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액 전체사업비의 30%·컨소시엄별 지출…단독유용 어려워
31일 열리는 자원조사특위 청문회 방향 및 증인채택 영향 클듯

[이투뉴스] 검찰이 자원외교 국정조사 과정에서 '눈먼 돈'으로 치부돼 비판받은 성공불융자를 정조준하는 양상이다. 지난 18일 러시아 캄차카 석유개발 사업과 관련 경남기업과 석유공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해당 업무를 담당해온 해외자원개발협회에도 석유·광물개발 융자 심의자료 전체를 임의제출받아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자금을 융자 해준 뒤 사업에 실패하면 융자 원리금을 면제·감면해주고, 성공하면 융자 원리금에 특수 이익금을 더해 회수하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에서 성공불융자 지원금액이 크게 커지며 주목을 받아 지원금액과 감면액, 융자 및 감면 심의절차, 심의권자 등에 대해 총체적인 의혹의 눈길을 받았다.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의원에 따르면 1984년 제도 도입 후 2010년까지 27년간 54건 3570억원을 감면해 준 반면 2011년부터 4년간 47건 3677억원을 감면해줬다. 이중 석유공사 감면액만 2245억원이다. 같은당 전정희 의원은 석유개발융자가 시작된 1984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46개 업체에 26억6692만7004달러(2조8602억8000만원)가 지급됐으나, 이 중 50.8%인 13억5508만4863달러(1조4533억2850만원)만 회수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러시아 캄차카 석유개발 사업 에서 성공불융자를 지원받아 유용했다는 단서를 포착해 자금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검찰의 추적과 관련해 업계는 한 기업이 돌발행동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사대상이 된 러시아 캄차카 석유개발사업은 2005년 석유공사가 한국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섰다는 것이다. 캄차카 지역의 2개 석유광구인 티길과 이차 광구이며, 캐나다 'CEP 페트롤리엄 인터내셔널'이 광구 운영권자 였다. 한국컨소시엄은 두 광구에 각각 지분 50%를 투자했으며, 컨소시엄 내 지분 구성은 석유공사 55%, 경남기업 20%, SK가스 15%, 대성산업 10%다.

성공불융자 심의를 맡고 있는 한 위원은 "성공불융자는 운영권자가 매달 예상 사업비를 각 기업에 지분대로 요구하면, 기업들이 이를 융자 요청하고, 융자금 집행기관인 석유공사가 해당 금액을 운영권자에게 직접 송금한다"며 "지분별 각 기업의 지출 사업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국제적 문서로 오가고, 회사 법인 통장으로 송금돼 개별기업이 착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기업들의 도덕적해이를 막기위해 현재 성공불융자금을 전체 사업비의 30% 내로 제한해 기업 부담이 70%"라고 덧붙였다. 성공불융자 지원 비율은 시기마다 변동이 있어 캄차카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정확한 비율 확인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석유공사 측은 "검찰수사로 내용이 담긴 해당 컴퓨터 하드를 모두 넘겨 현재 확인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지난 20일에는 경남기업도 같은 맥락의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경남기업은 "캄차카 석유개발 사업 등과 관련한 성공불융자금은 '해외자원개발사업법 11조(융자)'에 근거해 당시 구성된 컨소시엄 주관사인 석유공사가 업체선정 및 현장실사 등을 주도했다"며 "당시 융자금은 지분율에 따라 적법하게 집행된 것으로 경남기업이 유용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1년까지 해외자원개발에 1360억원을 투자했고 이 과정에서 성공불융자금을 320억원 지원받았다며 성공불융자금 외에 경남기업이 자체 투자한 약 333억원도 손실 처리됐다"고 해명했다.

즉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 구조적으로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돈을 유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컨소시엄으로 움직인 가운데 성공불융자금을 유용했다면 주관사인 석유공사와 나머지 기업들도 공동책임을 의심할 여지가 높다는 게 성공불융자 심의를 맡았던 위원의 설명이다.

결국 검찰은 성공불융자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경남기업 관계자 뿐만 아니라 석유공사 성공불융자 관련 실무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시작했다. 검찰은 석유공사가 경남기업에 지급한 융자금이 해외 사업용 현지 계좌로 송금된 것처럼 돼 있지만 누락돼 국내에서 다른 용도로 쓰인 게 있는지, 경남기업에 성공불융자 지급에 특혜가 있었는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검찰수사가 31일 열리는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방향과 증인채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감사원,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캐나다 하베스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등 명백하게 문제가 드러난 사건들을 제치고, 그간 전혀 거론되지 않던 캄차카를 꺼내들었다는 점에서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캄차카는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5년 착수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경남기업 특혜 관련 윗선을 파헤치겠다는 수사방침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야당이 지난 정부의 자원외교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대해 노무현 정부 시절의 자원외교를 언급하며 대응해 왔다. 지난 19일 여야는 국회 자원특위 청문회 일정을 31일로 잡았지만 증인 채택 부분은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의를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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