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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가 배출권거래제를 망가뜨렸나
[477호] 2017년 11월 27일 (월) 07:02:21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출범 3년이 지났음에도 배출권거래제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배출권이 남더라도 팔지 않아 거래물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꼭 필요한 기업은 지금 사야할 지 아니면 미뤄야 하는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른다. 너도나도 눈치만 보는 사이 배출권거래제 앞날은 불투명성만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가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명확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2기(2018∼2020년) 배출권 할당량을 아직 내놓지 못했다. 법적으로 6월까지 기업별 할당량을 할당해야 했으나, 최근 방향만 설정했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감축 의무기업들 역시 갈피를 못 잡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률은 어느 정도로, 어떤 강도로 추진할지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행동에 나선다. 하지만 점쟁이에게 물어봐야 할 정도로 정부가 이리저리 흔들리다보니, 정보수집과 눈치작전에만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1차 계획기간 전체적으로 보면 무상할당이 과도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전경련을 앞세운 기업들의 ‘앓는 소리’에 정부가 넘어갔기 때문이다. 또 과거 실적을 기준(그랜드파더링 방식)으로 배출권을 할당하다 보니, 많이 감축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업종별 수요특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이같은 맹점을 피하기 위해 2차에선 할당방식을 ‘벤치마크’ 형태로 최대한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유럽사례와 국내경험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배출전망치가 아닌 절대량 기준으로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하고, 벤치마크 방식으로 업체별 할당량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할당방식 변경은 일부 업종에서만 업계 스스로 연구용역에 나서고 있을 뿐 정부는 구체적인 방침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2차 계획기간 전체적으로 85∼95% 가량의 감축률 수준에서 결정하겠다는 윤곽만 나왔을 뿐 최근에서야 공청회를 열고, 연말까지 세부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확정하겠다던 ‘2030 온실가스 로드맵’은 말도 꺼낼 형편이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늦어지는 이유는 정부 소관부처 이관이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로 넘겼던 업무를 환경부로 다시 되돌린다고 결정했지만 법령 개정 등 후속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에너지전환 등 외부상황에만 너무 매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전환인지, 에너지전환 정도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하는 것인지 헛갈린다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근간이다. 첫 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3년이 넘었는데 휘청이는 모습만 보여선 미래가 없다.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이라는 목적이, 수단인 에너지전환보다 앞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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