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아직 석유가 발견된 것도 아닌데..." 한 목소리
尹 국정브리핑서 동해 앞마다 석유 매장 가능성 언급
[이투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자원개발업계는 의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부존 가능성만 갖고 발표한 것은 일러도 한참은 이르다는 지적이다.
통상 자원개발업계는 자원 탐사시 성공률을 10% 내외로 본다. 그야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이다.
자원개발업계 한 교수는 이번 발표에 대해 "(이번 프로젝트가) 시추 성공률이 20%라며 높은 수준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반대로 말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80%란 얘기"라면서 "부존 가능성만 가지고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 이런 발언은 산업부 장관도 하기 껄끄러운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륙붕 탐사에 관심이 많았고 적극 투자를 해왔다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라면서 "자원개발 관련 예산 늘려 달라고 말을 해도 뒷등으로도 안 듣더니 느닷없이 이런 발표를 하니 의아하다. 시추할 예산이나 확보했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석유·가스 개발은 ▲물리 탐사자료 취득 ▲전산 처리 ▲자료 해석 ▲유망 구조 도출 ▲탐사·시추 ▲개발·생산 등의 단계를 거친다. 현재 정부는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 유망 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상태다.
또다른 자원업계 교수는 "유망 구조를 발견했다 하더라고 내부에 석유가 없을 가능성도 높고, 있다 하더라도 경제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시추에서 33공 뚫으면 1공에서 석유가 발견된다고 했다. 실제 성공률은 10%보다도 훨씬 낮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갈 얘기가 먼데 벌써부터 산유국 얘기까지 나오니 매우 걱정스럽다"며 "1공이라고 뚫고 석유를 발견하고 말하는 것이 맞는데 빨라도 너무 빨랐다. 만약에 이렇게 해서 석유를 발견했다 하면 대통령이 공을 취한다는 것인데, 반대로 실패하면 독박을 쓸 거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업개발업계 역시 비슷한 반응을 내비쳤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계획을 발표한 것은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지만, 섣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한 종사자는 "이례적인 대통령 브리핑에 깜짝 놀랐다"며 "내용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치적 이유를 떼놓고 생각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정작 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석유공사는 조용하다. 앞서 공사는 올해말 동해 앞바다에서 시추계획이 있다고 간략하게 밝힌 바 있다. 석유공사 자원개발 고위관계자는 "이번 대통령 발표는 그동안 공사가 추진하고 언급했던 시추 계획과 같은 사안이 맞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