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박종배]  21대 대통령을 위시한 새 정부가 출범한다.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야기된 갈등과 불안을 잠재우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활기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국정 방향을 제시해 주리라 믿는다. 투자와 소비를 진작하고, 미국과의 관세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며, 수출 기업들의 활력을 돋아줄 정책일거라 기대한다. 위기를 넘어 비상 사태의 국면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률은 소비, 건설, 설비 투자, 제조업, 수출 등 경제 전반적 부진으로 1분기에만 0.2%가 감소하였다. 한국은행이 2025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대폭 낮춘 것은 올해 남은 기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경고를 한 셈이다. 1분기 한전의 전력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0.5%나 줄어 들었다. 산업과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고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새 정부는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전 산업에서의 전방위적 규제 완화와 더불어 민간의 투자가 대대적으로 일어날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전력산업은 그 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올해 발표된 제11차 장기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해상풍력, 태양광, 수소, 전통원전과 SMR 등 무탄소 전원, 석탄을 대체하는 LNG 복합발전과 집단에너지, 양수와 배터리 등 에너지저장장치, 서해안 HVDC로 대표되는 송배전망의 구축에 수백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해상풍력에 100조원, 양수와 배터리에 50조원, 송배전망 구축에 100조원, 원전과 SMR에 수십조원 등 향후 15년 동안 어림잡아 400조원 정도나 투자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올해 육지 500MW, 제주 40MW의 배터리 중앙계약시장의 경매가 진행 중에 있다. 싸고 화재에 안전한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주 대상으로 1조원에 이르는 시장이 열렸다. 불황에 처한 이차전지 산업에는 탈출구를, 안정적 계통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전력시장에는 유연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인 양수발전에도 10여조원이 투자됨에 따라 건설과 중전기 산업의 활성화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서해안 HVDC를 포함한 국가기간 송전망과 지역 배전망의 투자에 향후 15년동안 100여조가 투자됨에 따라 중전기 산업을 포함한 전기산업계 전체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다. 서해안의 고정식, 동해안의 부유식 해상풍력도 RE100 기업에는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국내 해양 플랜트 산업의 부흥에도 기여할 것이다. 전력산업은 전형적으로 전‧후방 경제 효과가 매우 큰 인프라 산업이므로, 전력망의 투자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의 육성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전력산업계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것이다. 전력과 유관 산업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시점이다. 

지난 5월 21일, 정부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후보지를 평가하였고, 전국의 지자체와 분산에너지사업자는 총 25개에 이르는 혁신적인 사업을 제안하였으며, 이 가운데 7개 사업이 후보로 선정되었다. 제안된 사업들은 특화지역 내의 직접 전력거래뿐만 아니라,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혁신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제주의 VPP 기반 V2G 사업, 해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 부산의 ESS 팜(Farm)을 이용한 저장전기판매 사업, 울산과 서산의 고효율, 저원가 집단에너지를 활용한 지역 산업체의 경쟁력 제고, 포항의 청정 암모니아를 이용한 분산형 수소엔진 실증, 의왕의 마이크로그리드 기반 전기저장판매사업 등 후보 사업 모두 현재의 기술과 규제를 뛰어넘는 미래 지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전력산업의 연구개발-실증-적용과 같은 단계적 절차를 훌쩍 뛰어 넘었다는 점, 신기술과 신사업 모델이 민간 분산에너지사업자의 투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 특화지역내의 전기요금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결정하는 점 등에서 현재의 전력산업에서는 볼 수 없는 혁신성을 가지고 있다. 지자체-민간사업자-지역소비자가 자율적으로 지역의 전력산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새 정부는 분산화를 더욱 독려할 필요가 있다. 

’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50년 탄소중립의 성공적 달성, AI 및 첨단반도체와 같은 미래 혁신산업의 육성과, 향후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 전력망과 탄소중립 관련 산업, 그리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는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또한, 전력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강건한 국가 기간 전력망을 구축하고, 똑똑한 지역기반의 분산형 전력산업을 구현하는 것을 통하여 가능해진다. 이 모든 것에 적극적인 민간 투자가 일어나야 하며, 민간의 적극적 투자의지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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