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부상 가능성
환경훼손·재생에너지 위축은 우려사항

[이투뉴스] 미국의 셰일가스와 캐나다의 오일샌드 등 비전통 에너지원 개발 붐으로 북미 에너지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는 미국내 제조업과 외교 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자국산 저렴한 연료로 운송비와 냉난방비 등 제조비 절감과 자동차 시장의 개선, 수십만개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영향들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에서 휘발유값이 고공행진하자 원유 수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에 대한 주된 이슈는 원유 생산량 감소나 저장량 고갈이었다. 지금은 중동에서의 정치적 긴장상황 때문에 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졌다.

재생에너지의 실용성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에 따라 미국내에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수압파쇄와 수평시추 등 신기술이 상업적으로 이용가능해 지면서 해저 깊숙히 또는 셰일 암석 깊이 매장돼 있는 가스를 추출해 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비경제적 개발지역이라고 간주됐던 장소까지 탐사와 생산이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셰일가스, 에너지 역사에 전환점 찍어

경기 후퇴와 함께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북미 휘발유 소비를 급격하게 감축시킨 주된 요인이었다.

북미의 에너지 산업은 소위 비전통적인 에너지원이 개발되면서 회복되고 있다. 미국 전역의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 캐나다의 오일샌드, 멕시코 만에서의 심해 시추로 에너지 생산량이 급증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미국과 캐나다는 최대 산유국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엑소모빌의 렉스 틸러슨 회장은 "북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잠재적으로 에너지 역사에서 결정적인 변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난달 휴스톤에서 있던 연설에서 말했다.

시티그룹의 애두 모스 세계 원자재 연구소장은 "북미는 '신(新)중동'이 될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멈추게 할 것은 환경론자들의 정치적 움직임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셰일가스 생산으로 저렴한 에너지 선택이 가능해진 미국에서는 화학과 제약, 비료 등 다양한 산업에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주요 외신이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제조업, 셰일가스로 "제조비 절감"

경제학자들은 충분한 천연가스 공급이 미국 제조업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몇년간 등락을 거듭했다. 1000입방피트당(ft³) 2달러에서 몇 년만에 14달러까지 상승했다. 최근 생산량 급증으로 가격은 다시 떨어져 2달러에 근접했다.

미국이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등극하면서 일부 미국 회사들은 제조라인을 다시 미국으로 옮겨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더 저렴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천연가스 가격은 다른 상업적인 부문에도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가스차로 운영할 경우 운송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소비 추세대로라면 미국의 가스 저장소는 최소 75년 정도 소비량을 갖고 있다.

시티그룹은 미국의 에너지 붐으로 2020년까지 360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무역 적자도 현재 수준에서 60% 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공급되더라도 휘발유값이 낮아질 보장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원유는 전세계적인 원자재로 세계 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특히 경제 신흥국에서 수요가 높아질 경우나 산유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질 경우 등 원유가에 미치는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에 원유가는 계속 불안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미, 러시아 제치고 "에너지 최대 수출국"

지질학자들은 오랜 시간동안 셰일 저장소에 대해 알고 있었다. 노스 다코다주의 바켄 지역(Bakken), 텍사스 주의 이글 포드(Eagle Ford), 바넷(Bannet) 지역에 엄청난 양의 셰일 원유와 가스가 저장돼 있다.

바켄 지역에서 생산량은 전무한 상태에서 최근 하루 50만 배럴을 넘었다. 이글 포드에서는 2004년 787배럴에서 지난해 3050만 배럴로 생산량이 급증했다. 이 곳에서 3년만에 하루 2430ft³의 천연가스도 생산되고 있다.

전국석유위원회는 최근 천연가스를 어떻게 개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과 의견을 에너지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북미 원유 생산량이 2030년까지 하루 2000만 배럴을 초과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정치적, 환경적 이유로 생산량이 제한될 경우엔 하루 1000만 배럴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티그룹은 2020년까지 북미 원유 생산량이 하루 2700만 배럴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에는 하루 1500만 배럴이 생산됐다.

미국에서만의 생산은 지난해 900만 배럴에서 2020년 1560만 배럴로 상승할 것으라고 주장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미국은 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등극하게 된다. 미국산 천연가스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판매될 수 있다. 석유 제품은 유럽과 남미에, 석탄은 중국으로 수출될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몇 년간 미국내 휘발유 수요가 낮아지면서 미국은 휘발유나 디젤 등 정제유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우드 매켄지 연구소의 제임스 브릭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미국이 연간 5억톤의 석탄과 32억ft³의 천연가스, 250만 배럴의 석유 제품을 수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에너지 시장에서 매우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있다는 전망이 있긴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땅 속에 자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 높아

셰일가스와 셰일원유 등이 미국 에너지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될 경우 상당한 환경적 우려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됐다. 해상 시추나 수압파쇄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위험성,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가능성 등 의문들을 환경론자들이 제기하면서다.

천연가스 옹호자 측은 천연가스 생산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오히려 줄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연가스보다 배출이 더 심한 석탄 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끌어오기 때문이란 의미다. 실제로 이미 많은 전력사들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연료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이 지속적으로 강한 반대를 펼치거나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면 석유 제품에 대한 정부 제재나 송유관 건설 사업의 철회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키스톤 XL 송유관 연장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옹호론자들은 캐나다로부터 오일샌드 수입량을 늘이기 위해 송유관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환경단체로부터 강한 반대에 부딪혀왔다. 환경단체들은 오일샌드가 더 에너지 집약적이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한다고 보고 있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댄 래쇼프 기후 프로그램장은 "화석연료가 고갈되면서 우리는 근본적인 선택을 해야만 한다"며 "우리는 더 청정한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있는지, 더 더러운 에너지원으로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이유로 키스톤 송유간 문제를 두고 강하게 싸워왔던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해지거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는 수압 파쇄법은 고압으로 물을 쏘아 셰일 암석을 깬 다음 천연가스를 뽑아내는 방법이다. 천연가스는 전기 생산을 위한 연료로 이용될 때 석탄보다 더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런 이유로 '청정 에너지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석탄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던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천연가스로 돌아서고 있다.

경제연구회사인 로디엄 그룹의 트레버 하우저는 "저렴한 천연가스는 단기적으로 상당한 환경적 이득을 가져다 주지만 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망에는 먹구름을 끼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세금 공제 연장이나 새로운 재생에너지 정책 없이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이 천연가스와 겨루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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