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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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사설] 지난해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대한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수출이 성사되면서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협정이 주목받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이 문제는 생각처럼 단순한 사안은 아니다. 고도로 미묘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자그마한 성과라도 거둘 수 있다.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핵강국들은 핵무기 확산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원자력발전이 급증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폭탄 개발과 직결되어 있다. 때문에 미국은 원자력발전 기술을 제공하고 원료를 주면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엄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사용후 핵연료가 핵폭탄으로 사용되는 일 없이 다시 연료로만 사용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재사용을 위해서는 플루토늄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이는 언제든지 핵폭탄으로 제조될 수 있다.

이웃 일본은 이미 수십년에 걸쳐 특히 80년대에 미국과 16차례 협상을 거쳐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받았다. 우리나라도 핵연료를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오는 2014년 개정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쉽게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없는 세계’를 겨냥하면서 과거 정권보다 더 강고한 핵확산 방지체제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우선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친 신뢰를 구축한 게 재처리를 하게 된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국제사회에서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신뢰를 확실하게 심어준 것이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맞았으면서도…
정책에 대한 믿음도 뒤따랐다. 아울러 안전사고 없는 원자력기술에 대한 신뢰, 부단한 국제교류와 인적교류를 통한 믿음이 국제사회에서 주효한 것. 무엇보다도 이같은 믿음은 조용한 가운데 정교하게 이루어졌고 미국과 협상 또한 그런 기조를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이른바 핵주권을 들고 나왔다. ‘오이밭에 가서는 갓끈을 고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절대 오해받을 만한 짓을 해서는 안되는 게 국제사회의 신뢰구축 방안인데도 그 반대로 행동한 것이다. 제발 부탁이다. 정치권은 조용히 있는 게 도와주는거다.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이 한정된 자원이고 이를 인류가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재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점만을 설득해야 한다. 진정으로 우리는 핵무기 개발 의사가 없다는 점을 뿌리깊이 부각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상대방이 의심할 지경이다. 바로 정치권 또는 정부 고위 책임자의 사려 깊지 못한 발언 때문이다. 아울러 파이로 프로세싱과 같은 핵무기로 전환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기술개발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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