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폐광의 재탄생 '정선 삼탄아트마인'
[르포]폐광의 재탄생 '정선 삼탄아트마인'
  • 이윤애 기자
  • 승인 2013.06.10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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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폐광이 문화예술 테마파크로…슬픔에 바친 찬가

 

▲ 광부들은 매일 조차장에 설치된 도르래 줄을 타고 하루에 400명 씩 지하 600m까지 내려가 탄을 캤다.


[이투뉴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버려진 폐탄광 건물을 문화예술 테마파크로 리모델링한 삼탄아트마인에는 과거 탄광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제 막 개장한 삼탄아트마인은 삼탄(Samtan), 예술(Art), 광산(Mine)의 합성어로 사업비 120억원을 들여 추진한 '탄광지역 생활현장·복원사업'이라고 한다.

“이곳은 한때 3000여명의 탄부들이 24시간 탄을 캐내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입니다. 38년 간 총 3000만톤의 무연탄을 생산한 이 광업소는 석탄산업이 사양화 되며 2001년 폐광됐죠” 김진만 삼탄아트마인 전무이사의 설명이다.  

◆버려진 폐광이 창조산업 메카로 탈바꿈
그 후 버려져 있던 이곳이 10년 만에 삼탄아트마인이라는 이름의 문화예술광산으로 재탄생했다. 폐광 후 버려졌던 정암광업소의 본관, 갱도 등 시설물을 그대로 보존한 채 박물관, 갤러리, 야외공연장, 문화체험장, 레스토랑 등을 예술을 더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때문인지 곳곳에 놓인 과거 채탄 때 쓰던 날것 그대로의 시설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어느덧 웃다 울다를 반복하게 된다.

삼탄아트마인 본관 옆에는 수직갱, 레일, 석탄차(광차), 컨베이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던 조차장이 있다. 조차장에는 가장 먼저 꼭대기에 “우리는 가정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그속에 직장을 사랑한다”고 써놓은 커다란 화이트보드가 눈에 띈다. 

광부들은 매일 이글을 보며, 이곳에서 육중한 철탑에 설치한 도르래 줄을 타고 하루에 400명 씩 지하 600m까지 내려가 탄을 캤다.

조차장 바닥에는 검은 탄가루가 가득한 가운데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탄차, 수직갱의 철 구조물과 강철로프, 움직이지 않는 컨베이어, 광부가 쓰던 헬멧과 공구 등이 흩어져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과 같은 커다란 감동을 준다.

 

▲ 광부들의 쪼그라든 폐 엑스레이 사진이 걸린 샤워장.
◆광부들의 엑스레이 사진이 걸린 샤워실
발걸음을 옮기며 발견한 샤워실. 한 기둥의 상부에 동서남북으로 4개의 수도꼭지가 달린 샤워기 30여개가 설치돼 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독일군이 유태인을 독가스로 대량학살 했다는 얘기를 기억하십니까? 여기 이 샤워실이 그 기술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김 전무이사는 샤워실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나치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유태인들에게 수건과 비누를 주며 샤워하라고 안심 시킨 후 물 대신 독가스를 내보냈다던 얘기가 떠오르며 일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물론 이곳 샤워실은 채탄을 마친 광부들이 몸에 묻은 탄을 말끔히 씻어내는 본연의 기능을 했다지만 마음이 가볍지 만은 않다.

그 이유는 샤워 꼭지마다 걸어 놓은 수 백 장에 달하는 엑스레이 사진들 때문이다. 매번 엑스레이를 찍고, 확인하는 광부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한껏 쪼그라든 광부들의 폐가 찍힌 사진들 앞에서 몸과 마음이 경건해진다.

광부들의 흔적은 샤워실 외에도 많다. 채탄 후 입은 옷을 모으는 세탁기가 나란히 놓인 빨래방, 신발의 탄가루를 씻어내던 수돗가, 지하채광현장에 맑은 공기를 공급하는 엘리베이터 시설인 수직갱, 광부들의 월급명세서와 통장과 같은 서류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지나간 역사로 생각하던 탄광을 오늘 마주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간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된다.

 

▲ 광부복을 담당하는 세탁실.
◆ 아트적 요소도 가득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삼탄아트마인이라는 이름에도 나타나듯 ‘아트’적 요소도 많다. 삼탄아트마인 본관 4층에는 예술가들이 상주하며,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과거 탄광의 모습을 보기 좋게 재탄생시킨 것도 이들의 실력. 거기에 더해 이들의 현대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외부로 나가면 각종 야외 시설도 다양하다. 아직 공사를 마치지 않았지만, 클래식 연주와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야외 공연장과 탄광 기계들을 수리하던 공장 건물에 탄광 기계들을 예술가의 손으로 소생시킨 멋스런 레스토랑도 있다. 석탄을 캐던 수평갱을 천연 와인저장고 동굴로 바꾼 ‘동굴 와이너리’도 보인다.

“이 지역에 내려오는 말로 ‘흑(黑)으로 백년, 백(白)으로 백년을 먹고 산다’는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탄광을 통해 흑으로 백년을 먹고 살았으니 이제 백(아트)으로 백년 살아야죠”

시설 곳곳을 돌며, 구연동화 같은 이야기를 쏟아내던 김 전무이사의 마지막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현대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삼탄아트센터를 통해 광부들의 이야기가 후대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한창 공사 중인 외부.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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