭 국가전력망확충위원회가 345kV이상의 무탄소전원(원전·재생에너지) 연계나 국가첨단전략산업 공급 송·변전설비 노선 중 특별법 적용대상을 선정하면, 국가 차원의 지원과 인허가 특례, 각종 보상지원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345kV 기준 현재 평균 13년이 걸리는 송전선로 건설기간을 9.3년으로 30%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전력망 알박기 규제 설명도
전력망 알박기 규제 설명도

전력망 포화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를 제한하고, 전력망을 선점한 뒤 발전소 착공을 하지 않는 소위 ‘전력망 알박기’도 본격 규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는 연내 한전과 계통포화변전소를 확정해 공지한 뒤 154kV이상 해당지역 연계 접속을 신청하는 모든 신규 발전사업 허가를 불허하기로 했다. 또 망이용계약 체결 후 발전소를 착공하지 않아 후발사업자 진입을 방해하는 물량이 적지 않다고 보고, 망이용계약 후 사업미개시 허용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허가용량보다 많은 전력망을 사용하는 사업자 관리와 허수 전기사용자 신청요건도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 송전용 전기설비 이용점검 결과에 의하면, 망을 확보해 정상추진하는 사업은 218건 21.3GW이며 사업지연 사업사업 372건 16.2GW이다. 12건 500MW는 사업지체를 이유로 최종 계약해지 처리했다. 산업부는 계통혁신대책에서 “지역별 전력수급 불균형으로 요구되는 전력망 지속 확충은 실현 불가능하다”면서 “전력망을 유한자원으로 보고 새로운 질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차 송변전설비계획 노선계획도 ⓒ이투뉴스 DB
10차 송변전설비계획 노선계획도 ⓒ이투뉴스 DB

대규모 HVDC 확충계획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잖다. "적재적소에 필요한만큼만 적용해야 할 값비싼 기술을 충분한 검증없이 무턱대고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통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 발전원이 집중돼 있는 전력망은 기존 교류망 고장이 HVDC 운영에 즉각 차질을 준다. 직류망이 교류망에 의존적이라 고장기간 HVDC도 운영도 불가능하다. 불시 고장이 광역정전으로 확대되기 쉬운 구조다. 여기에 북당진~고덕 HVDC처럼 전력반도체로 이뤄진 직류송전망 자체의 고장사고가 교류망 대비 월등히 많다는 점도 걱정거리의 하나다.

전력이 끊기면 원자로 냉각이 위험해지는 대규모 원전단지를 HVDC와 연결하는 것도 논란이다. 정부는 이번 혁신대책에서 동해안 송전제약으로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등의 전력공급 차질이 우려되므로 HVDC 기간망을 구현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HVDC 변환소가 원전 인근에 위치할 경우 축진동 주파수와 공진을 일으키는 SSTI(Sub-Synchronous Torsional Interaction)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고, 계통 고장 시 원전 냉각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역시 직류기반 인버터 전원이어서 계통접속량이 늘수록 HVDC와의 상호간섭이 증가한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북당진~고덕 1.5GW도 제대로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고, 설비는 지속 열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건설하는 동해안 HVDC의 제어기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해외 도입설비이고 HVDC와 우리 전력계통의 특성을 검토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수도권에 미증유의 대형 HVDC를 계획하는 무모함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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