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벨, 초기창업패키지 및 ESG그린지원금 선정
“글로벌 규제는 비용이 아니라 기업성장의 기회”

[이투뉴스] 온실가스 배출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탄소배출권. 민간기업이나 비영리조직의 탄소감축분도 시장에서 거래가능한 배출권으로 재탄생되고, 거래 이후 수익까지 거둘 수 있다면 어떨까.
아직 국내는 정부 주도 규제 탄소시장이 주를 이루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 자발적 탄소시장이 탄소배출권 거래의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로벌 탈탄소 규제강화로 산업계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증가하는 데 반해 규제 시장의 거래만으로는 수급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분을 거래가능한 배출권으로 전환해주는 탄소자산관리 플랫폼 ‘에코에셋(ecoASSET)’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ESG경영이라는 명분을 뛰어넘어 실제 자산으로 만들어준 첫 사례이며, 기업에 탄소배출 저감과 수익률 확대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다준 점이 특별하다. 발전공기업과 글로벌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각광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에코에셋은 국내기업 (주)에코벨이 독자개발한 플랫폼으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기창업패키지 및 ESG그린지원금 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창업 3년차에 접어든 에코벨은 탄소감축을 규제가 아닌 기회의 자산으로 인식한 결과 올해 연매출 3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김소연 에코벨 대표는 “공장지붕이나 주차장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은 에코에셋을 적용하기 좋은 예”라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에코벨이 중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 국내 최초 타이틀의 초석
김소연 대표는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왜 기업들은 탄소를 줄이려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답은 예상 외로 명쾌했다고 덧붙였다.
“탄소를 줄여도 그동안 명확한 보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조업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은 이제 그 어느 나라보다 시급히 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에코벨의 경영철학은 ‘차별화된 연결가치로 친환경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으로 윤리성, 존중, 협력 등 세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원칙과 기본을 지키면서 모든 일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하며, 파트너의 의견과 가치를 소중히 생각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미래세대에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김 대표는 에코벨의 출발점은 단순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실제로 줄인 탄소, 그 데이터가 왜 자산이 되지 못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배출이란 개념이 디지털 데이터화를 거쳐 기업에 잠재적 수익을 가져다주는 유형자산으로 탈바꿈한 것이 바로 ‘에코에셋’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기술로 탄소감축분의 배출권화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데이터로 검증하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경제가치로 만들어 내는 것이 에코벨의 철학이자 기술이라고 자신하는 김 대표의 눈빛과 목소리는 결의로 가득찼다.

◆장부 속 수치가 거래가능한 자산으로
에코벨은 기업이 태양광, 풍력, 지열,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뒤 디지털화된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에코에셋’을 통해 올초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진출했다. 탄소배출권의 기업자산화가 최종 목표다.
김 대표는 “단순 솔루션 제공을 넘어 탄소감축 성과를 기업의 실질적 자산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내·외부 데이터를 연동해 실시간 정보를 수집하고 배출원별 항목을 세부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통신프로토콜, 블록체인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데이터의 정확성과 안정성도 높였다고 덧붙였다.
에코에셋은 Scope1(직접배출), Scope2(소유자산에서의 간접배출), Scope3(소유자산을 제외한 간접배출) 등 기업활동 전반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국제 검증기준에 따라 측정하고,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수치로만 존재하던 온실가스 감축분을 거래가능한 자산으로 만든 것으로 ▶측정 ▶검증 ▶배출권화 ▶거래 등 전 과정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원스톱 플랫폼이다. 탄소배출 유형, 범위, 기간 등 현황파악뿐 아니라 배출권 환산비용을 도출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또 배출원별로 항목을 세부관리할 수 있고, 탄소감축 크레딧을 환경부 외부사업 및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에코벨의 탄소배출거래소인 탄탄 마켓플레이스를 통해서도 사고팔 수 있다.
기업은 탄소를 어디서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또 얼마만큼 어떻게 줄였는지 등 정량화된 객관적 정보로 알 수 있어 효과적이다.
실제로 공장지붕에 1MW 태양광발전을 설치한 A기업은 에코에셋을 통해 디지털 탄소배출권 500톤을 확보했다. 1MW 태양광설비를 통해 연간 1200MWh의 전기를 자체생산 중으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 전기사용 대비 500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했기 때문이다.
냉동창고를 운영 중인 B기업은 기존 R-22 냉매를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고효율 냉매로 교체해 연간 1톤의 R-22 유출을 방지하고, 이산화탄소를 1810톤 감축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 탄소배출권은 환경규제 대응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ESG경영을 뒷받침하는 중요 도구”라면서 “최근 태양광발전소의 탄소배출권 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탄소를 감축하고도 정량화된 데이터로 도출해내지 못해 탄소배출권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으로 사라지는 감축 크레딧에 대한 관리 및 배출권화 작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코벨은 탄소감축을 기업성장의 기회로 전환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기창업패키지(1억원) 및 기술보증기금의 ESG그린지원금(2억원) 사업에 선정돼 3억원의 지원금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1Q 60억원 계약수주...年매출 300억원 목표
에코벨은 올해 1분기 주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60억원 규모의 에코에셋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예약된 프로젝트까지 무사히 성사될 경우 연간매출은 250억~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확보한 지원금을 기반으로 팁스(TOPS) 프로그램과 내년도 창업도약패키지(3억원) 지원사업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창업 3년만에 이룬 가시적 성과”라면서 “청정수소, 바이오가스, 청정메탄올 등 신에너지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냉매가스(R-22, HFGs)와 SF₆(육불화황) 등 고온실가스 감축사업에도 진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하고, 국제인증에 기반한 검증 노하우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 진출계획도 갖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 에너지신산업 분과위원으로 김 대표가 위촉된 점도 에코벨의 목표달성에 톡톡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신에너지산업 활성화와 중소기업 탄소경쟁력 강화 등 정책제언에 적극 참여 중이다.
옴부즈만의 역할은 기업애로사항 해소, 불합리한 규제 발굴 및 개선건의, 현장 중심 소통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도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면서 “RE100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는 글로벌 추세에 뒤처지지 않도록 여러 기업 및 지자체와 함께 에코에셋을 활용한 탄소감축 프로젝트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에코벨은 기업 탄소자산관리 이외에도 태양광 EPC(설계·조달·시공) 및 O&M(유지·관리), 바이오매스 가스화 기반 청정메탄올 생산시설 통합플랫폼, 조경시설 탄소관리, LCA 탄소발자국 컨설팅, AI 기반 탄소배출권 생산 및 운영 등의 사업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최인영 기자 dodam@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