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재벌들의 밥그릇] "이건희 회장, 경제학 다시 배워야"

정운찬 前국무총리가 추진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목표로 발족했다. 중소기업이 갈수록 생존이 어려워지는 국내 경제 생태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한국은 지금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양극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0조와 16조를 넘어설 거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며 쑥쑥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기업의 성장 속에서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얼마나 성장을 했을까?

지난해 초 유럽의 한 기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고환율 정책, 비정규직 양산, 불공정 하도급 거래 같은 선진국에서는 용납하지 않는 방식 때문이라는 부끄러운 보고서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사에서 20년 넘게 경제부에서 기자로 활동해온 곽정수 저자의 <재벌들의 밥그릇>은 경제 주체들이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성장의 과실을 얻는 '경제 민주화'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유경쟁이라는 시장논리 속에서 힘으로 시장을 제압하는 대기업과 그 횡포로 인해 힘들게 버텨나가는 중소기업의 현재 모습을 보면서 이런 환경이 왜 나올 수밖에 없는지 통계자료와 대기업 총수, 경제 전문가, 외국의 사례 등의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길을 찾으려 한다.

<재벌들의 밥그릇>은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재벌기업들의 제왕적 경영방식과, 그것을 둘러싼 대 중소기업 환경,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각도로 점검한다.

아울러 수요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대기업들의 불공정 하도급거래와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의 현주소를 현장 중심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양자가 상생할 수 있는 기업환경과 시스템을 모색한다.

저자 곽정수는 한겨레신문에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대기업 감시자다. 2000년대 초부터 대 중소기업의 상생과 동반성장, 기업사회책임(CSR)을 본격적으로 다뤄 왔다.

이 책을 관통하는 시각은 이제 대한민국도 경제 주체들이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성장의 과실을 얻는 '경제민주화'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시장과 자유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를 고발하고, 이런 환경이 왜 생겨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 현장의 생생한 쓴 소리, 손에 넣기 쉽지 않은 통계자료, 심지어 대기업 총수와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의 목소리, 경제전문가들의 다양한 식견, 외국기업의 풍부한 사례 등을 솜씨 좋게 풀어 놓는다.

2011년 말 현재 55개 재벌기업의 계열사 수는 1554개다.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말부터 따진다면 9년 동안 대략 열흘에 하나씩 계열사가 생긴 셈이다.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체면 불구하고 구멍가게까지 넘보는 재벌들의 무한탐욕에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들은 대책 없이 몰락하고 있다.

저자는 재벌들에게 밥그릇을 빼앗긴 서민들의 분노가 2011년 10.26 재보선 결과로 나타났고, 이것이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정치개혁의 시발점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한국경제 새판짜기'의 핵심은 대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통한 '이익공유제'다.

저자는 양극화 해소도, 청년실업과 노사문제 해결도, 대기업의 이익을 그들을 위해 희생하는 중소기업과 나누는 '상생의 경제민주화'를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익공유제에 대해 처음 듣는 용어라고 힐난했지만 저자는 재벌기업 경영전략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치며 경제선진국에서 시행중인 수많은 사례와 과학적 증거를 통해 이익공유제 논리를 뒷받침한다.

<재벌들의 밥그릇>은 모두 368쪽이며, 가격은 1만5800원이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