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보급 및 농가소득 보장 ‘일거양득’
인구고령화·농지소멸·경기침체 농촌위기 해결

[이투뉴스]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재배와 전력생산을 동시달성할 수 있어 최근 농촌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인구소멸, 농가소득 감소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지의 기본기능을 유지하면서 농가에 추가소득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발전에 무게를 둔 기존 태양광사업과 달리 농촌과 공생공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이익을 나눠갖는 형태의 사업모델은 에너지전환과 지역공동체 회복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최근 농가에서 각광받고 있다. 다만 관련 법안 마련과 행정절차 개선 등 제도보완이 병행돼야 영농형 태양광 보급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토지이용 효율과 작물생산성 향상
국내 영농형 태양광 실증연구는 2017년 시작돼 현재까지 80여개소의 실증단지에서 효율을 검증했다.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 보리, 밀을 비롯해 콩, 배추, 양파, 파 등 작물이 영양상태도 손색 없을 정도로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작물은 각기 다른 광포화점을 갖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양지식물은 많은 빛이 필요해 광포화점이 높은 반면 음지식물은 광포화점이 낮다. 양지식물의 대표작물은 벼, 음지식물로는 버섯을 꼽을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태양광설비를 설치해 시설물 아래 작물을 재배하는 형태로 상부에서는 1차로 햇빛의 30~40%를 받아 전기를 생산하고, 하부에서는 햇빛의 60~70%가 도달하도록 구축된다. 모듈은 햇빛이 고르게 비치고 그림자가 일정하게 지날 수 있도록 빛의 경로에 따라 서로 간격을 두어 설치된다. 높이는 경작을 위해 2.5m 이상, 기둥간격은 농기계작업 폭의 배수넓이로 세워진다. 또 최대풍속, 최대설하중, 최대지진하중 등 기후조건도 반영된다.
동일면적에서 식량과 전기를 함께 생산할 수 있어 토지이용 효율을 높이고, 전력판매 수익을 통해 농가소득에도 기여하는 수익모델로 평가받는다. 특히 기존 태양광발전과 달리 농지훼손 방식이 아닌 농업유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주민수용성도 높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농가소득 증대를 동시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전국 80여개소에서 이뤄진 실증사업을 분석한 결과 차광률 30~35%로 설치 시 대부분의 작물이 일반농지 작황률의 80% 이상을 기록했다. 녹차와 포도의 경우 작황이 더 좋았고, 벼와 마늘은 일부가 70% 후반의 수확률을 보였다.
◆마을공동체 햇빛연금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마을공동체 햇빛연금’을 실현한 곳이 있다.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에 998kW 규모로 설치된 햇빛두레 태양광발전소다. 마을주민이 태양광사업에 공동참여해 설비를 운영하고, 발전수익도 함께 나눠갖고 있다. 이곳 발전소에서는 월 1000만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으며, 현재 수익금은 전액 주민복지사업에 재투자돼 무료 마을식당 운영, 행복버스 운행, 문화관람지원 등에 쓰이고 있다.
마을을 하나의 발전소 개념으로 인식, 개별 농가의 지붕을 하나로 연결해 태양광설비를 구축했다. 6개의 발전소에서 얻은 수익금 100%를 67세대의 마을주민에게 재분배하고 있다. 주민이 피해지원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태양광사업 주체로서 참여하도록 해 협력공존의 관계를 형성했다.
정부·지자체 보조금 없이 주민이 전액 저리융자와 자부담으로 시설비를 조달하고, 발전소에서 얻은 수익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는 것도 특징이다. 5단계에 걸쳐 추진되는 이 사업은 청년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마을에 정착하도록 돕는 계획도 포함됐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소멸위기에 놓인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구양리 사례는 다자간 협력해 영농형 태양광을 보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업을 공고하고, 지자체는 사업 신청 및 인·허가 등 행정지원을 했다. 에너지공단은 발전실적을 기반으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발급, 협동조합이 이를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전력판매 수익은 마을기금과 복지사업 등에 사용돼 지역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농업진흥구역 해제 등 맞춤지원 필요
영농형 태양광은 농촌경제를 살릴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법·제도 개선, 행정절차 간소화, 전문역량 확보 등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 위에 설치할 수 있는 구조물을 비닐하우스, 곤충 및 동물사, 버섯사만 허용하고 있다. 그외 어떠한 시설물도 허용하지 않아 영농형 태양광 보급에 걸림돌이 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일시사용허가기간도 8년으로 짧아 경제성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업진흥구역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식량안보를 위해 지정된 구역이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황무지로 변하는 땅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진흥구역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사업이 가능하도록 해 식량안보와 농가소득 창출 효과를 두루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2018년 정운천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국회의원이 농민이 직접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 20년간 운영하고, 직접 전기를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21대 국회에서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입법화되지 못했다. 다만 관련 법안도 다소 미흡한 부분은 있다.
현재 태양광사업은 20년 장기계약으로 수익을 보장하지만, 고령 농민은 상속세부담으로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현재 농업 관련 시설은 상속세 면제대상으로 관련 협·단체는 영농형 태양광도 동일하게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농지를 소유한 자경농과 빌려쓰는 임차농 간 갈등도 영농형 태양광 도입의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자경농과 임차농 구분없이 사업참여 기회를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지자체별로 다른 이격거리 규제, 특히 도로와의 이격거리 제한은 영농형 태양광 보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과 농가의 상생전략 ‘직접거래계약’
영농형 태양광은 생산전력을 한전에 판매해 얻는 발전수익과 태양광설비 하부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판매해 얻는 농업수익, 두가지 수익원을 갖고 있다. 발전수익은 SMP(전력도매가격)와 REC 판매수익을 합산해 산정된다. 현재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은 영농형 태양광에 REC 1.0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관련 업계는 영농형 태양광 보급전략으로 자가소비형 모델을 주장한다. 기업재생에너지재단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구매의향이 있는 RE100기업과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자간 매칭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가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한전 전기요금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기업 RE100 달성, 농촌 지역경제 회복, 농지의 지속가능한 보존이라는 3대 과제를 동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자가소비인증서(REGO) 모델 또한 농가수익과 기업 RE100 실현에 기여하는 전략으로 꼽힌다. 에너지와공간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REGO 모델이 농가에 농업 이외 소득을 가져다주고, 소규모 농가에도 경제적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내놓았다.
REGO 모델은 영농형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농가에서 우선 사용하고, 발전실적에 따라 에너지공단으로부터 발급받은 REGO를 RE100 기업에 판매해 추가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없이도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다는 점에 영농형 태양광 업계는 실수요자와 공급자간 직접거래방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인영 기자 dodam@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