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냐고? 당연하지!
[칼럼]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냐고? 당연하지!
  • 허은녕
  • 승인 2020.1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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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 한국혁신학회 회장 /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 한국혁신학회 회장 /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혁신학회 회장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OECD가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 정책이 재생에너지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으며 전력수요관리에 대한 투자를 저해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에 발표한 ‘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서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COVID-19 대응 및 한국판 뉴딜에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지만 환경의 질 수준에서는 OECD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및 차량배기가스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탄소배출권 가격을 인상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세계에너지협의회 (WEC)도 올초 발행한 연차보고서 ‘World Energy Trillema Index 2019’에서 한국의 순위를 37위로 평가하면서도 환경부문(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의 점수를 100점 만점에 59점을 주어 우리에게 회원국 125개국 중 80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겨주었다.  

이번 OECD 보고서의 특징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내용이 확실하게 표현하였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 간지 오래이며, 현재 일본과 유럽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의 타 에너지에 비해도 왜곡이 심한 수준이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가격은 소비자가격이 원가의 2배 이상인데, 그 이유가 세금이 절반이기 때문이다. 석탄, 가스 등도 모두 원가 또는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국내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전기만이 유일하게 원가 이하에서 소비자요금이 책정되어 있다. 그리고 정부가 가격을 컨트롤한다. 그래서 가격(price)이 아니고 ‘요금(fare)’이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정부가 전기요금은 비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에너지 이용과 관계없이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계는 이미 십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러한 주장을 하여 왔고, 수백차례 정부에 건의했다. 

김영삼 정부 때의 석유제품가격의 자율화, 김대중 정부 때의 한국전력공사 분할 및 도매시장도입, 노무현 정부 때의 휘발유-경유-LPG 상대요금 변경 및 환경비용 추가 등 우리나라는 에너지 분야의 시장가격 결정구조 개선에 부단한 노력을 하여 왔다. 그러나 시계는 거기서 멈추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국내경제의 다른 부분은 모두 시장친화적인 제도가 도입됐으나 에너지, 특히 전력분야는 요지부동이었다. 20세기 정책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후퇴했다. 

이명박 정부는 ‘휘발유 가격이 묘하다’로 국내석유제품시장을, 해외자원개발로 국제경쟁력을 시장이 아닌 정부주도로 이끌더니 2011년 9월 정전이 발생하자 지식경제부 장관과 차관을 경질하여 전력공급 역시 정부의 영역으로 재소환했다. 박근혜 정부는 앞 정권의 문제를 부각시키고는 아무것도 변경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전기는 지난 10여년간 생산원가 이하 수준에서 요금이 책정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에너지제품이며, 한전은 당연하지만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OECD 보고서는 낮은 전력요금이 재생에너지의 시장진입을 막고 있다고 했다. 전력요금이 외국에 비하여 낮다보니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에 보조금을 더 많이 주어야 보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의 수준이 재생에너지 보급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유럽국가가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몇 배 이상 높은 이유가 전기요금이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라는 것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보다 전기가격이 2배 이상 비싼 유럽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경제성이 충분하니 설치가 활발히 이뤄진다.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인 것을 물론 전기요금을 절약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현실화하기만 하여도 재생에너지 공급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며, 정부는 재생에너지보조금으로 나가는 예산을 아끼게 된다. 또한 전기사용 효율화가 높아져 결국에는 발전소를 적게 지어도 된다. 그 아낀 예산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면 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는 전력요금을 원가 이하로 유지할 까?   

정책 부재? 시장 부재?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한적이나마 전력도매시장도 있고, 전력요금의 원가연동도 가능하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에너지바우처제도도 있다. 재생에너지 쪽도 REC 시장이 있고, RPS, RHS 등 재생에너지보급제도가 완비돼 있다. 그런데 요금 쪽만 문제이다. 10여년 전 신재생에너지 보급제도를 FIT에서 RPS로 바꿀 때, 재생에너지에 들어가는 보조금도 분명히 정부 예산(에특)에서 소비자 전기요금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었다. 그러나 현재 기재부의 반대로 재생에너지 보급에의 보조금은 전력기금을 활용하여 대부분 충당하고 있다. 전기요금에 부과하지 않고 기금을 사용하면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기금은 결국 바닥이 날 것이다. 

전기요금 수준의 현실화, 나아가서 재생에너지비용 및 환경비용의 추가를 통한 전기요금의 인상은 재생에너지의 활발한 보급과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도, 90%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외화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저소측층의 지원과 환경수준 향상을 통한 국민복지 향상을 위해서도, 정부의 재정합리화를 위해서도 100% 필수적이다. 그런데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를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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