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면죄부만 줄 뿐 효과없다"

"탄소 오프셋(offsetㆍ상쇄)은 중세 가톨릭 교회의 면죄부와 닮았다."

 

'탄소 오프셋'은 생활이나 항공 여행 중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돈으로 환산해 지불하는 상품이다. 여기서 모인 돈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사업에 투자된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려는 '탄소 중립' 활동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미 환경 기금단체인 블리트 협회의 데니스 헤이즈 회장이 "탄소 오프셋은 가톨릭 교회의 면죄부와 닮았다"고 말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는 "탄소 오프셋은 소비자에게 에너지 소비가 높은 호화판 주택과 긴 항공 여행 상품을 소비하고도 '면죄'했다는 기분을 준다"며 냉소적 비판을 쏟았다.

 

탄소 중립 등 친환경 활동에 유명 영화배우와 정치인의 참여는 빠지지 않는 화제다. 미국 상원의원인 존 에드워드와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 유세와 더불어 탄소 중립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활동을 한다. 그는 도요다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타고 다니며 미 정부에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 주목을 받았다.

 

일반 기업도 친환경 활동으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영국의 실버제트항공사는 탄소 중립에 첫번째로 참여했다. 항공사는 대서양을 건너는 장거리 승객에게 28달러(약 2만6000원)를 부과해 이산화탄소 감축 운동 단체로 보낸다. 항공사는 승객 한명당 약 1.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 시사주간지<비즈니스 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탄소 오프셋 시장에서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탄소 오프셋 판매사는 개인이나 회사가 배출한 온실가스량을 계산해 오프셋으로 판매하고 그 돈으로 탄소 회수 사업에 투자한다.

 

하지만 천연자원보호협회 기후센터의 다니엘 래쇼프 과학부장은 탄소 거래 시장의 감시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산화탄소 1톤을 위해 지불한 돈이 실제로 이산화탄소 1톤을 감소시키는지에 대한 수행 표준과 코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 단체 '깨끗한 공기/청정 지구'는  보고서를 통해 탄소 배출권을 어디서 구입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탄소 오프셋 판매사 8곳을 선정, 시장에 대해 검토 뒤 작성됐다. 실제로 중형 자동차로 2000마일을 운전할 때의 배출권(오프셋)은 5달러부터 25달러까지 가격차가 크다.

 

'소비자 행동'의 저자이며 오번대학교의 마이클 솔로몬 교수는 탄소 오프셋이 소비자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소비자는 행동의 변화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소비한다"며 "그들은 생활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물건이나 아이디어를 쉽게 흡수한다"고 말했다. 솔로몬 교수는 "특정 행위를 돈으로 지불하는 데 익숙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코매노프 에너지 경제학자는 탄소 오프셋보다 법적으로 탄소 배출을 제한하거나 화석 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연자원보호협회 기후센터의 다니엘 래쇼프 과학부장도 "자발적 탄소 오프셋 구입으로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 없다"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법적 제도를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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