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 答이다] 지산지소형 수소수급 성남정수장
정수장 내 이동형충전소에 배관망으로 수소공급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 전경.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 전경.

[이투뉴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물을 다루는  수자원공사는 그린수소 생산·공급의 최적여건을 갖추고 있죠.”

국내 최초 소수력 기반 수전해시설을 갖춘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 국가보안시설인 이곳은 정문부터 신원확인이 철저하다. 마치 군부대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든다. 

가장 먼저 눈에 띤 곳은 정수생산시설이다. 전국 순위권 안에 드는 대규모 시설이라는 게 수자원공사 관계자의 귀띰이다. 정수시설을 한바퀴 가량 돌아 안쪽으로 그린수소 생산시설이 구축돼 있다. 하루 최대 188kg, 연간 62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곳이다. 승용차 기준 하루 최대 38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을 생산하고 있다. 

송현승 재생에너지본부장 직무대행은 밀양과 충주에도 수력에너지 기반 수전해 시설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남정수장 내 설치된 소수력발전기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인접 부지 내 구축된 이동형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모델”이라면서 “생산에서 최종 소비에 이르는 전 주기 청정수소 밸류체인을 한곳에 구축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는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인근 갈현동 충전소에 수소를 실어 보내고 있지만, 올해말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이동형 수소충전소 구축이 완료되면 생산된 수소를 배관을 통해 직접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필요한 수소를 지역에서 생산하는 ‘지산지소형 수소생산체계’는 점차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 개요.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 개요.

◆수급안정과 운영경제성 동시 확보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수소차 보급확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비 31억원, 수자원공사 14원 등 44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구축된 시설이다. 2022년 착공, 0.6MW 용량의 알칼라인(ALK) 수전해설비를 설치한 후 수소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인·허가와 수소품질검사 등을 거쳐 올해 7월 상업판매를 시작했다. 차량용 수소의 안정적인 공급, 공급가격의 경제성 확보, 충전편의 개선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송현승 직무대행은 “정수장 초입에 설치된 소수력발전 2기(700kW)를 통해 생산된 400kWh/day의 전력으로 18톤의 물을 전기분해해 하루 최대 188kg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간헐성을 지닌 태양광·풍력과 달리 24시간 연속 가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곳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소수력 발전 ▶수전해설비 ▶버퍼탱크 ▶압축·저장 ▶튜브트레일러 운송 등 5단계로 나뉘어 있다.

정수장 초입 소수력발전소에서는 한강에서 유입되는 원수의 잔류수두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소수력발전으로 확보한 700kW 규모의 전력을 수전해설비로 보내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을 거쳐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시설의 핵심인 수전해설비는 알칼라인 방식이 적용됐다. 600kW 스택을 통해 하루 최대 188kg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이때 사용되는 물은 불순물이 전혀 없는 초순수로, 스택내부에서 안정적인 전기분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스택은 60여개의 음극과 양극으로 구성돼 음극에서 수소, 양극에서 산소가 각각 발생한다.

송 직무대행은 “전기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와 산소는 서로 부피가 달라 압력차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는 차압제어설비를 설치했다”면서 “실시간으로 압력을 측정하고, 밸브를 열어 균형을 맞추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린수소 생산의 기술적 허들은 수소에 수분과 산소가 포함될 가능성”이라면서 “품질유지와 안전확보를 위해 기액분리장치와 정제장치를 거쳐 99.99% 이상의 순도 높은 수소로 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제된 수소는 버퍼탱크로 이동된다. 버퍼탱크는 압력을 안정적으로 조절해 수전해설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수전해설비는 10bar 이하 압력으로 운전되지만, 이후 압축과정에서 180bar까지 높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압력유지가 수반돼야 한다는 게 송 직무대행의 설명이다.

그는 “압축기는 7bar 상태의 수소를 두 단계로 압축해 180bar까지 압력을 높인다”면서 “한번에 압축할 때 발생하는 과도한 열을 줄이기 위해 40bar와 180bar, 두 단계로 나눠 압축한다”고 말했다. 압축기는 다이아프램 방식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생산된 고압수소는 수자원공사 소유 튜브트레일러에 저장하고 있다”면서 “올해말부터는 이동형 충전소와 배관을 직접 연결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환경부 소유이며, 국유재산 관리위탁을 통해 수자원공사가 운영을 맡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공급은 수자원공사, 이동형 충전소의 구축과 운영은 현대차가 주관하고 있다.

수전해설비 내부의 스택.
수전해설비 내부의 스택.

◆그레이수소 대비 높은 생산단가...국가지원 절실
환경부는 올해 7월 열린 그린수소 출하 기념행사에서 소비자에 kg당 8800원 수준으로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산단가는 1만5000원~1만7000원 수준이지만, 성남지역 내에서 생산과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운송비가 들지 않는 점을 주된 요인으로 제시했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수소 판매단가를 인근 충전소에서 수급하는 도매단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그린수소산업 성장의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거론되는 높은 생산단가 문제에도 그린수소 상용화율을 우선적으로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산업 초기인 그린수소는 아직 기술 데이터가 부족하고 대량 생산체계가 미비해 생산차액지원과 같은 국가차원의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반의 목소리다.

송 직무대행은 이번 실증사업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무게를 뒀다. 그는 “성남정수장 그린수소 생산시설 운영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근거로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적 운영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라면서 “본 실증사업을 기반으로 경제성 확보 등 산업성장을 위해 놓여진 숙제의 해답을 제시하고, 그린수소 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는 밀양댐과 충주댐에도 소수력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구축, 누적 4.35MW 용량을 목표하고 있다. 내년 말 준공을 앞둔 밀양댐은 하루 최대 429kg, 2027년 완공예정인 충주댐은 하루 최대 640kg의 그린수소가 생산된다. 고효율 설비 도입 및 국산화 기술개발 등 그린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실증을 병행할 방침이다.

소수력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전력망 포화지역이나 출력제어가 시행되는 지역에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모델로 평가받는다.

다만 그린수소 분야는 관련 법·제도 기틀이 충분하지 않고, 얽히고 설킨 규제들이 많아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송 직무대행은 “낮은 경제성 및 기술수준으로 민간주도 전환이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정부 및 지자체와 협업한 공공주도형 사업으로 그린수소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류기실 외관.
정류기실 외관.

수자원공사는 그린수소산업 발전을 목표로 환경부 주도 민·관협의체인 한국수소환경협회 간사역할도 맡고 있다. 산·학·연·관이 한데 모인 수소환경협회는 그린수소의 생산, 저장·운송,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생태계 육성을 위해 올해 5월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업무에 들어갔다.

송 직무대행은 “국내 그린수소 분야 기술혁신과 더불어 산업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개선해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소환경협회는 지난달 말 기준 56개 회원사를 확보했다. 그린수소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창립목표가 한층 더 빛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그린수소 생산시설이 확대돼 생산량이 증가하면 규모의 경제에 따라 생산단가가 하락하고, 이는 CHPS(청정수소발전 입찰제도) 활성화 등 수소 분야 전반의 선순환체계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남=최인영 기자 doda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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