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소득층 대상 '내후화 사업' 지원 / 비영리단체, 저렴한 고효율 주택 제공

미국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더 추운 겨울을 보낸다. 10월부터 3월까지 난방비로 월 100~200달러를 지출하지만, 단열이 부실한 건물의 주민들은 집 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내야 한다. 특히 지난 겨울은 불경기로 난방비 부담이 예년 같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미 주택도시개발부에 따르면 저소득 가정은 연간소득의 17%를 전기와 가스료에 지출하는 반면, 일반 가구는 소득의 3.5%만 부담한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에너지 비용이 높아질수록 저소득층의 부담은 더 커진다.

 

이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외치고 있다. 해외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린 빌딩'은 고소득 가구나 대기업의 소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대개 고효율 제품들은 일반 제품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돈이 없어도 누구나 에너지 효율 향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해 환경과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오바마, 내후화 사업에 50억달러 지원

 

오바마 행정부는 경기부양법에 저소득층 가구의 에너지효율을 높여주는 '내후화 (웨더라이제이션ㆍWeatherization)'사업을 포함시켰다. 이 사업에는 모두 5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내후화 사업은 오일쇼크를 겪고난 1976년, 저소득층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처음 마련된 정책이다. 주택의 단열 시공, 노후화된 보일러, 냉난방 장비를 수리 또는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게 주된 업무다. 현재까지 에너지부(DOE)와 에너지효율 및 재생에너지국이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DOE는 연방정부가 정한 50억달러 중 7억8000만달러를 4월부터 처음으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각 주정부가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 지켜본 뒤 추가적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OE는 "이 기금은 각 가정의 전기료 지출을 대폭 줄이면서, 수 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4명 기준 한 가구당 수입이 연 4만4000달러 이하일 경우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데, 이 기준의 200% 이하를 버는 가정은 내후화 사업에 지원, 최고 6500달러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주(州) 에너지 프로그램'에 30억달러를 지원, 일반 가정의 에너지 고효율화에 발판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에너지 절약 제품을 구입할 경우 일부를 환불해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기금의 일부는 재생에너지 개발, 대체연료 사업, 에너지스타 제품 판촉,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내후화 사업…에너지 비용 30% 저감, 일자리 창출


DOE는 지난 30년간의 내후화 사업을 통해 620만 가구가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가구들은 평균 30% 이상의 에너지 비용 저감효과를 봤다.
 
미국 에너지국 산하 연구소인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은 이 사업을 통한 비에너지 부분 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ORNL은 정부가 내후화 사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1.83달러 가치의 에너지 부분 이익과 1.88달러의 비에너지 부분 이익을 낸다고 산출했다. 


보고서는 내후화 사업의 혜택을 받은 각 가구가 물 소비를 줄여 수도세와 하수처리비용을 절감했다며 비에너지 부분 이익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단열이 잘 된 집의 가격도 상승한 점을 비간접적 효과로 꼽았다.  
 
에너지 효율에 대한 정부의 지원으로 주택 서비스 산업부문에서 일자리가 많아져 결국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전국적으로 내후화 사업을 통해 8000개 일자리가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 사업을 통해 연간 1790만배럴의 석유를 절약한 효과를 냈다고 보고서는 산출했다.  

 

한편 DOE는 "주민들이 난로를 새로 장만하거나 창문을 설치할 때마다 전기료 지출은 낮아지고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며 일반인의 참여를 강조했다.  


올 해 오바마 행정부가 편성한 내후화 부문 예산을 통해 약 8만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DOE는 내다봤다. 특히 건설업자, 전기공사 기술자, 단열 기술자, 냉난방공조(HVAC) 기술자 등 전문 인력이 대거 고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회사들도 오바마의 에너지 효율 정책을 반기고 있다. 뉴햄프셔 주 내슈아시에서 리모델링 회사인 칙 보루는 "조만간 세금 환급을 받는 일반인들이 창문과 지붕 교체를 고려할 것"이라며 "특히 경기부양법의 에너지효율 사업 지원금이 소비자의 구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의 스티븐 보루 판매부장은 "고효율 난로에 대한 30% 세금공제가 주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더 비싸더라도 효율이 더 높은 난로를 구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겨냥, 저렴한 '그린 홈' 
 

최근 노숙자나 저소득층을 겨냥해 저렴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이 관측됐다.


'여성을 위한 주택과 경제개발 협회(WHEDCo)'는 저소득층을 위한 고효율 아파트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뉴욕시티의 사우스 브롱크스에 지어진 이 아파트에는 절수 변기나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되지 않았지만, 단열 창문과 고효율 형광등 등 저소득 입주자들이 지불할 전기료를 낮춰줄 제품이 설치됐다. 옥상에 정원을 꾸며 녹지공간도 확보했다.
 
낸시 바이버맨 WHEDCo 회장은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일반 건물에서 살 때보다 30% 낮은 전기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타임 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삶에 '환경'을 가져다 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이애미에서도 한 단체가 그린 모듈라 벽 시스템과 LEED를 적용한 145세대 아파트를 짓고 있다. 비영리단체 리저렉션 홈스도 시카고에서 저소득 노인층을 위해 저렴하면서 고효율 시스템을 갖춘 그린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엔터프라이즈 커뮤니티 파트너스는 전국적으로 320개의 저렴한 그린 주택 개발을 준비 중이거나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콜로라도 주 덴버 시에도 노숙자와 저소득 가정을 위한 청정 아파트 단지가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노숙자를 위한 콜로라도 연합(CCH)이 지은 4층짜리 이 아파트에는 방 1~2개로 모두 100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환경 친화적인 자재로 건축됐을 뿐 아니라 입주민이 에너지와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했다.


지붕에는 24만8000달러치의 태양광 패널이, 집 안에는 '에너지 스타' 마크가 부착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콤팩트형광등이 설치됐다. CCH는 아파트의 40세대는 노숙자에게 제공되고, 나머지는 저소득층 가정에게 임대할 계획이다. 보통 월 700~800달러의 임대료가 부과되지만, CCH는 월 300달러를 임대료로 고려하고 있다.  

 

CCH는 이 아파트를 짓기 위해 덴버 시로부터 200만달러, 콜로라도 주정부에서 100만달러, HUD로부터 80만달러의 지원금을 받았으며, 일부는 저소득과 환경 부문 세금공제로 채우고, 100만달러만 부채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패널은 정부로부터 14만7000달러의 세금 인센티브를 받고, 엑셀에너지로부터 8만2000달러의 환불을 받아 구입했다. 자가 발전시설을 통해 전기료에서 연간 8000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CCH는 내다봤다.

 

30년 전 사고로 신체 장애를 입게된 제랄드 로버트(57세ㆍ전직 수목 외과술 전문가)씨는 이 아파트의 첫 번째 입주자로 선정됐다. 그는 덴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까지 길거리 침낭에서 자던 내가 이런 기회를 갖게된 것은 축복이다"며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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