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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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사설] 수십년만의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모처럼만에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계속되면서다. 여느 때면 여름철에 전력사용량이 최고를 기록해왔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16년만에 겨울철에 전력사용이 피크에 달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전력사용량은 6900만kW를 넘나들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전력도 550만~600만kW로 전력관계자들을 조마조마하게 하고 있다. 급기야는 지식경제부 장관이 유례없이 에너지절약을 당부하는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전기공급 용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계속 급증하면 예비전력이 비상수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전력 사용을 자제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13일 올 겨울 들어 기온이 최저인 영하 15도 가까이 곤두박질치면서 전력사용량은 최대를 또 넘어섰다.

예비전력이 400만kW를 밑돌게 되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빨간불이 켜진다. 고른 전압에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반도체 공장 같은 정교한 공정에는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대규모 정전도 예상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혹한에 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전력대란은 사실상 예고된 재앙이다. 우리가 누누이 지적해 왔듯이 에너지 요금이 원가연동제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요가 왜곡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석탄이나 가스를 사용해 생산한 2차에너지인 전기 가격이 원료값보다 저렴한 모순이 생긴 게 엊그제 일이 아니다.

시장은 값싼 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난방용 연료인 등유를 전기로 환산한 값이 44.5% 비싼 것으로 한국전력은 분석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석유로 난방을 하는 것보다 전기로 난방하는 것이 싸게 먹힌다. 어느 바보가 냄새나는 석유를 사용하겠는가. 편리하고 값싼 전기를 두고서.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우리는 원가를 반영하지 않는 요금체계는 자원배분을 왜곡시킨다며 시정을 촉구해 왔다.
물론 전기요금은 서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물가당국으로서는 눈에 보이는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원료값보다 싼 전기요금이 빚어내고 있는 수없는 부작용은 끝내 외면할 것인가. 심지어는 정부 일각에서까지 농업용에 연탄이나 등유보다는 전기를 권장하는 넌센스가 벌어졌다.

뒤늦게 정부는 에너지 가격 원가연동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빠를수록 좋다.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기난방으로 뜯어고치는 경제주체가 많다. 이들이 본의 아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그널을 줘야 한다. 에너지 빈곤층에는 따로 에너지 복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번 전력대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명심하지 않으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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