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업, 이사람] "고객이익이 제일 중요, 신뢰 지키려면 3~5배 노력해야"
2004년 창립 '일 잘하는 기업' 입소문 종합엔지니어링사와 어깨 나란히
자체 고급기술자 20여명 운용…전기 설계만으로 100억원 이상 매출 기록

[이투뉴스] 사달은 걱정하지 않던 곳에서 터졌다.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A사에 맡긴 풍황(風況) 분석데이터가 문제였다. 사업성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값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못 도출돼 쓰였다. 에디슨전기가 엔지니어링을 총괄하던 프로젝트였다. 하영복 대표는 A사 핑계를 대는 대신 사업주에게 사과부터 했다. 그런 뒤 추가로 비용을 들여 A사 경쟁사에 같은 용역을 발주했다. 양사 결과를 모두 받아 그대로 사업주에게 전달했음은 물론이다.
“약속이 깨졌을 땐 하던 대로 해선 안 됩니다. 잘못했을 때는 3~5배의 열정과 자금을 투입해야 믿고 일을 준 곳과의 신뢰를 지킬 수 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되레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에디슨전기가 ‘일 잘하고, 꼼꼼하고,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란 평판을 얻고 있는 비결을 묻자 “고객의 이익이 제일 중요하다”며 하 대표가 들려준 일화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 에디슨전기 본사에서 하 대표를 만났다. 2004년 직원 3명의 전기 설계·감리업체로 출발해 이제는 임직원 45명, 연매출 150억원을 바라보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태양광·ESS·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개발과 인허가, 설계 및 기술지원에 특화된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종업체로는 유일하게 도화, 유신, 한국종합기술 등 내로라하는 종합엔지니어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러브콜(입찰제안)’을 받고 있다. 외주를 주고 사실상 관리만 하는 종합회사 대신 풍부한 경험과 실전 역량을 갖춘 곳을 찾는 사업주들이 늘고 있어서다. 이날도 대기업 S사의 대형 해외 프로젝트 설계 수행 여부를 놓고 한창 내부 논의를 벌이고 있었다.

하 대표가 꼽는 에디슨전기의 저력은 업계 최대 수준의 사업수행 경험과 인적자산에서 나온다. 작년 10월까지 설계·타당성조사·기술실사 부문에서 각각 태양광 3182MW(244건), ESS 180MW/325MWh(22건), 풍력발전 3033MW(16건)를 수행했다. 세종시 자전거도로 태양광(5.5MW)을 비롯해 서남해해상풍력(400MW), 석문호수상태양광(100MW), 영양육상풍력(76MW) 등이 이 회사 설계실을 거쳤다.
괌(60MW), 카타르(800MW), 미국(300MW) 등 굵직한 해외 태양광사업의 설계와 타당성조사도 맡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욧가이치 태양광(60MW)을 비롯해 14개 프로젝트의 설계·감리용역을 수행했다. 해상풍력으로 업역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여 만에 압해해상풍력(84MW), 영광풍력(400MW), 여수풍력(800MW) 등을 잇달아 수주하기도 했다. 기술사 4명과 특급기술자 8명을 비롯해 고급기술자만 20여명을 자체 운용하고 있다. 전기 설계 엔지니어링만으로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국내기업은 에디슨전기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다.
하 대표는 "건축사가 건물의 모든 것을 챙기듯, 태양광·풍력도 전기가 맨 앞에 서서 하부구조물부터 해저케이블, 변전소까지 전기가 지나는 모든 길을 잘 알고 챙겨야 한다"면서 "결국 역량은 경험과 맨파워를 얼마나 보유했냐로 결정된다. 최근 업체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데, 우린 골프 대신 고객사가 먼저 다시 찾아주는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디슨전기를 에너지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강원도 정선과 전남 해남에 각각 태양광 3MW·ESS 8MWh 발전소와 태양광 1MW·ESS 3MWh규모 발전자회사를 두고 있고, 현재 개발 중인 10MW규모 발전소를 추가 건설해 분산에너지 시대에 대응한 가상발전소(VPP)역량까지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한화솔루션 및 동서발전과 방음벽 태양광을 실증하고 있는데, 연내 경기지역에 제품을 시범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를 겨냥해서는 “지나친 관심이 독(毒)”이라고 직격했다. 하 대표는 “문재인정부는 재생에너지 바람을 이용했고, 윤석열정부는 너무 핍박만 했다. 특히 보수언론이 국민을 상대로 전달한 잘못된 정보가 일반화·고착화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이렇게 자원이 좋은 나라에서 그런 정보가 횡행한다. 정부가 할 일은 과도하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상풍력은 시장과 정부 정책 사이 간극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산화를 이유로 특정 제품이나 기업 아이템을 고집하면, 사업 및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재생에너지 보급 자체가 더뎌지거나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조단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끌어와야 하는데, 발전시간이나 준공보증이 안되는 터빈을 쓸 수 있냐. PF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국산 우대도 적정선이 좋다. 해외기업이 떠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작년 1월 회원수가 14만 명에 달하는 전기기술인협회 중앙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이력이 있다. 20대부터 전기계에 발을 내디뎌 기술사로 이 분야에 30년 넘게 몸을 담으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전기기술인들이 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 대표는 “에너지전환시대에 중요한 건 전기인데, 건축에 치이고 토목에 치여 후순위가 되고 있다”며 “전력기술관리법에 그런 부분을 잘 담으면 국민에게도 좋고 산업도 좋아진다. 에디슨전기의 비즈니스 모델도 이머징마켓인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하영복 에디슨전기 대표는... ]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영등포공고를 졸업하고 1990년 건축물 전기설비 설계회사에 취직해 전기와 첫 인연을 맺었다. 1998년 치러진 제55회 건축전기설비기술사 시험에 합격,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고교 입학 당시 점수가 모자라 1지망 기계과 대신 2지망 전기과를 선택한 것도, IMF로 일감이 줄어 기술사 공부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고 말하는 긍정주의자. “내가 선택하는 게 다 옳은 것도 아니었고, 강요된 선택이 더 좋을 때도 많았다”고 말한다. 국내 최대 전기계 단체인 전기기술인협회 법제도위원회 부위원장과 설계협의회 사무총장, 서울동시회 회장 등을 지냈다. 재임 당시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 정책 관철에 기여했다. 조명전기설비학회 이사, 건축전기설비 기술사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양대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인과의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스스로를 ‘무색무취’라고 하지만, 주변에서는 개혁적이고 진보성향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실수가 있더라도 직원들을 믿고 일을 맡기되 간섭은 최소화 하는 게 낫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에디슨전기는 태양광, 풍력, ESS 엔지니어링과 육상·해저케이블 및 해상변전소 등의 전력계통 연계, 건축전기와 정보통신, 소방설비 설계, 전기 공사관리 및 PF감리를 주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