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건물은 바깥세상과의 완벽한 단절을 추구하는 동시에 바깥세상과의 완전한 소통을 갈구한다. 추위와 더위로부터, 소음과 미세먼지 등 온갖 공해로부터 철저히 분리되기를 바라면서도, 여건이 좋다면 언제든 오감으로 바깥세상을 누리려 한다. 건물 종류를 불문하고 창호가 점점 커지는 이유다. 

창호는 창틀과 유리를 통칭하는 말이다. 프레임에 해당하는 창틀을 제외한 면적 대부분이 유리다. 그래서 어떤 유리를 쓰느냐에 따라 건물의 단열, 기밀, 방음성능이 달라진다. 1990년대까지는 페어유리, 2000년대 초반까지는 복층유리가 주로 사용됐다. 지금은 로이 삼중유리가 주류인 가운데 최근 벽체수준으로 성능을 높인 진공유리가 고급주택 위주로 보급되고 있다.

창호가 건물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생각보다 넓다. 현대식 상업건물의 경우 외벽 전체가 소위 통유리다(커튼월). 고층빌딩일수록 외벽이 가벼우면서 구조적으로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조적이나 콘크리트로 부정형의 건물을 올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상업건물의 에너지이용효율은 창호선택으로 갈린다.

공동주택의 창호면적도 적지 않다. 바닥과 천정을 제외한 4개면 가운데 보통 2개면이 유리 몫이다. 30평형 아파트 기준으로 30㎡ 내외다. 우리나라의 공동주택 거주율은 작년 기준 78.3%이다. 국민 10명 중 6.3명이 아파트에 산다. 전체 빌딩과 주택창호 면적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문제는 건물에너지 소비량의 절대량을 차지하는 창호에 대한 인식과 규제가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5등급으로 에너지효율등급을 매기고, 신축 공동주택의 경우 1등급 이상을 쓰도록 하고 있지만 상업용은 기준이 느슨하다. 등급 부여 시 단열성능시험도 주먹구구란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시험성적서로 성능인증을 갈음하다보니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테스트만 통과하면 그만이다. 현장에 시공되는 창호를 무작위로 골라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건물의 에너지소비 비중은 전체의 25~30%에 달한다. 그런데 건물 냉·난방에 투입된 에너지의 30%가 창호로 빠져나간다. 단열성능이 우수한 창호를 쓰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아끼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난방용 도시가스와 열사용량이 매년 감소하는 것은 건물과 창호 단열기술 발전 덕분이다. 온난화와 에너지수급난으로 혹독한 여름과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가까이 있는 창문부터 챙길 일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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