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A : “혹시 이번 주 금요일에 찾아봬도 될까요” B : “금요일에는 행사가 있어 목요일에 서울 갑니다” A : “그럼 월요일에는 혹시 시간 되나요” B : “월요일에도 다른 행사가 있어, 화요일에나 출근할 것 같습니다”

위의 대화는 업무적으로 만남이 필요한 A와 B라는 사람의 전화통화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여기서 A는 민원인이고, B는 공공기관 직원이다. 기자 역시 취재약속을 잡기 위해 전화를 걸면 자주 경험했던 통화내용이니, 아마 틀림없을 게다.

지난 2005년 발표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대부분이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정부 역시 세종시로 옮겨간 지 한 참 됐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수도권 인구과밀 현상을 해소하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방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방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고, 효율성 저하로 인해 폐해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이동을 위해 허비하는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죽은 자식 고추 만지기’를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이 직접 주최하거나,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거의 모든 행사가 여전히 서울에서 열린다. 또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금요일에 유독 행사가 몰려 몇몇 회의장소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금요일에 행사가 많은 것은 다 사정이 있다. 고위공무원은 물론 공공기관장과 임원진 등 높은 사람들 대다수가 수도권에 본가(?)가 있다 보니 금요일에 행사를 하는 것이다. 젊은 직원을 제외하고 간부급 역시 대동소이하다.

한전, 가스공사, 석유공사와 같은 에너지공기업의 경우 비즈니스가 주업무이다보니 민원인이라기보다 거래상대방이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낫다. 하지만 한국에너지공단,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전력거래소 등 정부 업무를 위탁·대행하는 성격을 가진 공공기관의 경우 민원인 방문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직원뿐만 아니라 국민 고충까지 더해지고 있다.

금요일에 열리는 행사를 무조건 폄하할 생각은 없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의 이동시간을 줄인다는 점에서 분명 장점이 있다. 또 행사에 오는 사람들이 편하고, 최고의 효과를 얻기 위해 금요일 또는 월요일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정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만 편하자고 금요일에 모든 행사를 잡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정부는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욕먹을 수밖에 없는 뉴스를 금요일 오후에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문이 안 나오는 주말을 이용해 비판여론을 최소화, 스리슬쩍 넘어가려는 꼼수에서다. 과거 정부뿐 아니라 이같은 경향은 현재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금요일에 행사가 하도 몰리다보니 드는 노파심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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