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과 석유수요 전망에 대해 여전한 견해차

[이투뉴스] 내년 세계 석유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했다.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하자는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에도 불구하고 소비전망이 견고하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IEA는 최근 발간한 월간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제전망이 개선되고 유가가 낮아졌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내년 세계 석유소비 증가량이 기존 전망치보다 13만 배럴 증가한 하루 110만 배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수요 전망은 선진국을 대표하는 IEA와 원유 생산국단체인 OPEC 사이에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두 단체는 최근 몇 년간 장기적 수요와 새로운 공급에 대한 투자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돌해 왔다. 

화석연료 퇴출과 빠른 에너지전환을 주창해 온 IEA는 지난 3개월 동안 수요 둔화와 공급 증가를 포함한 연구결과를 논의한 후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IEA는 내년 전망값 수정에 대해 “지난달 보고서를 작성했을 때보다 다소 개선된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반영했으며, 이는 연착륙이 가시화되고 있는 미국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가 하락은 석유소비의 추가 증가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지난달말 OPEC과 러시아 등 우방국들이 포함된 OPEC+는 내년 1분기 신규 감산을 발표했으나 유가는 배럴당 72달러 부근으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유가는 IEA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인 14일 약 2% 상승한 76달러 근방에서 거래됐다. 

IEA는 올해 석유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230만 배럴로 9만 배럴 낮추기 4분기 예상치를 약 40만 배럴 조정했다. 내년 수요 증가율이 절반으로 감소한 것은 주요국의 경제 성장 추세가 밑돌고 전기차 업계의 호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EA는 OPEC+의 공급 감축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져도 가격 상승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다른 나라들의 생산량 증가가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생산량의 지속적인 증가와 수요증가 둔화는 주요 생산국들의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고, 유가 상승을 유지하려는 시도들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OPEC은 13일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246배럴로 유지했다. 내년 전망치는 지난 달과 변동이 없는 하루 225배럴로 예상했다. 

IEA와 OPEC의 내년 예측의 차이는 줄었지만 하루 예상 증가량은 115만 배럴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하루 세계 석유 사용량과 OPEC 회원국인 리비아의 일일 생산량의 약 1%에 해당한다. 

<로이터> 통신은 "석유 수요 예측가들은 올해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 해제와 금리 상승을 포함해 경제 전망이 변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예측치에 대한 상당한 수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이 최근 내년 차입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후 달러가 하락하면서 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금리 인상 주기가 끝나고 내년 차입 비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프라이스 퓨처 그룹의 필 플린 선물 분석가는 "석유를 둘러싼 분위기가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시장 밖의 변동성을 흔드는 주요 촉매제 중 하나가 연방준비기관"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소비자 차입 비용이 줄어 경제 성장과 석유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 약세로 구매자들에게 유가부담은 준다. 유럽중앙은행은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에도 불구하고 차입 비용이 사상 최고치를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하면서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전망을 일축했다. 

석유 투자자들은 경제 성장 둔화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낮추고 내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동에서의 긴장이 가격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브렌트유는 올해 배럴당 평균 약 80달러를 기록했다. 내년 평균 예측값은 84.43달러이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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