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 기술개발 총력전/日 프리우스 판매량 100만대 돌파…기술수준 '으뜸'/국내 현대차 선두주자…핵심부품 생산능력은 '걸음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 기술개발을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날로 엄격해지는 배출가스와 온실가스 규제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EU는 2012년부터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2)배출 기준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CO2 배출을 km당 120g 이하로 제한한다는 방안이다. 배출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자동차 회사에겐 거액의 벌금을 물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EU 수출이 전체 수출량의 21%를 차지하고 있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이브리드카 세계는…日 프리우스 독주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선점한 일본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일본의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프리우스'로 예상 외의 실적을 올렸다. 도요타는 지난해 6월프리우스를 앞세워 하이브리드카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현재 40여개 국가와 지역에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프리우스는 특히 자동차업계의 최대 격전장인 북미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어 미국 자동차 업계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특허를 약 640개 소유하고 있다. 판매뿐 아니라 기술 부문에서의 독주 체제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도요타는 2010년까지 충전식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현재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에 쓰이는 니켈 배터리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동되는 충전식 하리브리드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충전식 하이브리드차는 기존의 하이브리드카가 휘발유 등으로 구동이 돼야 배터리 충전이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외부에서 충전이 가능하고 휘발유 의존도도 훨씬 적다.

 

도요타를 뒤쫓고 있는 닛산과  다이하츠 등 일본 제조사를 비롯해 미국의 포드는 도요타의 기술 라이센스를 사용해 하이브리드카를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 업계는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분주하다. 최근 GM과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이 제휴를 통해 하이브리드카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들이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은 투모드(two-mode) 방식으로 도요타의 것과 다르다.

 

투 모드 하이브리드 차량은 두개의 전기 모터를 이용하거나 연소엔진을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두 시스템을 동시에 활용해 움직이는 등 각 업체 차량별 고유 특성에 맞게 설계와 제조 방식을 달리해 적용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결과물은 없다.

 

한편 미국 GM은 하이브리드카를 뛰어넘어 선 자동차를 개발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향후 2년 안에 집에서 전기를 충전시키는 것만으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내놓겠다고 한 것. 볼트(VOLT)라는 이 차는 집에서 보통 쓰는 콘센트에 차의 전선을 꽂아두면 3시간 충전해서 약 100km를 몰 수 있다고 한다.

 

이 차는 도요타가 개발할 예정인 충전식 하이브리드카와의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향한 국산 자동차업계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우리나라의 현대 자동차와 르노가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산 하이브리드의 꿈

정부는 자동차 연비효율 개선 등을 통해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2년까지 59만4000탄소톤을 줄이고 자동차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검토키로 했다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167g이다. EU의 배출 기준을 40%나 초과한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의 하이브리드카 양산은 시급하다.

 

국내서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카에 관심을 보인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던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는 매년 상당한 예산을 증액하며 국산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현대차는 베르나와 클릭 등 소형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공공기관에 시범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9년 본격 양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아울러 2010년 이후 중형차 이상으로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의 핵심부품으로 알려진 동력전환 계통 부품을 생산할 능력이 없다. 또 축전기 조달도 여의치 않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2004년 최초 출시된 클릭 하이브리드카는 대당 3500만원을 육박했다.


이 가격은 당시 3000cc급 최고급 승용차의 가격과 맞먹는 수준으로 고연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자동차인 것이다. 

 

이같이 기술과 가격의 문제로 국내 하이브리드카가 언제쯤 국산화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이브리드가 좋은 이유

잡종을 의미하는 '하이브리드(Hybrid)'는 2개의 동력을 사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현재 휘발유나 디젤 엔진과 전기 배터리 등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이브리드카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공해가 아니라 '저공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기존 차량처럼 휘발유를 사용하는 엔진과 배터리에서 동력을 얻는 전기모터를 상황에 따라 교대로 사용한다.

 

예컨대 강한 힘이 필요한 고속주행이나 언덕길에서는 휘발유 엔진, 시속 30km 이하의 저속주행이나 신호대기 때는 충전된 전기를 사용한다.

 

자동차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고속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의 활용비율이 7대3 정도다. 엑셀에서 발을 떼 가속을 멈추면 달리던 힘으로 전기모터가 돌아간다. 이 전기에너지는 배터리에 저장된다.

 

이런 방식으로 하이브리드카는 휘발유를 아끼고 동시에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다. 보통 연비를 리터당 최대 30~40km 수준으로 올릴 수 있어 기존 차량보다 3~4배 높은 효율성을 보이고 배출가스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최초의 국산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직접 운전한 이 모씨(32)는 이 밖에 직선도로에서의 가속력이 뛰어나고 차량 소음이 덜한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국산 하이브리드차도 탈 만하다"며 "본격적인 양산체계를 갖춰 가격을 일반차 수준으로 낮추고 핵심기술을 국산화한다면 미래형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충분한 승산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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