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문재인정부 에너지정책은 ‘文정부의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 의해 무참하게 부정당했다. 애먼 정책당국자들이 구속됐고, 정권교체와 동시에 노후원전과 백지화원전이 부활했다. ‘탈원전’은 언감생심. 추가 신규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꾸러미를 떠안았다. 태평양으로 무한정 흘러 들어가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거론조차 안된다.
복기해보면 철학 부재에 의한 예정된 실패였다. 에너지자급률을 높이고 국민안전을 챙기는 보편적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면서 말이 앞섰다. ‘탈원전을 해도 전기료 오를 일이 없다’며 보수언론 눈치 살피기 바빴다. 전력 자급자족,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 무역규제(RE100) 대응, 기후위기 피해 최소화 등 상대의 얕은수를 제압할 명분은 널렸었다. 하지만 당·정은 집권내내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일부 민주당 인사와 기관장들은 엇박자로 가뜩이나 취약한 전선에 균열을 냈다. 송영길 전 의원은 신한울 3,4호기 중단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이원욱·김병욱·이광재 의원 등은 SMR 국회포럼에 이름을 올렸다. 청와대서 임명장을 받은 일부 에너지기관장들도 사석에선 진저리를 치며 본색을 드러냈다. 단일 대오로 스크럼을 짜도 모자랄 판에 적전분열로 우왕좌왕했다. 공무원들은 바짝 엎드려 요지부동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의 이런 줏대 없는 에너지관(觀)은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안을 저잣거리 흥정하듯 받아들일 태세다. 김정호 의원을 제외한 대다수 산업위 소속 위원들이 ‘정무적 판단’으로 수정안 수용을 시사했다고 한다. 탈원전 프레임에 갇히면 재생에너지도 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급기야 이언주 의원은 한 토론회에서 “모든 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 원전을 특별히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는다면, 에너지정책의 항로가 어떠할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과연 정무적 판단대로 중도층 표를 끌어올 수 있을까. 한쪽에선 다 뒤집어쓸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차피 누가 집권하든 다음 정권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과 신규원전 건설부지를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다. 같은 전력망 안에서 동시에 비중이 커지면 비용이 급증해 둘 다 사는 게 아니라 둘 다 죽는다. 상생과 조화를 운운하는 이들은 가짜 전문가다. 그런 논리에 민주당이 고개를 끄떡인다면,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판단이 옳았다고 박수를 쳐주는 격이다. 도긴개긴이라며 되레 표가 이탈하지는 않을까. 제때 구조전환을 시도하지 않은 전통 산업이 동시에 몰락 위기에 처해 있다. 실기한 에너지전환은 그 위기를 키울 것이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민주당의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