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P 중심 도매시장 장외 계약시장으로 변화

[이투뉴스] 정산조정계수와 정산상한가격제로 특정전원의 초과이익을 제한하는 현행 전력 시장 규제가 올해부터 정부승인 차액계약제(Vesting Contract. '베스팅 컨트렉트')로 전면 개편될 예정이어서 발전업계가 제도 시행에 따른 수익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전과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전력 도매시장 거래가 안정화와 일부 전원의 초과이익 회수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기존 제도가 현행 변동비 반영시장(CBP)의 경쟁효과를 저해한다고 판단, 베스팅 컨트렉트(VC)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아직 관련 법안(전기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이해당사자들이 이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어 연내 시행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시장운영을 맡고 있는 전력거래소는 이미 VC 체제로 조직을 개편해 본격적인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베스팅 컨트렉트 시행 기정사실화
현행 도매 전력시장은 모든 거래가 전력시장 내에서 이뤄지는 강제적 시장(Mandatory Pool)이다. 전력거래소가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발전기의 비용을 매월 사전에 결정하고, 발전사는 하루 전 입찰에 참여해 변동비 순위에 따라 가동 우선순위를 결정받게 된다.

이때 전력거래소는 발전원별 가동비용과 공급 가능용량 등을 따져 최소비용으로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공급계획을 도출하는데, 대체로 원자력-석탄화력-LNG·유류 순으로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SMP(계통한계가격)는 수요를 충족하는 지점의 최고가 발전기가 결정한다.

이런 체제 아래 발전사는 발전량에 SMP 가격을 곱한 값으로 정산금을 챙기고, 여기에 입찰용량만큼 별도의 CP(용량가격) 정산금도 받는다. 단 한전 산하 6개 발전자회사는 양사간 재무균형과 기저발전기 초과수익 제한을 위해 할인율(정산조정계수)로 SMP를 정산한다.

현재 발전원별 정산조정계수는 원자력 0.1217, 석탄화력 0.0396, 무연탄 0.2012, 유류·LNG 0.2378이며, 제철용 부생가스 발전도 사업장별로 조정계수를 적용하고 있다. 향후 민자 석탄화력이 준공·가동되면 이들 발전기도 별도의 조정계수를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즉 발전사 수익은 (발전량×SMP×정산조정계수)+(입찰량×CP)로 정리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발전사 수익의 90.1%는 변동비를 포함한 정산금이며, 나머지 9.8%와 0.1%가 각각 용량정산금과 AS정산금(주파수 추종운전 등)이다.

이중 CP는 고정비가 가장 싼 가스터빈 발전기(한계발전기)를 기준으로 매년 한 차례씩 단가를 재산정했다. 발전기 내용연수인 30년간 고정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산정하되 수전전력의 기본요금과 송전접속비는 별도 가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CP는 kWh당 7.46원이다.

문제는 이같은 제도 아래 최근 수년간 전력수급난으로 예비율이 하락하면서 SMP가 크게 상승했고, 결과적으로 정산조정계수를 적용받지 않는 LNG발전소 중심의 민간발전사들이 발전자회사 대비 높은 수익을 가져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정산조정계수+CP(용량요금) 보완 필요성 대두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지난해부터 전력시장운영규칙을 손질해 SMP를 초과하는 발전기에 실제 연료비만을 지급하는 정산상한가격제를 도입했지만,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원칙을 훼손해 신규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CP도 적절성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연료비가 높아 이용률이 떨어지는 발전기의 고정비를 보상해주는 차원에 운영하고 있으나 입찰에 참여만 하면 발전기를 돌리지 않더라도 동일한 CP를 보장해 주다보니 전력구입비가 상승하고 허수입찰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정부와 한전의 지적이다.

정부승인차액계약제(VC)는 이같은 CBP시장의 맹점을 보완하고 전력 공급기여도에 따라 발전기별로 CP를 차등 보상하기 위해 당국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새 전력 도매시장 거래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한전과 발전사는 장외에서 장기 수급계약을 체결하고 발전소별로 책정한 거래가에 따라 전력을 사고팔게 된다.

다만 발전사는 계약가격이 SMP보다 비쌀 경우 차액을 한전에 돌려주고, 반대일 경우는 한전이 부족분을 발전사에 메워줘야 하며, 발전사가 고장 등으로 약정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패널티를 물도록 돼 있다. 기존 정산조정계수와 정산상한가격제는 자동 폐지된다.

정부는 VC가 도입되면 ▶중장기 계약에 의해 도매 거래가격이 안정되고 ▶발전기 소유주체를 따지지 않고 발전기 특성만을 고려하게 돼 형평성이 제고되는데다 ▶발전·경영효율에 따라 수익을 높이는 경쟁요소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발전사 장외 계약으로 기존제도 대체
이와 관련 현재 전력당국은 삼일회계법인 측에 VC제도의 상세 설계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먼저 당국은 VC 적용대상 전원을 CBP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초과이윤이 발생하는 발전기로 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기저부하에 속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과 수력 및 양수발전, 발전 5사의 석탄화력과 LNG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발전사의 경우 향후 준공될 석탄화력과 부생가스 발전 등이 우선 고려 대상이다. 기존 민자 LNG는 포함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전체 발전설비와 중앙급전설비중 VC 적용대상 설비 비중은 각각 76%, 79%로 추정된다. 계약물량은 기존 발전기의 이용률을 기준으로 고장정지율과 예방정비계획을 반영해 설정하되 중앙급전 발전기로 계약대상을 한정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 과정에 발전사의 고장정지율이 표준고장정지율보다 낮을 경우 인센티브를 주고, 반대로 고장 등의 사유로 약정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부족분만큼의 패널티를 물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사전계약으로 공급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리겠다는 뜻이다.

한전과 발전사간 계약가격은 전력공급에 소요되는 적정 수준의 원가를 충실히 보상하되 전력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급자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유인을 부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원칙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전체 사업자의 실적을 고려해 발전원가 구성항목중 열량단가, 운전유지비, 투자보수율 등은 표준원가를 적용하고, 투자비의 경우 기존 설비는 원가 검증 후 개별 반영하되 신규설비는 대표발전기를 기준으로 표준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편 발전사들은 VC 운영기준과 기간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어 정부의 제도수립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VC 적용 물량과 대상, 가격, 운영기간을 어떻게 가져가냐에 따라 한전과 발전사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계약당사자가 한전뿐인 상황에 공정한 계약체결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고, 상세 규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한전은 유리하고 발전사는 불리한 계약이 될 공산도 크다"면서 "제3의 중립기관이 전 과정을 중재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적정 전원이 구성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VC를 운영한다는 게 기본방침이지만, 그 시기를 언제까지로 볼지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도 논란거리"라면서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면서 오히려 시장질서를 흐뜨리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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