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피크가 이사 갔다
[칼럼] 피크가 이사 갔다
  • 노동석
  • 승인 2018.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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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올해 최대전력(이하 피크) 9248만kW는 7월24일 오후 5시에 발생했다. 언론을 포함한 일반은 피크에 대해 100년만의 폭염과 2015년 이래 최저로 떨어진 예비율에 전력수급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피크가 발생한 시간대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는 것 같다. 머리 아픈 얘기를 조금 해보자.

여름철 가장 더운 시간대는 오후 2~3시이다. 그래서 오후 3시에 최대 전력이 발생하면 자연스럽다. 실제로 2014년까지는 대체로 오후 3시에 피크가 발생했다. 그런데 금년을 포함하여 최근 몇 년 동안은 오후 5시에 나타났다. 피크시간의 이동을 확인, 파악하기 위해 2014년과 2018년 하계 피크 발생일의 시간대별 전력수요를 비교했다. 그림으로는 잘 구분되지 않겠지만 2014.7.25. 오후 3시의 피크가 5시에 비해 66만kW가 높았다. 2018.7.24.에는 반대로 5시 수요가 3시에 비해 55만kW 높았다. 연도를 무시하고 차이만 합치면 121만kW가 된다. 단순하게 수요 120만kW가 이동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후 2-3시로 그대로 인데 피크발생 시간은 달라졌다. 

▲시간대별 수요 비교 2014 vs. 2018 하계피크일
▲시간대별 수요 비교 2014 vs. 2018 하계피크일

왜 이런 변화가 발생했을까. 답부터 말하면 발전량이 자연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태양광과 풍력이 최근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거래는 복잡하다. 재생에너지 중 소규모(1000kW 이하) 태양광과 풍력은 거래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와 거래할 때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거래소 발표 시간대별 수요에 포함되므로 피크시간대의 이동과 관계가 없다. 문제는 복잡?다양한 거래가 가능한 소규모 태양광에서 발생한다. 한전과 직거래하거나 상계거래되는 태양광의 발전량은 수요에 포함되지 않으며, 시간대별 계측이 가능한 계량기도 없어서 분석이 어렵다. 한전과 거래하는 풍력은 논의에서 제외한다. 한전과 거래하거나 상계거래되는 태양광의 용량이 440만kW로 적지 않다. 한전과 직거래를 하면 전력시장 회원비, 전력거래 수수료 면제, 전력계통 연결시 필요한 통신설비 등 시스템 구축비용이 필요 없다. 그래서 한전과 직거래하는 소규모 태양광이 거래소와 거래하는 용량에 비해 훨씬 많다. 

필자가 조사한 1000kW 규모 동해태양광은 7월24일 13시에 611kW, 17시에는 409kW를 발전했다. 13시와 17시의 이용률이 약20% 차이가 발생했다. 한전 직거래와 상계거래 용량이 440만kW이므로 위 이용률을 적용하면 거래소 수요곡선에 잡히지 않은 태양광 발전은 3시대에 264만kW, 5시대에 176만kW 수준이다. 차이는 대략 90만kW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 보 8월13일자에는 수요에 포함되지 않은 태양광 발전량을 400만kW로 추정했고, 이를 포함한 7월24일 3시의 피크는 9,400만kW를 초과했으나 ‘태양광 발전의 기여로 피크가 감소했다’라고 했다. 전제가 맞다면, 소규모 태양광이 없었다면 전력수요는 오후 3시에 9,440만 5시는 9,420만kW로 추정된다. 계산은 맞았는데 해석은 엉뚱하다.     
소규모 태양광은 피크감축에 기여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크의 시간대만 변화시킨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하계피크는 오후 3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했고 태양광은 한전과 직거래, 상계거래되더라도 수요감축이 아닌 공급수단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수요관리에 반영된 자가태양광은 2030년 32만kW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차 피크시간대의 이동 현상이 고착화 될 것이며 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무엇이 문제인가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래 그림은 태양광 발전이 많은 미국 캘리포니아 ISO(우리의 전력거래소)에서 추정한 수요곡선이다. 왼쪽 그림에서 회색선(아래)는 태양광의 시간대별 발전량이다. 전력거래소, 동해태양광, 독일과 네덜란드의 시간대별 태양광 발전량 조사결과 모두 유사한 발전 패턴을 보였다. 주황색선(중간)은 ISO가 추정한 수요곡선, 청색선(위)는 태양광을 포함한 수요곡선이다. ISO 관점의 수요곡선(중간)의 형태가 오리모양이어서 Renewable Duck Curve(또는 Duck Curve)라고 한다. 오른쪽 그림은 태양광 발전이 확대되면 오리의 등이 더욱 깊게 패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Duck Curve 그래프
▲Duck Curve 그래프

현상이 심화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오전 7시 태양광 발전이 시작되면 전기를 공급하던 일반발전기들은 출력을 감소시켜야 하고, 다시 태양광 발전이 줄어들면 출력을 증가시켜야 한다(Ramp up, Ramp down). 그래야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다. 캘리포니아 ISO는 2020년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하는 3시간 동안 출력증가 필요량이 3시간 동안 1,300만kW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과정에서 발전기의 출력을 증감시키거나 발전기를 대기시키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것을 balancing cost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수급균형유지 운영비용’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물론 태양광 발전이 없을 때에도 출력조정이 필요하지만 태양광의 용량이 증가하면 출력조정량과 그 비용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다른 측면으로는 일반 발전기의 정산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도매시장가격은 하루 전에 결정하는데 태양광의 내일 시간대별 발전량을 예상하여 이것을 도매가격에 반영하기는 매우 어렵다.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금년도 피크일 3시의 발전량이 전체 출력의 62%인 발전소(동해)도 있고 그렇지 못한 발전소도 있다. 거래소 자료의 평균은 51%이다. 2030년 태양광의 용량이 3,368만kW이므로 예측오차가 10%라면 대략 300만kW가 틀려진다. 예측오차가 커질수록 정산비용의 불확실성은 대폭 증가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반발전기들의 정산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수요반응시장(DR)도 수요곡선의 변동, 비용의 증감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이에 대해 논의가 길어지면 칼럼이 아닌 교과서가 되므로 구체적 언급은 생략한다. 다만 앞으로 DR 발령은 오후 3시가 아닌 5시에 해야 하나?라는 질문만 던지고 넘어가자.

대책은 있나.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대비하여 출력증감이 빠른 유연성 설비(대표적으로 양수, 가스터빈 발전기, ESS)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또는 의무화, 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구체화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이 역시 비용 상승을 동반한다. 그 사이 오리의 등은 더욱 깊이 패이고 소리 없이 증가하는 계통운영비용과 시장정산비용은 요금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상계거래,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지원 강화, 농가태양광, 프로슈머 제도 등 소규모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대를 반영하고 있다. 피크 시간대의 이동, 모른 척하거나 뒤로 미루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치밀하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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