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며칠간 출입처 사무실에 앉아 취재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너무 더워 연신 땀을 훔쳐야 했다. 공공기관일수록 더하다.

정부의 권장 실내온도를 칼같이 준수하는 탓에 일의 능률이 오를까 싶다. 차라리 밖이 더 시원할 듯했다.

조금 일찍 초여름 더위가 찾아왔다. 벌써부터 전기냉방기기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돼 예비전력이 400kW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력거래소는 올 여름 전력 공급능력을 7953만kW, 최대전력 수요를 7519만kW로 전망하고 있다. 예비율이 고작 5.8% 수준에 그쳐 올 여름도 안정수급을 놓고 외줄타기가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최대전력 수요는 계속 경신돼 왔다. 최근 2년간은 겨울철에도 최대전력 수요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여름, 겨울도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추가 발전설비 확보와 수요 관리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값싼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때문에 내달 중 정부가 발표할 전기요금 로드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인상안 발표를 앞두고 인상대상 등을 놓고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앞선다.

우리나라 전기 과다소비의 주범은 산업계다.

지난해 전체 전력사용량이 전년대비 10.1% 증가한 반면 산업용 전력소비는 12.3% 늘었다. 주택용과 일반용의 소비증가율은 각각 6.4%와 8.7%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소비는 전체 소비의 53.6%를 차지했다.

산업용 전력 수요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이유는 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가정용 요금은 kW당 114원에 이르는 반면 산업용은 kW당 70.41원으로 가장 싸다. 가정으로부터 받는 요금으로 대기업을 보조하는 형국이다.

전력 예비율이 떨어질 때마다 안절부절 못하고 수요관리만을 외치는 방식으론 왜곡된 전기 소비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 정부가 이번 기회에 전기요금 체계를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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