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공제안 연장 논의 앞두고 대량 해고 줄이어
베스타스, 최근 1400명 추가 감원

[이투뉴스] 미국 풍력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시설 유휴화로 인원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대형 풍력터빈을 만드는 다국적 기업의 공장 근로자부터 볼트나 특수 철강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직원까지 최근 몇개월간 1700여명이 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풍력협회에 따르면, 풍력산업이 정점이었던 2008년과 2009년 사이 8만5000여명이 풍력 관련업에 고용됐으나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대량 해고 발표로 불안 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낮은 전력 수요와 저렴한 천연가스 공급, 아시아 경쟁기업과의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미국내 풍력 회사들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저가 판매에 나선 중국 제조사들이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양국간 무역 긴장도 높아졌다. 지난 7월 미 상무부는 중국 기업들의 덤핑 판매를 확인하고 중국산 터빈타워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산 제품과의 경쟁보다 시급한 문제는 풍력 세금 공제안에 대한 정치적 논쟁에 있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오는 12월 31일 풍력에 대한 연방 세금 공제가 만료될 예정이다. 첫 10년간 kWh당 2.2센트씩 지원된 생산 세금 공제는 풍력이 다른 전력발전원보다 비용 경쟁적일 수 있게 했다.

연간 10억달러가 투입된 이 세금 공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기적으로  지지를 받아 의회에 의해 연장돼 왔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후보들의 의견이 갈리자 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풍력발전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아이오와주 등을 돌면서 보조금 지원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풍력 세금공제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롬니 후보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의회에서 세금공제를 반대해온 공화당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라이언 와이저 연구원은 "생산세금 공제를 없애는 건 풍력 산업을 벼랑 밑으로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풍력산업, 거센 감원 바람
풍력 산업의 불안정한 상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풍력터빈 제조사인 가메사는 저속풍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으나 공장문을 닫고 이를 만든 92명의 인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 장치는 125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5년간 이 공장에서 조립기술자로 근무한 미구엘 오로바이(34)씨는 "직원들 모두 슬픔에 빠져있다"며 "우리들을 다시 불러들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풍력 산업의 경영자들과 전문가들은 생산세금공제가 만료될 조짐을 보이자 사업 개발자들이 투자나 사업 진행에 주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전체 공급망에 파급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중순 독일 터빈제조사인 지멘스는 미국 켄자스 주와 아이오와 주, 플로리다 주에서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직원 945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의회가 풍력에 대한 세금 공제를 갱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구조조정 이유를 밝혔다.

지멘스는 아이오와주 터빈 블래이드 공장의 407명 해고가 가장 큰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머지 근로자 220명에 대한 고용은 추이를 지켜보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회사는 의회의 조치가 부족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비난했으며, 천연가스 발전소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배경으로 지적했다.

지멘스 측은 풍력 산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 10개월간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멘스는 지난 5년간 미국 풍력기 생산라인 건설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최고 1650명의 근로자를 고용했으며 미국 전역에 3900개의 터빈을 제조, 설치했다. 이는 175만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타워 제조사인 카타나 섬밋은 바이어를 찾지 못할 경우 네브라스카주와 워싱턴주의 공장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큰 터빈 제조사인 베스타스는 세계적으로 올초 2300명을 해고한 이후 최근 1400명을 내보냈다. 이 회사는 미국 콜로라도 주와 텍사스 주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와 주에서 풍력 부품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클리퍼 윈드파워는 최근 직원을 550명에서 376명으로 줄였다. 타워 제조사인 DMI인더스트리는 11월까지 오클라호마주 털사 공장에서 근무 중인 167명을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풍력 산업은 조립공 기술자에게 연 3만달러(한화 약 3300만원)부터 엔지니어 근로자에게 10만달러(1억1180만원) 정도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침체기를 맞기 전 풍력 산업은 수년간 성장을 유지해왔다. 2005년 1곳이던 터빈 제조사는 2010년 9곳으로 늘었다. 부품 제조사의 경우 10배 이상 성장해 40곳에서 400곳 이상으로 늘었다.  

유럽 등 해외에 본사가 있는 많은 제조사들이 미국의 시장 잠재성을 보고 미국 지사를 열었다.

약 8000개 부품으로 이뤄진 풍력 터빈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운송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물리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미국으로 진입한 제조사들은 미국내 부품 공급망을 확대하는데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가메사의 경우 75톤 무게의 제품을 만드는데, 100개 이상의 회사들이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가메사의 사업 파트너인 하인은 가메사를 따라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이전한 케이스다. 수백만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기술 교육을 위해 스페인으로 직원들을 보내기도 했다.

미 풍력협회는 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때문에 앞으로도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풍력 산업의 일관된 정책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풍력 세금공제는 1999년과 2001년, 2003년에 만료됐으나 즉각 연장됐다. 그러나 만료시기가 가까워질 때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왔다. 발전업자들이 계획한 사업을 보류하면서다.

가장 최근에는 2009년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경기부양책을 통해 세금공제안이 갱신됐다.

세금공제를 반대해온 공화당의 론 존슨 상원의원은 "정부는 스스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제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세금공제안이 연장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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