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최대 전력수요 시 예비율 21.5% 기록
"LNG복합 VC 편입·영국모델 도입 검토필요"

[이투뉴스] 서울엔 첫 서리가, 내륙 일부엔 첫 얼음이 관측된 지난달 28일. 올 가을들어 가장 쌀쌀했던 이날 오후 7시 전력수요는 6481만kW로 10월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같은시간 예비율은 21.5%, 공급예비력은 1394만kW에 달했다. 원전 10기(100만kW급 기준)를 돌리지 않더라도 약 400만kW가 남는 수준이다.

통상 발전소 정비일정은 동·하계 피크를 피해 9~10월로 몰린다. 이 때문에 가을이라고 수급사정이 항상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정확히 1년전인 작년 10월 28일만해도 예비율은 9.8%, 공급예비력은 620만kW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예방정비나 고장 발전소를 포함하면 설비용량이 9120만kW에 육박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7GW가 넘는 신규 LNG와 석탄화력이 새로 건설된데다 시험성적서 비리로 서 있던 원전들이 하나둘씩 발전을 재개하면서 수급상황에 한층 여유가 생긴 것”이라며 “올겨울 혹한기에도 충분한 예비력이 확보돼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내부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수급여건 변화는 발전원별 이용률과 전력시장가격(SMP, 계통한계가격)에도 직접적인 변동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본지가 최근 전력수급 및 시장운영 현황을 토대로 집계한 지난달 월평균 SMP는 kWh당 132.3원으로 전년동월(155.8원)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또 지난 9월 기준 발전원별 이용률은 원전이 82.9%로 1년전보다 4.3% 상승한 반면 LNG는 3.4% 하락한 45.8%를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1~9월 누적발전량 집계에서도 원전은 지난해보다 13.7% 늘어난데 비해 LNG는 8.2% 줄었다. 값싼 기저전원 공급이 늘면서 값비싼 LNG발전 비중이 쪼그라든 것이다.

이처럼 전력공급 여력이 충분해지면 소비자 입장에서 수급불안 위험이 걷히고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일정부분 상쇄되는 잇점이 있다. 하지만 속속 새로 건설되는 고효율 발전기들은 물론 향후 석탄·원전 등의 기저전원과도 급전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존 LNG복합발전기들은 그야말로 죽을맛이다.

전력당국에 의하면, 지난달 SMP 최다결정 발전기는 불과 2달전 새로 준공된 포천복합 2호기(52회)이다. 지난 8월엔 올해 4월 전력시장에 새로 진입한 안동LNG복합이 SMP를 가장 많이(38회) 결정했다.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은 새 발전기들이 2~3년밖에 가동 안된 기존 발전기들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반기부터 석탄화력의 SMP 결정빈도가 증가하고 있고, 예비율이 지속상승하고 SMP가 꾸준히 하락하는 시나리오속에 조만간 동두천복합,  포스코복합 9호기 등의 새 LNG발전소와 당진화력 9호기, 삼척그린파워 1호기 등 석탄화력이 추가 준공될 예정이다.  

급기야 2016년엔 무려 10GW에 육박하는 신규발전소가 일시에 전력생산을 시작해 예비율이 30%대로 치솟고 기저전원의 SMP 결정비율이 20%대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발전자회사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2016년쯤에는 대다수 LNG발전기들이 연중 개점휴업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민자발전사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LNG비중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가 넘는 공기업들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발전업계 안팎에선 적정수준의 LNG비중유지를 위한 연착륙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도입되는 VC(베스팅컨트렉트. 정부승인차액계약제) 제도에 LNG복합을 최대한 편입시켜 미래 수급불안 위험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원간 발전원가 격차가 클 수밖에 없는 국내 현실을 감안해 어설픈 도매시장을 끌고가기 보다 정책 전원믹스를 설정한 뒤 일정가격을 보조금 체제로 보장해주는 영국모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력당국내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향후 신규투자가 제한적이라면 원전 정책비중 29%를 놓고 나머지 잔여수요는 노후화력 대체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면서 정책보조하에 LNG열병합 등을 고려하는 보완체제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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