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기간 내내 '녹색 성장'을 강조한만큼 차기 정부의 에너지ㆍ환경 정책을 이끌 인물들은 누구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에너지와 환경 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을 위한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그는 군사 비용을 최대 50% 삭감해 신재생에너지, 대중교통 증축, 그린 빌딩, 지속가능한 제조, 유기농 재배 등 그린 경제 건설에 의한 경제 회복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분야를 주도, 국제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고 암시했다.

 

에너지부 뿐 아니라 상무부, 농림부 등 분야에 상관없이 내각 장관과 백악관 인사들이 오바마 당선자 곁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오바마 당선자의 의지가 담긴 에너지ㆍ환경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녹생 성장'의 구심체 역할을 할 백악관 참모와 내각 인사들의 에너지관에 대해 알아봤다. 

 

◆ '그린 칼라' 만들 상무장관, 빌 리처드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상무장관으로 기용된 빌 리처드슨(61)은 오바마 당선자의 최대 공약인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그린 산업기술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됐다.

 

리처드슨 내정자는 "상무부의 핵심적인 역할은 경제를 회복하는 일이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것이다"며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계획의 구호인 투자, 민관협력,  일자리, 기술, 기후변화와 연구 등이 상무부의 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슨은 2002년부터 뉴멕시코 주지사로서 뉴멕시코 주를 태양광 에너지와 바이오연료 산업의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힘썼다.

 

그는 주 내에 있는 연방 연구기관인 로스 알라모스와 산디아 등을 주립대학 연구소들과 연계, 발전시키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상무부 장관으로서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 기관과 민간기업, 대학의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리처드슨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다. 리은호 핵 간첩 스캔들로 인해 임기가 단축됐다. 그는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이었던 리은호를 원자력 기밀을 중국 정부에 전달한 범인으로 지목했으나 무죄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리처드슨은 벨레로 에너지 Co. 와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 등 에너지 기업에서 이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뉴 멕시코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이사직을 물러났지만 한 동안 이들 기업의 상당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슨은 지난해 10월 '어떻게 에너지와 안보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란 책을 펴냈다.


◆ 에너지 안보 책임질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존스

 

오바마 당선자는 에너지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석유에 의존할 수록 국가안보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2일 제임스 존스(65)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하면서 '에너지와 국가안보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그가 국가안보위에서 에너지 문제를 깊숙이 다룰 것으로 전망했다.

 

4성 장군 출신이며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인 존스는 공화당 존 매케인 의원의 참모였으나 오바마 당선자에게도 국가안보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NATO 사령관으로서 그는 국가 안보차원에서 중동에 파견된 바 있다. 그는 NATO의 역외활동인 에너지 공급 안정화를 책임지고 수행했다. 그는 미국과 NATO가 페르시안 걸프와 중앙 아시아 지역의 군사책임을 취하면서 세계 안보와 에너지 공급을 보호하는 책임이 있다고 보고있다. 

 

그는 안보 이슈와 관련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중립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그가 국내 석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경력을 문제삼아 내정을 반대했다.

 

존스 내정자는 군대를 떠난 이후 2007년부터 '21세기 에너지 연구소'를 운영했다. 이 연구소는 일반인을 상대로 친산업적인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교육을 펼치고 있는 상공회의소와 제휴했다.

 

그의 연구소는 최근 다음 행정부를 위한 에너지 정책 제안을 시리즈물로 발간했으며, 온난화 관련 법안을 빠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경시하고, 국내 석유와 가스의 생산확대를 강조하고 에너지 효율 증진과 석탄화력발전소의 탄소 포집과 같은 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5월 정유사 셰브론의 이사로 선출되기도 했다.

 

◆ "그린 건설 도울 것" 백악관 비서실장 램 이매뉴얼

 

오바마 당선자의 첫 인사는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한 램 이매뉴얼(49)민주당 하원의원이었다. 백악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일처리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매뉴얼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든든한 오른손이 돼 거침없는 조언과 함께 가장 시급한 현안인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돕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린 인프라스트럭쳐'에 중심을 두겠다고 했다. 그린 인프라스트럭쳐란 화석연료를 덜 쓰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중교통, 향상된 전력 송전시스템, 스마트 전력미터기 등을 의미한다.

 

램 이매뉴얼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미 언론은 판단하고 있다. 2007년 1월 11일 미 공영방송 NPR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석유와 가스 분야에 주어지는 세금공제 120억달러를 재생에너지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기 민주당 하원은 2007년 클린에너지법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 공공이익조사그룹(PIRG)은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180도 바뀔 것"이라며 반겼다.

 

이매뉴얼은 뉴욕의 세로 로런스 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클린턴 행정부의 백악관 정책보좌관으로 지냈다. 이후 투자은행에서 일하며 많은 인수합병 계약을 성사시켜 160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이 자금으로 2002년 하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그의 풍부한 시장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그는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한번 맡은 일은 완수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 "재생에너지 투자, 경제 회복 도움안돼" 백악관 예산국장 피터 오스자그

 

버락 오바마 당선자는 백악관 예산국장을 피터 오스자그(39)로 지명하면서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작년 1월부터 의회예산국(CBO) 국장을 지낸 오스자그는 정책과 예산 실무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입장은 오바마 당선자와 판연히 다르다.

 

오스자그 내정자는 CBO 국장 시절 "대체에너지에 대한 정부 예산투자는 완전히 비실용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경제를 육성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오스자그의 보고서는 재생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한 보조금은 민주당의 경제 육성 패키지의 한 부분이지만 공화당에 의해 저지당할 것이며 경제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시설 건설은 착수부터 시간이 오래걸려 빠른 경제 자극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 하는 의견도 나왔다. 에너지 부문에 배치될 예산이 극소수로 제한된 일자리만 만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주장이다. 예컨대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연구원 지원비 정도로 주어질 것이라는 것.

 

닉 샤피로 오바마 인수위 대변인은 오스자그에 대한 내정을 발표하면서 이 보고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 가운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달 8일 오바마 당선자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오는 20일 대통령의 사인을 기다리는 경제 자극 법안을 준비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음 날 비즈니스와 환경 그룹으로 이뤄진 에너지 회의에서 매조리티 리더 해리 라이드 상원의원은 1000억달러를 재생에너지 부문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인수팀은 그린 에너지에 얼만큼의 예산을 편성할 지, 어떤 사업들이 진행될지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오스자그는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마셜 장학생으로 영국 런던경제대학(LSE)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클린턴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정책특별보좌관과 경제자문위원회의 선임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경제ㆍ공공정책 컨설팅 회사인 '세비고 어소시에이츠'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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