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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요감축 요구’ 무조건 비판은 곤란하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488호] 2018년 03월 05일 (월) 08:01:26 노동석 dsroh@keei.re.kr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맹추위가 강타한 지난 겨울 전력분야 뜨거운 감자는 ‘수요감축 요구’였다. 이 제도의 명칭은 ‘수요자원 거래제도(Demand Response, DR)이다. DR의 내용은 필자의 지난 기고(전기가 남아돈다. 2017.11월)에 비교적 소상하게 다루었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된다. 
지난 동절기 수요감축 요구는 총 10회가 발동되었다. 빈번한 수요감축 요구에  ‘무모한 탈원전에 툭하면 전기 끄라는 지시’, ‘수요예측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와 ‘절약한 만큼 보상받는 현 시점에 가장 적합한 제도’로 반응은 엇갈린다. 하지만 수요감축 요구에 대한 여론의 시각은 대부분 곱지 않다. DR 참여자들인 산업체 공장가동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이유다. 과연 그런가? 비난이 폭주하자 정부는 탄력적 제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전력시장 운용 규칙을 개정했다. 그런데 이러한 비난이 어떤 논리로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하관리 및 정책의지’로 표현되었던 7차 전력수급계획(2015.7)과 DR은 내용적으로 상당히 다르다. 부하관리가 전력수급 불안을 대비한 비상시 수단이었다면 DR은 상시수단이다. 발전소 가동과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인데, 부하관리가 가용 발전소를 모두 가동하고 난 후 시행되는 제도였던 반면 DR은 비용을 따져서 수요감축을 먼저하는 것이다(전력당국은 발전설비 가동에 비해 DR이 경제적이라고 믿고 있다). 과거 수요관리제도에 익숙한 소비자나 언론이 혼동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DR을 평가하려면 한 가지 더 전제가 필요하다. DR 계약이 사전에 체결되므로 전력설비의 과부족 예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선순위 변동의 결과와 발전설비 과부족을 전제로 이해 당사자들의 득실을 따져 보자.  

먼저 전력당국의 입장이다. DR이 전력당국과 참여 소비자간 계약에 의한 것이므로 참여자가 계약조건의 디테일에 대해 알고 모름을 떠나 당국의 수요감축 요구는 정당하다. DR 참여자는 DR 실행과 관계없이 기본정산금(발전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용량요금, CP에 해당, DR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과 수요감축 요구에 의해 추가로 실적정산금(전력량정산금, SMP)을 받는다. 따라서 기본정산금을 지불하는 전력당국이 수요감축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다. 수요감축이 필요 없는데 참여자에게 기본정산금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잦은 수요감축 요구에 대한 여론의 비난에 대해 당국은 억울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력당국이 모든 경우에 정당하지는 않다. 설비부족이 예상되지 않는데 DR 계약을 맺는 것은 DR 용량만큼의 과잉설비를 초래한다. 즉 초과비용이 발생하여 약간이라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전력설비가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DR 비참여자에게는 비용이 발생한다. DR이 체결, 시행되면 그로인한 비용은 DR 비참여자에게 이전된다. 이 경우에 DR 비참여자가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수요감축이 시행되면 전력시장 가격(SMP)이 하락하게 되므로 약간이지만 전력시장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시적인 시장가격 하락 효과가 DR 참여자에게 지불되는 비용에 미치지 못하므로 전체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반면 전력설비가 적정수준 이하일 경우 DR은 전력당국의 입장과 같이 경제적인 공급수단으로 역할을 한다. 단기적으로 추가설비를 확보하여 수급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매가격의 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DR 제도의 최대 피해자는 가스 발전사업자다. 변동비가 가장 높은 가스발전소는 급전순위가 가장 늦다. 발전설비가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감축 요구가 발동, 시행되면 수요감소에 따라 가스발전 사업자는 가동률 저하는 물론 시장가격이 낮아져 수익 감소를 피할 수 없다. 특히 DR과 경합하는 가스발전소는 가동 기회마저 상실하게 된다. CP만으로 고정비 회수가 불가능한 정산시스템에서 상시 DR은 가스발전의 악재가 된다. 이 점은 전력계통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는 경우와 아주 유사하다. 재생에너지는 변동비가 ‘0’이므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 시장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력수급이 타이트하다면 가스 발전사업자의 피해는 없다.         

DR 제도의 유일한 승자는 DR 참여자다. 전력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자가발전 설비가 있는 참여자에게 특히 그렇다. 상시 기본정산금을 받고 수요감축 요구가 발동되면 자가발전설비를 가동하면 된다. 자가발전설비는 연간 수차례 시험가동이 의무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자가발전의 가동으로 인한 비용은 한전에서 공급받는 전기요금 보다 비싸겠지만 전기요금 절약분과 실적정산금을 보상받게 되므로 오히려 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가발전 설비가 없는 참여자는 공장의 가동 중지에 따른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되면 수요감축 요청에 불응하면 된다. 불응시에는 그동안 받았던 기본정산금을 반환하면 되므로 DR 참여자의 실질적인 손해는 없다. 이 때문에 일반의 예상과 달리 DR 참여 신청이 증가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설비부족 예상시 DR 제도에 의한 피해 그룹은 없다. 그러나 발전설비에 여유가 예상되는 시기에는 DR 비참여 그룹과 가스발전 사업자는 DR 참여자가 가져가는 이득만큼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의 규모가 경미한 수준이라면 문제가 크지 않을 수 있다. 2016년 DR 시행으로 인한 가계의 추가부담은 월 200원 정도다. 앞으로도 DR 규모가 대폭 늘어나지만 않는다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지적은 좋지만, 제도를 이해하고 따져본 후 비판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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