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신규수요 소폭 증가
가격인하 등 경쟁 가속…저렴한 배터리 개발 투자 확대

[이투뉴스] 영국이 독일에 이어 전기차 100만대 시대에 도달하는 두번째 유럽시장이 된다. <유로모니터>는 올 1분기 100만번째 전기차가 영국 도로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영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예고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올해 전기차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기차 신규 수요는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또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2024년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저가 전기차 출시가 늘어나며 시장의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말 포드와 GM, 테슬라는 모두 전기차 생산 확대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GM은 최근 혼다와 추진하던 5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공동개발계획을 철회했다. 포드는 투자액을 축소하고 공장가동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10월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시장을 “잔인하다”고 표현하며 가격 전쟁과 공급망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 

◆유럽 전역 전기파 판매 정체 전망
자동차 시장 분석가인 마티아스 슈미트는 올해 유럽 전역에서 전기차 판매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과 노르웨이 등 전통적으로 강한 시장에서도 성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영국은 배출가스 제로 자동차(ZEV) 의무를 시행해 그나마 사정이 나을 것으로 관측했다. 영국에서 1월부터 판매되는 차량의 1/5 이상이 전기를 사용해야 하며, 2030년까지 이 목표치는 80%에 도달해야 한다. 슈미트 분석가는 “(영국에서) 전기차 제조사들이 ZEV 의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두르기 때문에 ‘구매자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추가비용 없이 더 높은 트림을 제공하는 등 가격인하가 잘 숨겨질 것이다. 제조사들이 가격인하에 대해 노골적인 태도를  주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로모니터> 예측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신규 승용차 등록의 25%가 전기차가 될 것이며, 전세계 판매량 17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판매성장세 둔화는 2023년 하반기부터 분명하게 드러났으며, 2024년에도 지속적으로 판매가 저조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유럽에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포함) 판매는 전년대비 두 배 이상 감소했다. 

올해 역시 금리인상이 전기차에 대한 소비 욕구를 약화시킴에 따라 거시경제적 문제가 수요를 더 위축시킬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유럽과 북미 지역의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량 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비용은 판매둔화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었다. <유로모니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응답자의 65%가 높은 비용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꺼리고 있다. 

2024년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중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가격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 구매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상당한 가격인하를 단행했으며, 업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충전 편의성과 접근성을 향상시켜 충전기 부족과 충전 시간, 신뢰성 등 전기차 충전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게 판매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용저감 위한 배터리 신기술 개발에 집중
한편 올해 자동차 제조사들과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배터리의 비용을 낮추기 위한 신기술과 화학 물질을 구현하는데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차 비용의 최대 40%가 배터리로 구성된다. 2024년에는 탄산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값비싼 금속 사용을 최소화하는 전기차 배터리, 특히 음극재에 새로운 화학물질을 통합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됐다. 

테슬라와 BYD를 포함한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저렴한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리튬-인산염(LFP) 사용으로 전환했으며, 세미트럭에 이 배터리 사용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BYD는 전통적인 리튬 유형보다 상당히 저렴한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더 저렴한 전기차 배터리로의 전환은 전기차 가격을 계속 인하하고, 대중 시장을 위한 더 매력적인 가격 전략을 추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올해 전기차 충전 산업에서 지배력을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포드와 GM, 혼다 등은 2023년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포트인 북미충전표준(NACS) 커넥터를 채택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는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테슬라가 아닌 곳에서 충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를 개발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편의성을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테슬라 충전기 포트를 차량에 통합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포드는 2025년부터 신규 전기차에 NACS 포트를 장착할 계획이다. 

올해는 더 많은 OEM 업체들이 테슬라와 파트너십을 맺고, NACS 커넥터 포트를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선점하는 위치에 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백악관은 2024년 말까지 테슬라가 아닌 차량들이 최소 7500개의 테슬라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충전 부족을 전기차 전환의 주요 장벽으로 지목하는 대중 시장에서 전기차 채택을 촉진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은 지난 1년 간 세계 최대 규모로 자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을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의 저렴한 가격과 첨단 기술을 더해 중국은 공급망을 장악하고, 다른 제조사들이 격차를 좁히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값싼 중국산 전기차 확대로 인해 서구 자동차 회사들이 시장 점유율의 4분의 1 가량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중국 브랜드는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은 자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으며, 특히 중국 대표기업 BYD가 테슬라를 바짝 뒤쫓고 있다. 2022년 중국에서 전기차는 전체 신차판매의 25%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9월 37%로 확대됐다. UBS 분석가들은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두 배 커진 33%로 증가하는 반면, 서구 자동차 제조사들의 점유율은 2023년 81%에서 58%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2023년 BYD가 북미 및 유럽 제조사에 비해 25% 정도의 비용우위를 점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에게 브랜드 인지도 구축과 마케팅 등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과제가 있어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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