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자원협력 비화-석탄공사편③] 22년 공기업 생활 정리하니…

[이투뉴스 /조찬제 편집위원] 지분 차지하기 '물밑경쟁'

석탄공사, 아스트라상사, 포넷, 홍콩 대상이 컨소시엄으로 참가하는 서평에너지㈜가 2007년말 자본금 100억원으로 탄생했다. 이 과정에 서로 많은 주식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석공과 아스트라상사는 액면가로 하고, 홍콩 대상은 2배, 포넷은 3배의 할증을 붙여 인수하기로 했다.

당시 필자는 금융 지식이 부족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컨소시엄에 자본 참여하는 업체는 액면가로 서로 협의해 원하는 지분을 배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소위 '여의도 금융계'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주식을 발행할 때 할증을 부쳐 팔면 초기 고생한 것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 주었다.

이 시기 남북경협주가 인기를 끌었고, 코스닥 등록을 하기도 했으며 여러 수단을 동원해 주식으로 '뻥튀기'를 하려는 세력이 많이 있었던 가 보다. 아스트라상사는 초기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주식을 취득하고 싶어 했고, 석공도 지분에 욕심을 내기도 했다. 물류회사와 무연탄 수입업체, 자원개발 희망업체들이 서평에너지에 지분을 투자를 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참여를 타진했다.

그것 때문에 여러 번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아스트라상사 60%, 석공 20%, 대상 10%, 포넷 10% 지분을 갖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 2007년 12월 말 자본금을 납입하기로 약속했는데, 석공과 홍콩대상만 각각 20억원씩 납입했고, 포넷은 2008년 1월말로 1차 연기, 2월말로 2차 연기하면서 3월말쯤 납입대금 일부만 납입하고 나머지는 포기했다.

포넷의 나머지 주식을 아스트라상사가 인수했고, 석공은 20% 지분이 많다면서 갑자기 주식 10%를 줄이겠다고 했다. 주식 대금 납입한 지 몇 개월이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주식을 재 매각하겠다고 하여 실무를 맡고 있던 필자를 당황하게 했다.

공개 매각을 할 수도 없어 대주주인 아스트라상사에게 주식 10%, 납입대금 10억원에 금리 및 추진경비를 더해 10억 5000만원을 받고 반납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이 일을 추진했던 석탄공사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들이 퇴직했고, 구조조정으로 결재선 상에 있는 상사들이 다 자리를 떠난 뒤 필자만 남았다.

그리고 이내 대북사업팀도 해체됐다. 석공은 대북사업을 추진할 능력과 의지가 없어 보였다. 필자도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초기에는 서평에너지에 파견 근무를 하기로 했는데, 사장이 갑자기 퇴직을 하고 나니 상사가 파견근무를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시기가 필자의 인생에 있어 중대전환점이 된 것 같다.

22년 근무한 직장을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쉬움과 미련이 많이 남았다. 소위 온실 속에서 자란 나무가 폭풍우 몰아치는 허허벌판으로 내몰리는 그런 심정이었고, 필자가 해온 일이 에너지 및 자원, 대북관련 일인데 민간기업에서 필자의 경력을 인정해 줄지가 걱정이었다. 그리고 근무환경이 전혀 다른 민간업체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인지, 우월적 지위의 “갑”의 생활을 해오다가 갑자기 접대를 해주어야 하는 약자인 “을”의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가 근심됐다.

다행히 필자는 퇴직하자마자 서평에너지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 수 있었다. 명예 퇴직금을 두둑하게 받고, 거기에 실업수당도 일시불로 받으니 주머니 사정이 한결 나아졌다. 이제까지 고전하던 서평에너지도 필자가 입사한 시기 북한에서 석탄이 잘 내려와 회사 분위기가 좋아졌다. 하루하루는 즐거운 날의 연속이었다.

제 2의 인생을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인 카드를 지급 받아 공기업에서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많은 비용을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좀 더 빨리 공기업을 벗어났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필자의 화려한 시기는 채 3개월을 넘기기 못했다.

영업 상무로 근무한 필자는 영업적인 일은 별로 할 게 없었다. 자금, 대북투자, 석탄 수입 등을 사장이 직접 맡아 처리하니 영업상무의 할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으로 위로 삼았다. 석공 재직 시 이 회사를 함께 설립하다시피 했으니 필자를 배려해 주는 차원에 영업상무 직급을 준 것으로 생각했다.

사장은 퇴직금을 포항 조개탄 공장 설립에 투자해 달라고 했다. 아스트라상사에서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던 직원과 필자에게 이제까지 고생한 보상을 해주지 못했으니, 조개탄 공장 운영 수입금 일부를 배분해 주겠다고 했다. 회사 경영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사장을 신뢰하고, 투자를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 지 공장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제조업 운영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 무역 관련 일만 해왔던 업체가 조개탄 전문 기술자 한 사람도 확보하지 않고, 조개탄 중고 설비를 전국에서 끌어 모아 조립하다보니 계획대로 설비가 작동하지 않았다. 1차 시공한 것을 전면 재설비하다 보니 자금은 이중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조개탄 시장은 철강 시장과 맞물려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잘못하다가는 퇴직금을 다 날릴 판이었다. 관리상무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때 의도치 않게 회금의 관리업무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회사 자금사정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대표는 시도 때도 없이 직원을 닥달했고, 그런 여파는 필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자신의 부족함을 제대로 채워 주지 못했는지 필자의 공기업 근무경력까지 도마에 올랐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참기 어려웠다.

한 날은 사장과 심한 언쟁이 벌어졌다. 도저히 참기 어려울 정도의 배신감을 느꼈다. 투자금을 다 돌려주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투자금 일부를 상환 받고, 몇 달 후 나머지를 모두 상환 받았다. 일단 퇴직금을 수중에 넣었으니 마음은 가벼운데, 사장과의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아스트라상사는 필자 지인의 자금을 차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필자가 연대보증 조건으로 빌려 온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왜 그런 일방적인 지원을 해 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필자의 돈과 친구의 돈을 되돌려 받기 위해 사장과 얼굴 붉힐 일이 더 많아진 것이다. 그렇게 신뢰하고 믿었던 관계가 냉랭해져 서로 마음 터 놓고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차입금 중 일부를 상환해 주기로 했는데, 자금사정이 좋지 않으니 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서로의 관계는 더욱 더 악화되었다.

대박을 기대하고 취득했던 그 주식이 되레 경영자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과욕은 금물이라고 했다.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욕심만 잔뜩 내어 마구 집어 삼키다간 배탈이 난다. 석공에서 내어 놓은 주식을 아스트라상사가 직접 인수할 게 아니라 제3자에게 매각했어야 했다. 그 주식을 받기 위해 많은 애를 쓴 것 같은데, 그게 돈이 된 게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되고 만 것 같다.

우리는 앞으로 전개될 미래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이 만만한 게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과욕을 부려서는 안된다. 주식을 매각할 기회가 여러번 더 있었지만, 그 욕심 때문에 제 때에 처분하지 못한 것 같다. 그 소중한 주식이 어느 날 일어나보니 휴지가 되어 하늘로 훨훨 날아 가버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때 땅을 치고 한탄해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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