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적의 논리는 무논리다?
[칼럼] 무적의 논리는 무논리다?
  • 노동석
  • 승인 2018.1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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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11년 전 당시 야권은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었다. 경선과정에서 유력후보 중 두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서로의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그 중 하나가 주가조작 문제와 관련된 인터넷 은행의 소유에 관한 의혹이었다. 그런데 후보 본인이 어느 대학에서 한 연설 중 ‘은행을 설립했다’는 동영상이 나타났다. 다급해진 대변인은 기자회견 중 ‘주어가 없다’라는 몹시 황당한 논리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해명은 오히려 해당 동영상의 확산과 관심을 촉발하고 말았다. 결국 ‘주어가 없다’는 말은 거짓으로 판명되었고, 아직도 희화화되고 있다.  

지난 11월24일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법을 폐기했다. 그 결과 우리의 에너지전환, 탈원전을 둘러 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다양한 논점이 있지만 주요 이슈는 ‘재생에너지가 세계적인 추세’, ‘2020년대 후반에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원자력을 추월’, ‘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경제성 때문’, ‘한전의 적자 발생 원인은 탈원전’ 등이다. 한 줄로 요약하면 재생에너지냐 원자력이냐의 논쟁이다. 공존 방법의 유무나 적정 전원구성을 찾아봐야 한다는 논리는 반대 진영으로 분류하여 배척되거나 기회주의적 것으로 치부되어 소위 ‘변방의 목소리’가 되고 만다. ‘되는 쪽에 붙기’위해 기존의 입장을 바꾸는 것이 더 기회주의적인데도 말이다. 

재생에너지 촉진 주장의 논거 중 첫째는 ‘세계적인 추세’, 재생에너지의 비용이 빠르게 낮아져 ‘원자력 보다 싸진다’는 것이다. 전세계 발전량은 2010년 2만2000TWh에서 2017년 2만6000TWh로 19%가 증가했다. 그사이 발전용량은 5TW에서 7TW로 34%가 증가했는데, 증가 용량의 54%는 재생에너지 용량이다. 이 정도면 대세다. 그런데 같이 알아야 하는 사항이 있다. 세계 192개 국가 중 5개국(중국, 미국, 독일, 인도, 일본)이 늘어난 재생에너지 용량의 67%를 차지하고(10개국의 비율이 81%다), 이중 탈원전을 선언한 국가는 독일 뿐 이라는 것과 2010년 이후 원전용량이 21GW가 증가했는데, 중국과 인도의 원전 증가용량이 28GW라는 점이다. 다른 국가들의 폐지용량을 훨씬 초과한다. 중국과 인도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대 후반 태양광의 비용이 원자력과 같아지거나 싸진다는 것은(재생에너지 전체가 싸진다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 비용은 낮아지고 원전 비용은 비싸진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 주장은 기각된다. 그런데 우리의 원전비용이 높아지는 이유는 외부비용(사고비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면서 제시되는 사례가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와 영국 산업부(BEIS)의 보고서다. 발간 기관이 정부라는 이유로 이 두 보고서의 신뢰성은 높다. 양 국가에서 원자력의 경쟁력이 상실되었으므로 우리도 그렇게 될 거라는 말이다. 그런데 양국 보고서에서는 경제성 평가시 전원의 외부비용은 반영하지 않았다. 직접비용만을 계산할 때 원자력의 경쟁력이 없어졌다. 우리의 경우는 원자력에 외부비용을 반영할 경우에만 낮아질 태양광 비용에 근접한다. 10년 뒤의 일은 모르니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태양광은 원자력보다 비싸다. 2017년 원전 단가는 kWh당 60원, 태양광은 210원 수준이었다. 미래에 싸지기 위해, 또는 싸질 것이므로 지금 비싼 것을 써야 한다. 그 추가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것이 논리적인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근거가 된 보고서의 경우는 좀 더 나갔다. 월성1호기는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을 계속하면 손실이 커지는 결과를 가져오니 조기에 폐쇄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했다. 이번 국감에서 많은 의원들이 관련 질의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회계법인이 분석한 결과를 보고 결정했다 라는 일관된 답변이었다.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계산을 수행한 회계법인을 불러서 물었어야 했다(역시 보고서는 비공개다). 질의·응답과정에서 노출된 숫자는 월성1호기의 발전비용이 kWh당 120원인데, 전력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50원대 중반이라 경제성이 없는 것이다. 

잠시 생각해 보자. 치킨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실내인테리어를 바꾸고 튀김기도 새로 장만했다. 구청에서 안전하다고 허가도 받았다고 하자.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져서 치킨값이 폭락했다. 이 경우 사장님은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나. 치킨을 팔아서 얻은 수익이 재료구입비와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으면 영업을 계속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미 투자한 고정비를 회수할 수 없더라도 말이다. 투자비까지 계산하여 적자이므로 가게를 접는다는 것은 바보짓이다. 동네의 작은 가게도 그렇게 운영한다. 

월성1호기의 연료비와 운영비를 아무리 높여 잡아도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정산가격 60원 수준보다 낮다. 그렇다면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이유가 경제성 때문이라는 결론은 비논리적이다.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이 100% 오를 수 있다고 보고서를 인용한 야권의 주장도 황당하다. 전기요금이 두 배가 된다는 보고서에서는 과거 전력시장 판매가격의 증가 추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전원별 판매가격을 예측했다. 이러다 보니 전력시장 가격이 터무니없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과거 전원별 전력시장 판매가격을 보면 시기별로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했다. 판매가격 예측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력수급계획이 있고 전원별 비용, 연료비 자료가 있으면 모형운용을 통한 전력시장 모의를 통해 비교적 근사하게 미래 가격의 예측이 가능하다. 과거 가격의 추세를 연장하여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한다고 하는 것은 비논리를 넘어 성립하지 않는다.     

2018년 상반기 한전의 적자 원인은 탈원전 때문이 아니다. 원전의 이용률이 떨어진 이유는  원전의 부실시공, 비리 등의 이유로 장기간 정지되었기 때문이다. 한전적자의 원인은 국제에너지가격의 상승 때문이다. 이 말들은 탈원전이 한전적자의 원인이 아니라는 논리는 탈원전의 의미를 계획원전의 취소, 계속운전의 금지만으로 한정한다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장기정지 원전 외에 정기적인 정비기간이 증가했다면, 그리고 적자 중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비용이 포함되었다면 한전 적자의 원인이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은 100% 맞는 말이 아닐 수 있다. 상반기 한전 적자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이다. 에너지가격 상승, 원전이용률 하락, 2년전의 주택용 누진제 완화 등이다. 개략적으로 계산해 볼 때 원전 이용률이 80%로 유지되었다면 한전은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세가지 요인이 모두 2년전 상황이었다면 한전은 상반기에 1조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11년전 다스가 누구 것인지 모르고 대선투표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논리로 포장된 무논리가 무적의 논리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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