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내년 신뢰도고시 개정 시 반영키로
전력부족만 챙기던 계통운영 변화 불가피
비중앙발전·경직성전원 동시증가 '이중고'

정부와 전력거래소가 신뢰도 고시 개정을 통해 하향예비력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은 중앙전력관제센터.
정부와 전력거래소가 신뢰도 고시 개정을 통해 하향예비력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은 중앙전력관제센터.

[이투뉴스] 정부와 전력당국이 전력수요보다 공급이 넘쳐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당일 가동발전기들이 일정량 이상의 출력 하향(下向) 능력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관련 고시를 정비한다. 전력부족 상황에만 맞춰져 있던 그간의 계통운영 방식과 원칙이 전력과잉까지 대응토록 확장될 전망이다.

10일 <이투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봄·가을철 계통운영방안을 정례적으로 수립하는 한편 수급균형을 위해 발전력을 줄이거나 수요를 늘리는 하향예비력 개념을 도입해 신뢰도 고시에 반영할 예정이다. 전력부족 대응 중심의 기존 계통운영 방식으로는 공급과잉을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지작업은 완료했다. 당국은 올 하반기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 논의 때 공급과잉 상황을 정상,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구분해 하향예비력이 2GW이상일 때를 ‘정상’, 1.2~2GW는 ‘주의’, 0.7~1.2GW는 ‘경계’, 0.7GW 미만은 ‘심각’으로 각각 규정키로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년에는 각 단계별 조치사항을 매뉴얼로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력수요가 증가할 때 추가로 가동가능한 발전력을 의미하는 '공급예비력'과 전압조정 등 다양한 수단을 포함한 '운영예비력'만을 다루는 기존 체계는 이들을 묶은 '상향예비력'과 '하향예비력'으로 확장된다. 2001년 전력시장 개설 및 계통운영기관 독립 이후 하향예비력 개념을 제도화하는 건 처음이다.

정부는 명확한 근거나 기준 없이 시행해 온 출력제어도 대상전원과 제어순서, 용량, 절차 등을 매뉴얼화 해 시장운영규칙에 반영키로 했다. 당국 관계자는 “공급이 많을 때 주파수가 과도하게 상승해도 출력을 낮출 여력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정 하향예비력을 확보하도록 제도화하는 건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뢰도 고시상 예비력 체계 변경안
신뢰도 고시상 예비력 체계 변경안

이같은 계통운영 여건변화는 재생에너지가 촉발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01년 0.6%에 불과했던 비중앙급전발전기 비중은 올해 9월 현재 20.4%(28.6GW)로 증가했다. 여기에 자급자족형 태양광이 수요를 상쇄하면서 2018년 봄철 주말 오후 1시 기준 48.8GW였던 연중 최저수요는 올가을 연휴 같은사간대에 38.0GW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실시간으로 출력조절이 안되는 원전과 태양광 등 경직성 전원이 동시 증가하면서 계통 유연성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말 기준 38.6%였던 경직성(원전·태양광) 비중이 2030년 54.0%, 2036년 65.2% 순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사이 전력수요 최대 변동폭도 2018년 7.0GW에서 지난해 15.6GW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전환 가속화에 대응해 전통발전기들의 최소출력 수준을 추가 하향 조정하고, 유연성에 기여하는 자원들에 보다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전력시장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최소출력은 석탄화력이 설비용량의 60~70%, LNG(가스발전소)가 30~40% 내외다.

전력당국의 한 고위당국자는 "덴마크 등 유럽의 경우 우리보다 더 낮게 최소출력 기준을 정해 계통을 운영하고, 기준을 충족 못하면 결국 가동을 못하는 상황이 된다"며 "하지만 최소출력 하향운전은 설비에 미치는 영향과 환경설비 추가 투자가 필요하므로, 보상체계를 통해 시그널을 주는 정책적 시장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전사들의 신규 발전설비 도입계획을 보면 아직 규모의 경제나 수익성만 따져 설비용량 단위규모가 큰 대형위주"라면서 "앞으로는 모든 발전기들이 예외없이 계통안정화에 기여해야 하고, 그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돌아가도록 제도가 설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개천철 연휴와 태양광발전량 증가로 전력수요가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올해 10월 1일의 실시간 전력수급 그래프. 정비일정 조정을 통해 원전 2기를 정지한 뒤 모든 화력발전기를 최저출력을 가동하면서 양수발전으로 3.7GW의 수요를 만들었음에도 최저수요가 38GW까지 떨어졌다.   
개천철 연휴와 태양광발전량 증가로 전력수요가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올해 10월 1일의 실시간 전력수급 그래프. 정비일정 조정을 통해 원전 2기를 정지한 뒤 모든 화력발전기를 최저출력을 가동하면서 양수발전으로 3.7GW의 수요를 만들었음에도 최저수요가 38GW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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