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기학회·원자력학회·신재생에너지학회 공동좌담회
전력거래소 "경직성 80% 넘기도, 계통운영에 큰 어려움"

▲‘탄소중립을 위한 여정 : 원자력과 신재생, 미래 전력망 주력전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주제로 대한전기학회와 원자력학회, 신재생에너지학회 등 3개 학회가 개최한 특별좌담회에서 (왼쪽 두번째부터) 최홍석 전력거래소 계통혁신처장, 백원필 원자력학회장, 이건영 전기학회장, 이창근 신재생에너지학회장이 토론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여정 : 원자력과 신재생, 미래 전력망 주력전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주제로 대한전기학회와 원자력학회, 신재생에너지학회 등 3개 학회가 개최한 특별좌담회에서 (왼쪽 두번째부터) 최홍석 전력거래소 계통혁신처장, 백원필 원자력학회장, 이건영 전기학회장, 이창근 신재생에너지학회장이 토론하고 있다.

[이투뉴스] 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탄력을 받은 원자력계가 현재 30% 수준인 원전 발전량 비중을 2050년까지는 50%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 펴고 있다.

미래 주력전원이 될 원전과 신재생의 유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13일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 특별좌담회에서 “2050년엔 전력수요가 두 배 이상일 텐데, 현재 60%인 석탄‧가스가 없어졌을 때 어떻게 감당할 거냐. 시나리오를 제대로 그려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애초 ‘원전 비중 50%로 제고’ 주장은 차기 전력계획에 반드시 신규 원전을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학계 일각의 급진론 정도로 치부됐었다. 하지만 원전에 우호적인 정치‧정책여건이 조성되면서 현재는 산업계 등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새 목푯값이 됐다.

백 회장은 이날 좌담회 마무리 발언 기회를 빌어 “원자력이 50%가 안 되고 (탄소중립을)풀 방법이 있겠나. 10차 계획에는 신규가 반영 안 됐는데, 원전 건설은 아무리 빨라도 10~15년이 걸린다”며 11차 계획 신규 원전 확충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좌담회는 ‘탄소중립을 위한 여정 : 원자력과 신재생, 미래 전력망 주력전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주제로 전기학회와 원자력학회, 신재생에너지학회 등 3개 학회 회장(전기학회 이건영 광운대 교수, 신재생에너지학회 이창근 회장)이 직접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앞서 이건영 전기학회장은 원자력과 신재생을 항공기 양날개 제트엔진으로 비유하면서 “한쪽이 너무 힘을 내도, 한쪽에 문제가 있어도 안된다. 탄소중립을 통해 어떻게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가는 모두의 책무”라며 3개 학회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 에너지정책이 너무 왔다 갔다 한다. 전문가들이 모여야 하고, 일관성과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고 직격하면서 “에너지는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이 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전기분야 전문가들의 공통의견을 모아 발표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좌담회 주제인 ‘주력전원 유연성 확보방안’도 전기학회 측이 먼저 다른 두 학회에 제안한 뒤 몇 차례의 사전논의를 거쳐 결정됐다.

신재생학회는 유럽 선례를 참조할 때 해결이 어렵지 않은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창근 회장은 "독일, 영국, 스페인은 벌쩌 재생에너지 비중이 40%를 넘었고, 간헐성 문제는 이미 다 겪어 해결해 나가고 있다. 가상발전소(VPP)와 ESS, 섹터커플링으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전까지는 에너지안보와 경제성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탄소중립이 중요해졌고, 무언가는 희생해야 하는 진퇴삼난(進退三難) 상황”이라며 “원자력도 최대로 하고, 우리도 (용량이)턱없이 부족하다. 서로 단점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 한 방향을 위해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이날 3개 학회는 첫 회동임을 염두에 둔 듯 이렇다할 갑론을박이나 논쟁없이 향후 구체적인 공동 해법을 모색하자며 행사를 마무리 했다. 좌담회에 앞서 전력거래소 발제로 공론화 된 전력망 운영의 심각성에 비춰 볼 때 온도차가 컸다는 반응이 나왔다.  

최홍석 전력거래소 계통혁신처장의 전력망 운영현황 사전 발제에 따르면 발전설비는 있지만 전압이나 과부하, 과도안정도 문제 등으로 발전제약을 겪고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20여개소에 달한다. 또 융통선로 등 계통이 부족해 송전제약을 겪는 곳도 8개소다. 

계통사고 시 고장이 인접 권역으로 연쇄 확대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고장파급방지장치(SPS) 설치대수는 역대 가장 많은 41개소다. 최 처장은 "발전제약과 송전제약 지도를 겹쳐놓으면 전국에 성한 곳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수요에 따라 발전기 출력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중앙급전발전기는 줄고 반대인 비중앙급전발전기가 늘어난 것도 어려움이다. 2005년 2.4%에 불과했던 비중앙발전기는 올해 현재 20.4%(12만1941대, 28.6GW)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봄·가을에 이용률이 80% 수준까지 오르는 태양광이 작년말 기준 25.4GW로 늘어나 전체 발전량의 30%를 초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덕커브 현상이 심화되면서 실시간 수급 밸런싱이 한층 까다로워졌고, 경부하기간엔 원전 감발까지 잦은 상황이다.

최 처장은 "과거엔 석탄이 기저였으나 요즘 봄철 주말엔 단지 전체에 1,2대만 놔두고 모두 정지하고, 복합발전기는 하루 두세번 기동정지 할 정도"라면서 "원전, 송전제약, 비중앙, 열공급설비 등 경직성 전원 비중이 80%를 넘어설 때도 있다. 계통운영에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계통이 취약해지면 출력제어 사유가 복합적으로 동시에 발생한다. 유연성능에 대한 시장보상 확대로 비중앙발전기의 중앙기 전환을 촉진하고 전력망 확충과 다양한 전력망 대체기술(NWAS)을 총동원해 조금이라도 유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백원필 원자력학회 회장은 원전이 재생에너지처럼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원전은 프랑스에서 입증되었듯 일일부하추종이나 주파수제어 탄력운전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우리 원전이 당장 탄력운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물러섰다.

백 회장은 "원전 탄력운전은 주파수제어운전과 계획 일일부하추종으로 나눌 수 있는데, 터빈전단의 가버너밸브를 이용한 시간당 2~3% 조정은 현재도 가능하다는 의미"라면서 "시간당 10% 정도를 조정하려면 원자로 자체에 대한 기술검토 및 제도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창=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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