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특별법이 능사인가, 분산전원 원칙은 실종]
전영환 홍익대 교수, 수도권 융통선 운영실적 분석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적용시 최소 7라인 추가해야
"수요·공급의 분산화, RE100클러스터 유일 해법"

[이투뉴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등을 위해서라도 국가기간전력망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전력수요가 1GW 늘 때마다 이를 조달하기 위한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1개 라인(2회선 기준)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결과가 제시됐다. 이 공식을 예상수요가 10GW인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 대입하면, 건설 예정인 가스발전소 3GW를 제외하고도 모두 7개의 345kV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송전선로 건설은 345kV기준 평균 13년 이상이 소요되고 있고, 일부사업은 지연기간만 12년에 달할 정도로 수용성이 낮은 상태다. 더욱이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는 RE100이행을 약속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입주한다.
24일 전영환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전력당국이 송전 한계량을 감시하고 있는 주요 수도권 융통선로(765kV·500kV·345kV)의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선로의 전체용량은 45.9GW에 달하지만 월별 평균 운영실적은 최소 10.3GW(11월)에서 최대 12.5GW(8월)에 그쳤다.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 동·남부로 끌어올리는 765kV 신중부~신안성과 신태백~신가평 구간, 345kV 아산~화성, 신충주~곤지암, 신온양~서서울, 서안성~신진천 구간, 500kV 북당진~고덕(HVDC) 구간의 2022년 연중 설정 한계량과 평균실적을 확인한 결과다. 선로 최대용량(45.9GW)의 약 4분의 1을 한계량으로 정해 그 값을 초과하지 않도록 꽉채워 이용한 셈이다.
송전선로가 부족하다며 융통선로 이용률을 이처럼 낮게 운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수요 대비 부족한 수도권 자급량과 그 때문에 특정지역에 몰린 발전설비 와 송전선로 때문이다. 서울·인천·경기의 같은기간 수요는 36.7GW였지만 자체 발전가능량은 28.8GW에 그쳤고, 전력피크 때는 둘의 격차가 10GW까지 벌어졌다. 부족한 만큼을 충청권과 영동권에서 끌어오고 있는데, 수도권 주변 전력망은 특정선로 고장 시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전압안정도 문제가 있어 당국이 주단위로 선로마다 송전한계량이 매기고 있다. 지금까지는 송전선로를 계속 추가 건설하는 물리적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왔으나 주민수용성 저하로 그마저도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공급 측면도 마찬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 대규모 발전단지의 경우 인근 송전선로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주변 발전기가 동시에 계통에서 탈락하는 과도안정도 문제가 발생해 발전소를 증설해도 그 양을 모두 수도권으로 보낼 수 없다. 이런 여건에서 수도권 수요가 1GW 늘어나면 약 4배 수송이 가능한 345kV 2회선을 건설해 그 중 1GW만 써야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초고압 송전망에 이중고장(N-2)이 나더라도 대규모 정전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적정 여유량을 신뢰도 기준을 정해 유지하고 있다. 전영환 교수는 “전국에 원전을 지어도 이 문제를 해결 않고는 쓸 수 없다. 수요와 공급의 동시 분산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며 “인구밀집지역을 지나는 송전선로 계속 건설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용인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런 송전문제에 추가해 재생에너지 조달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0년, 삼성전자는 2022년에 각각 RE100 캠페인에 정식 가입했다. 하지만 정부와 이들기업은 3GW 내외 열병합발전소를 클러스터에 건설해 전력을 조달한다는 계획 이외 아무런 재생에너지 수급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7GW만 외부서 조달한다면 345kV 송전선로 7개를 무더기로 건설해야 하고, 건설 예정인 가스발전소도 재생에너지는 아니어서 최종 10GW의 태양광·풍력 공급원이 필요하다. RE100 적용을 받는 국내기업의 전력사용량은 전체의 약 37%이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작년 RE100 이행률은 각각 11%, 9%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 의하면 2022년 기준 RE100에 가입한 국내기업 36개사의 전력사용량은 5만6936GWh로 전체 소비량의 약 10%에 달한다. 박 교수는 “정부가 탄소감축기술 개발이나 에너지 제로마을에 집중할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면서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범부처 추진단을 꾸려 RE100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영환 교수는 “국가전력망특별법을 제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체제 자체를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며 “수도권의 경우 난방과 수송의 전기화까지 고려한 재생에너지 수급대책이 필요하다. 가스발전소를 지으면 된다는 주장은 탄소중립을 계획하고 있는 국가시책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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