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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기가 남아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475호] 2017년 11월 13일 (월) 08:01:33 노동석 dsroh@keei.re.kr

피크기여도 기준 예비율과 수요자원 거래시장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에도 전기공급량은 크게 여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름철 전기가 모자라 블랙아웃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
“공장가동을 중단시키고서 전기가 남아돈다고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지난여름 극단적으로 대비되었던 말들이다. 무슨 궤변이냐 싶겠지만 부분적으로는 둘 다 맞기도 하고 둘 다 틀린 표현이다. 

우선 전기가 남아돈다부터. 전기는 특성상 수요과 공급이 실시간으로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이것은 전력시스템 운영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과부족이 지속되면 전력시스템이 붕괴되어 광역정전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면 발전소의 출력을 줄이거나 발전을 중단하고, 부족할 것으로 보이면 수요를 억제하는 수단을 써서 수요와 공급을 맞춘다. 아직 우리에게는 없는 일이니 ‘전기가 남아서 버린다’로 알고 계시는 독자께서는 오해 없으시길.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아지면 상황은 다르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날씨에 의존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국인 중국은 서쪽에 재생에너지 자원이 많고 전력소비는 동쪽에 집중되어 있다(西電東送). 재생에너지 발전이 서쪽지역의 수요를 초과하면 동쪽으로 보내야 하는데 송전선 용량도 한계가 있어 남는 전기를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중지시킨다. 결국 에너지를 활용되지 못하게 되는데, 중국은 이 상황을 기풍(棄風), 기광(棄光)이라 멋스럽게 표현한다. 결국 ‘전기가 남아돈다’는 말은 귀에는 쏙 들어올지 모르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말이다. ‘발전용량이 여유가 있다’가 정확하고 젊잖다.

발전용량의 여유 정도는 예비율로 표시한다. 아시겠으나 예비율은 예비력을 최대전력으로 나누어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혼란은 분자에 들어가는 예비력에서 발생한다. 너무 많은 예비율 종류가 있으니 지난여름 논란이었던 정격용량기준 예비율과 피크기여도기준 예비율만 따져 보자. 정격용량 예비율이란 모든 발전소의 용량을 다 합한 용량을 기준한 것이고 피크기여도 예비율은 발전출력의 조절이 불가능한 설비에 대해 피크 발생시의 기여분을 따져 예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피크기여도 예비율은 전력수급계획에 적용하는데 이때 피크기여분을 반영한 용량을 수급계획에서는 실효용량이라고 표현한다. 피크기여도는 태양광 13.0%, 풍력 1.5% 등이다. 

지난여름 예비율이 34%였다는 것은 정격용량을 기준한 것이다. 그 시점의 피크기여도 예비율은 얼마였을까? 한전통계에서는 피크기여 예비율을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알 길이 없다. 가늠해볼 수 있는 통계수치가 공급예비율인데 12.3%였다. 공급예비율은 재생에너지의 피크기여 실적 외에 발전소 고장정지도 감안한 것이므로 피크기여도 예비율은 공급예비율과 정격용량 예비율 사이의 어디쯤일 것이다.

정격용량, 피크기여로 구분하여 예비율이 발표되면 이해가 쉽겠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조차도 예비율을 구분하여 발표하지는 않는다. 독일 140%, 스페인 170% 예비율은 정격용량을 기준한 것이다. 이 나라들은 예비율의 많고 적음에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2030년 정격용량 예비율은 우리도 60%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의 예비율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는 정격용량 예비율로서 비교하는 것이 맞다. 우리는 예비율이 20~22%인데 다른 국가들은 100%가 넘는다고 하는 것은 틀린 비교다. 

계획수립에 있어서 피크기여도 예비율 적용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력수급계획에서 적용하는 피크기여도 수치는 하계 주간피크를 기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대전력이 하계 주간에만 발생할까? 2009년과 2010년 연중피크는 동계(12월) 초저녁(18시)에 발생했다. 만일 그 시간대에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그나마 낮게 반영되는 재생에너지의 피크기여도는 ‘0’이다. 필자 의견으로는 계획수립시 재생에너지 피크기여도는 ‘0’로 계산하는 것이 맞다. 결과적으로 정격용량 예비율이 높으니 전력설비 용량에 여유가 있다는 주장은 틀렸다. 요모조모 따져봐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수요자원 거래시장(DR: Demand Response) 문제다. DR은 기존의 수요관리 제도가 전력시장으로 통합된 것이다. DR이 수요자원 거래시장으로 번역되는 이유는 수요관리를 전력공급의 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야 ‘급전지시’라는 용어가 이해된다. DR은 신뢰성 DR과 경제성 DR로 구분되는 데 논란이 된 급전지시는 신뢰성 DR에서 발생한다. DR은 수요자가 계통운영자(SO)와 계약을 맺고 수급에 참여하는데 수요자는 평일 9~20시 사이에 감축 준비시간 1시간 전까지 통보한다. 1시간에서 4시간까지 의무감축용량(등록용량) 만큼 수요감축을 지시(급전지시) 받을 수 있다. 연간 한도는 60시간이다. 참여자는 그 대가로 감축 가능 수요자원 확보에 대한 보상(일반발전기가 받는 용량요금에 해당)과 감축량(kWh) 만큼의 실적정산금(시장한계가격에 해당)을 받는다. 이 신뢰성 DR이 금년 7~8월 중 검증 시험(2회), 시행(3회) 등 총 5회 시행되었다. 하필이면 금년 하계피크 8459만kW가 발생한 7월21일 급전지시가 있었고 이행실적은 약 200만kW 정도였다. 그날 급전지시가 없었다면 금년 피크는 작년의 8518만kW를 돌파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급전지시를 한 것이다”라는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다시 공급예비력으로 돌아가 보자. 7월21일의 공급예비력은 1000만kW였다. 만일 급전지시가 없었다면 당일 공급예비력은 800만kW로 감소하고 공급예비율은 10%이하로 떨어질 수 있었다. 예비율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시스템운영자(SO)는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SO는 약정을 맺은 수요자에 대해 당연히 급전지시를 해야 했고, 이것은 당사자간 계약에 의한 것이므로 수요감축을 강제한 것이 아니다. 또한 수급계획 수립시에는 수요관리가 반영된 최대전력을 기준으로 예비율을 계산한다. 따라서 “예비율을 높게 보이려고 급전지시를 했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다. 이렇게 보면 지난여름 발전설비 용량이 크게 남은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타당할 것이다. 전력설비 용량의 여유가 많은데 적지 않은 비용을 초래하며 급전지시를 했다면 그것은 정말 이상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웅변하듯 에너지정책을 시민이 결정하는 시대가 열렸다. 공론조사의 핵심은 학습과 토론을 통하여 시민들이 이해하고 결정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 통계는 정격용량기준 예비율을 발표하고, 계획은 피크기여도기준 예비율에 의해 수립하는 관계를 어느 시민이 알고 있을까. 수요는 100이고 예비율 기준은 20%인데 설비는 160을 짓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 그러니까 믿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무엇인가를 믿어버리고, 믿고 싶은 대상이 서로 다르면 대립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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