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한 수차제조업체의 대표는 소수력발전소 사업의 입찰을 준비하다 결국 포기했다. 저렴한 중국산 설비를 수입하는 업자들이 입찰에 끼어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중도 포기하는 것이 실(失)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큰 태양광 산업에 초점이 집중되면서 이슈가 되고 있지 못하지만, 소수력이나 해양에너지 설비의 수입 저가공세 역시 국내 업체들에겐 큰 고민거리다.

'죽음의 호수'라는 오명을 씻고 해양에너지 시대의 물꼬를 틀었다는 시화호 조력발전소 역시 건설은 국내 기업이지만 실제 중요한 수차설비는 중국산이다. 현재 계획되고 있는 모든 서해안 조력발전소들의 수차는 중국에서 제조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풍력발전도 다르지 않다. 국내 풍력발전 규모에서 국산 비중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글로벌 리딩기업들과의 기술격차와 중국산과 같은 저가 공세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별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오매스 산업에도 연료를 만들기 위한 원료 수입이 물꼬를 틀 전망이다.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될 PKS, EFB 등의 팜열매부산물이 그것이다.

환경부와 지경부가 바이오매스와 폐기물을 두고 이런 저런 갈등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바이오매스 수입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일에 제동을 거는 정부기관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말뿐인 녹색성장'을 대변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바이오매스 연료의 원료를 수입하는 것은 경제적인 관점 이전에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의 기조를 뒤흔드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나 폐기물은 태양광, 풍력, 소수력 등의 에너지원과 달리 가공한 연료가 필요하다. 석탄이나 석유와 비슷하다. 이 연료를 수입하자는 것인데, 이 연료를 이동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연료는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 연료들을 적재한 선박과 도착한 항구에서 사용처까지 전달해줄 운반차량은 석유를 연료로 사용할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자 도입하려는 에너지원을 위해 또 다른 화석에너지 수요를 창출하는 이 같은 상황을 정책당국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현재 지속적으로 바이오매스와 폐기물을 연료로 한 대규모 발전소 계획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큰 이유다. 국내에는 아직 바이오매스나 폐기물 연료를 생산할 만한 충분한 인프라가 없다.

2020년까지 75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민간 폐자원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 중인 폐자원 연료화시설은 원주 RDF 시설이 유일하다.

현재도 원료를 건조할때 화석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건설될 발전소들 역시 한정된 연료 수급처로부터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할 것이 뻔하다. 화석연료 수요 역시 '동반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천명한 녹색과 성장의 동반주행이 수입산 설비와 연료로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정책기조에 맞는 돌파구를 고심할 때이다.

길선균 기자 yupin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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