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아프리카 최대의 빈민가인 케냐 나이로비 키베라(Kibera). 세계 3대 슬럼가로 꼽히는 키베라는 악취가 진동한다. 50만~70만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골목마다 쓰레기가 쌓여있고 바닥에서 오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9월께 지속되는 가뭄으로 부족 간의 총격전이 발생해 24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명이 다쳤다. 지난해부터 케냐는 강물이 마르고 산 정산의 빙하가 줄어들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가뭄 탓에 농작물이 자라지 않고 사람들은 깨끗한 식수를 구할 수 없어 키베라에서 45~55㎞나 떨어진 북동부의 와지르(Wajir) 지역까지 가서 물을 얻어오고 가축에게 풀을 먹여야 한다.

급기야 지난해 1월 16일 케냐 키바키(Kibaki) 대통령은 국가 식량비상시국을 선언하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케냐 주민들은 지독한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물이다. 케냐에서는 식량보다 물 부족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물 부족으로 겪는 식수난뿐 아니라 청결하지 못해 질병에 노출될 확률 또한 높기 때문이다.  

키베라는 기후변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추세를 규명하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접근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기후변화의 사회·경제적 영향이 인류에게 어떤 위협을 가져올 수 있는지, 잠재적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와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11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32차 총회가 열린다. 회의에서 2014년 발표될 제5차 평가보고서와 기후변화 특별보고서 작성 등 논의가 이뤄진다. 

지난해 '엉터리 기후보고서 파문', '기후 게이트(Climategate)' 등으로 회의론이 대두됐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IPCC의 공적은 인정된다. IPCC가 주도한 기후변화 과학이 지구 온난화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정부간 협상의 근거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IPCC 보고서가 기후변화 원인 규명과 생태적 영향평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왔다면 앞으로 나올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평가가 담겨야 한다. 

이로써 기후변화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선진국들이 이들 국가에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절대 빈곤의 땅, '제2의 키베라'를 탄생시키지 않을 묘안이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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