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빨아들이고 대체연료 뽑아낸다

한 때 바다의 잡초로 불리던 해조. 지구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자라는 이 식물의 양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바다 식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절반을 흡수해 기후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화석 연료 과다 소비로 인한 온난화 현상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바다 식물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이를 기후변화를 잡는 '무기'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 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 연구팀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12개 국가 연구팀이 해조에 대해 주목했다.

 

이산화탄소 먹는 하마

우뭇가사리, 김 등 붉은 바다식물인 홍조류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육지식물보다 훨씬 뛰어나다.

 

열대우림과 소나무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1㎡당 각각 15~20t, 8~12t인데 비해 홍조류는 30~40t에 이른다.(서영범 충남대 환경임산자원학부 교수)

 

정익교 부산대 교수는 발리 총회에 참석해 해조류와 해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바다 속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해조류와 해초가 자라고 있다"며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해조의 가치를 인정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대형 해조인 '개도박' 등 일부 해조는 이산화탄소 흡수량(1초 기준)이 m²당 150μg(마이크로그램)으로 열대우림(31.7μg)의 5배 수준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재영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팀 사무관에 따르면 해조 및 해초류는 활발한 광합성으로 3개월에 3~4m씩 자랄 정도로 성장이 빠르며 일부 해초의 탄소 흡수율은 지상 식물의 5배나 될 정도로 높다.

 

해조 및 해초를 이용한 온실가스 흡수 연구는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이 연구를 위해 2012년까지 9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존 비어돌 호주 모나시 대학 교수는 "필리핀처럼 해안선이 긴 나라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재배 방식으로 해초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며 "해초는 탄소 흡수 기능 외에 청정 연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바다 식물을 이용한 온실가스 저감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연구원들은 해조류를 이용해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미 에너지부(DOE)가 지원한 174만달러를 포함해 242만달러가 이 실험에 투입됐다.

 
연구원들은 해조 호수를 만들어 해조가 발전소의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잘 빨아들일 수 있는 지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해조가 온실가스와 만났을 때 탄산칼슘을 생산하는데, 이는 딱딱한 석회암과 같다. 연구원들은 해조가 만드는 이 탄산칼슘을 상업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ㆍ환경 업계에서도 해조류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린퓨얼사는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 분해하는 생물 반응 장치를 고안했다. 여기에 발전소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녹조류를 이용할 계획이다. 그런 다음 녹조류는 바이오연료로 전환될 예정이다.

 

관계자는 "녹조류 2톤은 이산화탄소 1톤을 제거할 수 있다"며 "일단 녹조류가 수확되면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이산화탄소 배출의 40%는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고 있다.

 

짜면 기름 생산도 가능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생산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낙관적이다.

 

옥수수나 대두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 등을 생산하자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해조류는 바이오연료로 매력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조류는 15~40%의 유지(油脂)를 함유하고 있다. 100kg의 해조류를 짜면 최소 15kg에서 최대 40kg까지 기름을 추출할 수 있다. 반면 유채씨는 40%, 팜유는 50%의 유지를 각각 함유하고 있다.

 

유채꽃은 씨만 골라내 기름을 짜야 하지만 해조류의 경우 전체를 이용할 수 있어 ㏊당 생산량이 월등히 높다. 실제로 해조류의 경우 ㏊당 10만ℓ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는 반면 팜유는 5950ℓ가 나온다.

 

일본 도쿄해양대와 미츠비시 연구소는 최근 해초로 바이오에탄올을 대량생산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해에 1만㎡ 규모의 양식장을 만들어 연간 휘발유소비량(6000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만㎘의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구상에서는 해초를 분해하는 효소를 이용한 '바이오리액터(생물배양기)'로 불리는 특수 장치에서 당 성분을 분해해 에탄올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해 중앙부의 수심이 얕은 대화퇴(大和堆)에 김, 미역을 양식할 수 있는 대형 그물을 설치하고 번식력이 강한 모자반을 양식해 바이오리액터 등을 갖춘 배에서 분해, 생산한 에탄올을 유조선으로 운반할 예정이다.

 

남은 과제

해조의 능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육지 식물이 여러해 동안 탄소를 저장할 수 있지만 해초의 성장과 수확 기간이 몇개월로 짧아 저장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초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분을 제거하는 데 연료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지열로 해결한 사람이 있다. 인피니퓨얼 바이오디젤 사(社)는 미국 네바다주 와부스카에 있는 지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과 열을 이용해 해조를 키우고 말리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클로드 샙 회장은 "우리 공장은 석유 제품을 전혀 쓰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재배한 녹조류를 발효하기 위해 인근 낙농업자에게 발효제를 얻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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